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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편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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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3:32 Jun 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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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이르그
협업 참여 동의


틱.틱..틱…

달 없는 방안에 소리가 울린다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내 손이 떨리고 있었다.


“……”

글 쓰는 도중에는 한번도 못 느껴본 떨림이다.

하물며 편지를 쓰는 것 뿐인데.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하는 것은 직업적인 프라이드가 상하는 일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한 글자, 한 글자는 

지구의 70억 인구가 모아온 질문들이니까.


***


Post Hole, ‘틈‘의 최초 발견자가 붙인 이름이다.

우리말로 하면 ‘편지 구멍’쯤 될 

그 이름은 아마 틈의 쓰임새에서 착안한 걸거다

 

 틈은 일주일 전에 달에서 발견된 균열이자

자연 상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대칭성을 지닌 정체불명의 구멍이었다. 

 ‘틈’의 조사는 달 기지의 소수 인원으로 이루어졌고

 5일 뒤에 조사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전송한 달 기지는 전례없는 항의에 부딪히게 되었다.

 왜냐면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그만큼 황당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때는 역사책에도 나올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 그 보고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달 기지의 조사 결과, 

‘틈’은 외계인의 우체통으로 확인됨. ’


‘외계인의 우체통’이라는 말은 천체 과학자들이나 좋아할만한 비유로 들렸지만 실제로는 담백하기 그지없는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정말로 ‘편지’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편지의 색은 하얀 색’이라는 편견을 부숴버리려고 

다짐한 듯 그 ‘’편지‘’는 검은 색으로 몸을 칠하고 있었다.

전체 길이 13m의 일체의 이음매도 없이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물질.

그건 누가 보아도 의심할 여지없는 외계물질이었다


달에서 발견된 ‘외계인의 편지’의 해석을 위해 

수백명의 언어학자와 인류학자들이 달려들었다.

 마지막 학자마저도 포기했을 때에는 

이미 전세계의 관심이 ‘편지 구멍’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덤으로, 내 발등에도 불이 떨어지는 중이었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그것뿐이다..

 ‘편지 구멍’으로부터 두 번째의 실타래가 나타난 이후로

 답장을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고 

그 결과,  지구의 문교위(문화 교류 위원회)에서 모아온 수많은 인쇄물들이 달기지에 전송되어

 편지 구멍 너머로 전달되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인류는 첫 ‘편지 교환’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공든 탑이 쉽게 무너진다’고 말이다

 

그 말대로 첫번째 ‘교환’은 참담한 시도로 끝났다.

왜냐면 편지구멍은 인류의 지식의 정수가 담겼을 그 문서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분쇄해 버렸으니까.


문서들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버렸고

 전자기기들도 짧은 섬광과 함께 갈려나가 버렸다.

그들의 유해의 질량을 조사해 본 결과 종이조각 하나도 구멍을 통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고.

이는 ‘기대는 높고,결과는 처참했다.’ 라고 달 기지의 책임자 장 교수가 논평을 써 붙인 것처럼 한심한 실패였다.


 외계와의 유일한 대화창구가 일방통행이라는 사실을 기뻐하는 사람은 다수의 정치가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고, 사용법을 알기위해서 창의성을 시험하는 듯한 수많은 실험들이 구멍을 넘겠다는 일념으로 시도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알아내고 만 것이다.

‘편지 구멍’이 전달하는 것은 오직 손편지, 손으로 직접 쓴 편지 뿐이라는 사실을.


 인쇄물은 분쇄시키고 전자기기를 갈아버리는 구멍이 손편지는 제대로 전달 시킨다는 사실에 황당함을 느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때 나는 다른 의미의 황당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 당시, 달 기지에서 글쓰기에 일가견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나를 비롯해서 교수 5명 뿐이었고 

그나마도 나를 제외하면 모두 나이를 만만찮게 잡수신 교수님들이었다.

그렇게 나는 ‘손 편지 전달 특별 위원회’의 일원이 되어 가장 많은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

“그래도…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손이 떨리는 꼴을 보니 말을 이을 엄두가 안난다.

과로와 혹사의 대가다.

“그래도 이제 두줄 남았네.”

지난 5일 동안 내가 쓴 ‘편지’의 양은 장난이 아니었다.

256개의 언어로 쓰여진 50가지 질문들은 150장을 가득 채우고 이제야 두 줄을 남겨놓은 상황이다.

내일이면 앞서 보내진 편지들처럼 ‘편지 구멍’으로 전달될것이다.

떨리는 손가락을 톡톡 책상 위로 튀기다. 비어있는 두 줄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그만 절레절레 젓고 만다.

‘휴게실로 가서 쉬어야겠군.’

언제 입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코트를 입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담배 생각이 간절하다.


