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판드대] 레어의 용도변화와 자율형사립고의 전통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협업 참여 동의

 "선생은 무슨 일을 하는지요?"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있습니다."


그가 검정빛 털이 돋은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혹여, 누군가가 오해를 하지 않을까 싶어 앞서 밝히건대 '선생'은 검정색 암코양이다.-


 "섬말나리에서 교편을 잡고 있진 않으십니까?"


 "그렇습니다만, 딱히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직장입니다."


 "저는 이번에 섬말나리 여학으로 부임하는 차인데 대체 어떤 이유로 그렇다하시는지, 후배에게 지도해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열 넷, 열 대여섯 먹은 계집들이 어디든 다르겠냐마는 집 떠나 섬에 갇혀 지내는 꼴이니 독기가 바짝올라 늘 선생이며 사환 꼬맹이며 어떻게 골려줄까만 궁리하며 용을 쓰고 있으니 스승된 입장으로 어찌 안타깝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좀 전에 육지에서 보아하니 외출을 나온듯한 여학생들이 끼리끼리 쏘다니기도 하고 깔깔대며 노는 모습을 보니 딱히 독기라할 것은 보이지 않았는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후배 님께서 본 여학생들은 섬말나리 여학의 아이들이 아니고 여학에 다니는 친척이며, 친구를 놀리러 온 또래의 아이들입니다. 우리 여학은 외출이 없습니다..."


 나는 내심 이 고양이 선생이 참으로 안타까워 말하는 것인지 역시나 비웃으며 말하는 것인지 헷갈렸으나 고양이의 표정은 도통 알아챌 수가 없었다.


 "섬에 갇혀서 나가지도 못하니 독기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툭하면 편지 한 장을 남겨두고 대양을 건너 자유롭게 살겠다며- 배에 몸을 싣던 아이들을 보면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따라오는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후배 님이 아직 잘 모르는 듯 하여 말씀을 드리니 크게 괘념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고양이 선생은 운을 떼었다. 부유하고 인자한 부모들이 생각하길,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말광량이는 섬말나리 여학으로 보내는 것이 으뜸이라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졸업한 딸을 맞이한 부모들에게 물으면 알 것입니다."


고양이 선생은 선미 아래를 바라보며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보며 말을 마쳤다. 나는 새까만 털뭉치를 쓰다듬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말했다. 

 

 "아무튼 선배 님의 고견에 후배는 눈을 깨끗이 씻은 것만 같습니다. 이만 후배는 들어가보겠습니다."


나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이켰다. 


 "잠깐."


 고양이 선생은 난간 위를 여유롭게 걸어오며 채찍같은 꼬리를 살랑였다. 가뿐하게 난간에서 뛰어내린 후 마주 앉았다.  앞 발로 고양이 세수를 하며 털을 핥아 고르더니 대뜸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내 첫사랑이 궁금하진 않은가, 히스 마케네?"


 "아직까지 대성당보다 큰 용의 첫사랑이 궁금한 나이로 보이시나요? 선생님? 그리고 궁금하다 하면 말해주실 건가요?"


 "내가 알려줄 것이라고 생각하나 마케네 양? ...내 식도를 대성당의 프레스코화를 쓰다듬듯 만져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용에겐 철수세미 정도는 솜털같은 느낌이라고 상상했었으니까요. 아 참, 아직도 그거 해요?  -미로의 시련-?"


 "우리 91기 졸업생께선 시련의 가르침을 다 소화한 것 같은데 말야. 더 하고 싶은 건가?"


고양이 선생은 마치 사람인 것처럼 앞발로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그나저나 편지 한통 없어서 조금 서운했다고 말하면 믿을 텐가?"


 "위대하고- 거대하고- 모든 것이 크다 못해 다른 것으 작아도 너무 작은 것 아닌가 불평하시던 비늘 덮힌 선생님께서요? 아니면 인자한 체하며 사실은 소문을 수집하던 매점 아주머니께서요? 그것도 아니면 말 잘듣던, 그 누구도 이름을 모르는, 귀여운 후배요? 너무 많아서, 편지를 쓰길 아예 그만두었었다고 변명하면 봐주실려나요?"


 "후배인 척 했던 건 나도 조금 심했었다고 생각하네..."


 "사실 괜찮아요. 진짜 서운했던 건 내가 키우던 요정앵무가 바꿔치기 당했을 때니까요."


 "금방 돌려줬잖나."


 나는 양손으로 고양이의 볼을 꼬집고 치켜 올렸다.


 "그게 변명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손을 앞뒤로 흔들다 고양이는 흰 앞발을 내 손등에 얹고서 비명을 질렀다.


 "미안, 미안 악!"


 "됐네요. 그나저나 요즘은 평소에도 이런 모습으로 계시는가요?"


나는 슬그머니 꼬집었던 손을 풀고 살랑이는 꼬리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선생이 꼬리를 발 밑으로 숨기는 바람에 헛손질을 하고 말았다.


 "그랬으면 좋겠나?"


 "조금은요."


 고양이는 웃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comment

권한이 없습니다.
prev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59'이하의 숫자)
of 59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