***


달 기지 휴게실에는 오래된 농담이 있다.

“휴게실에서 달빛이 제일 잘 보인다.”

이건 완전한 농담이라고 할수 있다.

달 위에 있는 사람에게 달빛이 보일리가 없으니까.

그러나 웃기기만 한 건 아니다.

휴게실은 달빛은 안 보여도 지구의 모습이 가장 잘보이는 곳이니까.

지금 휴게실은 비어있는 상태이다.

 달 기지 전체가 비상상태인 만큼

이곳에서 쉴 정도로 여유로운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니 안심하고 담배를 꺼내들 수 있다.

 

코트 안감을 열어 꺼내들고, 불을 피우고, 마신다.

담배를 피기 시작한 지도 5년이 되었지만 

항상 같은 종류의 담배만 피고 있는 것도

5년 전에 생긴 버릇이다.

유리에 달이 비치는 것을 바라보며 연기를 내쉰다.

나는 등 뒤를 향해 말했다.

“장교수님, 같이 피시겠습니까?”

약간 놀란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 어떻게 보지도 않고 아는가?”

“나쁜 짓 할때는 예민해져서 말입니다.”

심드렁하게 대꾸하고는 뒤를 바라본다.

풍채 좋은 장년인이 비직이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나쁜 짓이라…그래 손편지는 다 썼나?”

“두 줄 정도 남기고 손이 떨려서 나온겁니다.”


장교수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도 고생을 꽤나 한 모양인지 후덕한 얼굴에 그늘이 좀 지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활기가 남아있었다.

“그런가…예상보다는 빠르군 나는 오늘밤을 다 새야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짐짓 짓궃게 말하는 장교수의 말에 나는 질겁했다.


“그런걸 바라고 계셨디면 아마 내일쯤에는 제가 실려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아하하. 확실히 고된 작업이기는 하지.”

“고된 것보다도…. 생체 리듬이 깨지는 것때문에 죽겠습니다. 커피를 마셔도 맹물맛이 닐 정도니까요.”


달나라 생활도 참 좋긴 하지만 이 점은 문제다.

중력도 일조시간도 다른 달 위에서는 섬세한 바이오 리듬 조절이 필수적인데 요 며칠간을 새다시피 작업하다보니 죽을 지경이다.

 인류 발전을 위한다는 식으로 문교위가 내게 꽉꽉 채워놓았던 사명감의 각설탕도 카페인에 녹아버린지 오래라 그나마 지금 끝난것만도 다행이다. 


장교수는 허허롭게 웃고는 휴게실의 창을 바라보았다.

담배연기가 아스라이 깔린 그 위로 떠오른 지구의 모습에는 고즈넉한 맛이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자네 혹시 그거 아는가? 세번째 실타래가 온거.”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언제 왔습니까?”

“한 시간 전일세,뭐 지금쯤 지상에서는 난리가 났겠지.”


흥미가 돋는 얘기였다.

나는 빠르게 셈을 해보고는 말했다.


“첫번째 실타래가 온게 7주전 그 다음이 5주후였으니 2주만에 온셈이군요.”

“그렇다네. 흠. 사람 안달나게 하는데엔 편지만한 것도 없는데. 문교위는 아주 죽을 지경이겠군.그런면에서 보면 저쪽의 친구들도 유머감각이 뛰어난 편인가보지?”


되도록 농담처럼 말하는 장교수였지만 길게 끌어진 침묵은 어째 그다지 개운한 맛을 남기지 못했다.

어색한 침묵에 못 이겨 내가 질문했다.


“무언가 특이한 거라도 온 겁니까?”

“대통령 전화번호나 핵전쟁 코드같은거?”

“……”

“하하하! 아닐세”


“그럼 특별하지 않나보군요. 이번에도 저번과 같이 알아먹지 못할 글자로 써져있는 겁니까?”

“음…..그것도 아닐세”


어리둥절해져서 그를 쳐다봤지만 장교수는 답하지 않았다.

그의 숨이 길어졌다고 생각됐을때 그가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오지 않았네.”

“네?”

“백지라네,백지…아니 흑지라고 하는 게 옳겠군

온통 검은색 투성이니까.”


그가 창 밖의 지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 온 실타래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네. 우리가 기대하고 있던 대답은 커녕. 단 한글자도 새겨져있지 않은 완전한 침묵이었지.”


침묵— 즉 — 무언()

그 의미를 곱씹어도봤지만 무언가 특출난게 튀어나올리는 없었다.


“왜…그런거죠?”

“왜라니?”


나는 약간 화가 나서 말했다.

“지금까지 다섯 통이나 보내지 않았습니까. 근데 아무 대답이 없다고요? 손이 떨릴 정도로 편지를 쓴 제 노력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장교수는 물끄러미 나를 쳐다봤다.

“자네는 솔직해서 참 좋아.”

“……”


“뭐 이렇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우리가 지금껏 저 구멍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다고.”

“네…..?”


교수는 잠시 발을 굴러 바닥을 몇번 차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자네 혹시 왜 하필이면 손 편지인지 궁금해 한적있나?”

“글쎄요? 손글씨를 쓰게 해서 괴롭힐려는 의도 아닐까요?“ 


부루퉁한 대답에 그가 미소를 지었다.


“아하하.그건 내 잘못일세 내가 위원회에게 한 사람이 하나의 편지를 전부 맡아 쓰게 하자고 했지”

“…지금이라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게 중요한 걸세.”

“네?”

교수의 어조가 바뀌었다.

그가 진중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편지는 한 사람이 쓰는 거다, 이게 상식이지?”

“음…..”

“그런만큼, 편지에는 쓰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야 해.”


장교수의 말이 연기에 흩어져 깊이 잠긴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장교수의 말이 잠꼬대 비슷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자네 아버지도 자네와 자네 모친에게 편지를 쓸 때면 언제나 마음이 떨린다고 내게 얘기했었지.”


내색하지 않으려했지만 장교수가 그말을 꺼냈을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움켜쥐었다.

침묵하고 있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며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굳이 자네를 마지막으로 선정한 것도 그래서였지,

어쩌면….자네만이 답할 수있는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말인데 두 줄이 남았다고 했지? 그럼 거기에 한번 쓰고 싶은 걸 써보는 게 어떻겠나?”


“저..저는..”

“아! 그리고 자네에게 줄게 있네.”

그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주머니에서 작은 물건을 꺼내 들었다.

“자네 코트 안감에 박혀 있더군, 소중히 하게나”


그건 도장이었다.

어린애라도 만질듯한 단순한 디자인이었지만. 옆구리에 양각되어있는 양()의 모습만은 생동감이 넘쳐흐르는 도장이었다. 

그것외에는 특이점이 없는 매우 소박한  양()도장이지만 

나는 저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자네 아버지의 유품이잖은가?”


받아든 도장을 조심히 코트 속에 넣는다. 

장교수에게 인사를 한뒤 휴게실을 나왔다.


***


우리가 쓰는 단어 중에는 

그 인상이 약해서 기억에 잘 남지 않는 단어들이

 몇몇 있다. 

예를 들면 ‘맨드라미’ ‘서류철’ ‘잔물결’.

그리고 내게는 ‘아버지’가 그렇게 느껴진다.


아버지는 훌륭한 의사셨다고 한다.

듣기로는 내가 어릴 때부터 분쟁지역에 나가 환자를 치료하시고 장교수도 그때 같이 일하던 동료였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느 날을 기점으로 다신 돌아오지 못하셨다. 

전쟁이 끝나 그 지역이 독립했고 아버지는 그곳에서 극빈 대우를 받으며 감금되셨다.

아버지는 그곳에서도 폐쇄정책에 고통받는 나라의 국민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다고 한다.


참 한결 같은 분이시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5년전 그 나라가 해방되고 마침내 아버지는 우리에게 돌아오셨다.

유골함에 담긴채로 말이다.

장교수님의 말에 따르면 극심한 과로가 수명을 깎았다고 한다. 자기의 몸은 신경쓰지 않으며 사재를 털어서라도 환자를 고치셨다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한결같은 분이시다.

그래서 내게 아버지는 흐릿하다.

30년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아버지의 얼굴은 사진으로는 떠올려 볼 수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도장도 아버지의 유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금껏 잊어버리고 살던 지가 벌써 햇수로 3년 째다.


이제 와서 뭐가 나오겠냐.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박으니 장교수의 말이 들려오는 것 같다.

“소중히 하라고…”

유품을 그런 데에 박아놓은 건 아버지가 미워서가 아니다

그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것 뿐인데.

장교수는 내게 오해를 한 것 같다.


그러나, 덕분에 남은 두줄에 무엇을 쓸 것인지가 떠올랐다.


“어차피 보내봤자 백지로 대답이 오겠지…지금까지 줄줄 써놓고 마지막에야 묻는다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상관없겠지.”

 장 교수는 내가 답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반대다. 나는 지금 질문을 적고 있다.


아버지에 관한 질문이다, 마지막인만큼 정성을 들여 쓴다

그렇게 두 줄을 쓰고 나서 서명란에는 약간 고민하다가

양()도장에 잉크를 묻혀 찍어버렸다.

양의 모습이 손때가 묻어 약간 흐릿하다.

“설마…대답이 오지는 않겠지.”

바보 짓을 한거 같지만 지우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이제 누가 볼 일도 없다.

Writer

이르그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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