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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달로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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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22 Jul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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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Naufrago
협업 참여 동의 아니오

  기다리는 일이 일이나 정작 일 할 사람은 빈손이나 다름없었다.


  특종 취재가 언제는 수월했나 싶다가도 이번엔 느낌이 별달랐다. 지난 몇 년 간 경색될 대로 경색된 오르데나-에르사예즈 관계에서 프레스 콜도 없이 대사 인터뷰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 팀장이나 데스크는 어디 대사관에 쥐구멍이라도 뚫어 둔 걸로 넘겨짚는 모양이나 그럴 수 있는 위인이라면 억만금을 받고 왕실근위대 정보부에 한자리 꿰찼겠지……. 


  여하튼 한 번 해 보지도 않고 죽여줍쇼 할 수는 없는 일. 걸음 걸음마다 걱정으로 칵테일드레스 자락이 흐늘거렸다. 그나마 생각해 둔, 계획 같지 않은 계획이란 다음과 같았다. 개막식이 막 끝난 후엔 수선스러울 테니 혼란을 틈타 경호를 따돌리고는 베릴 전권대사와 대면한다. 테레사는 투덜투덜 자조하며 인파를 요리조리 피해 구역을 넘었다.


  에르사예즈 공화국 귀빈석에 다다르니 건드를 받쳐 든 경호원이 족히 한 소대였다. 없는 자신감이 더 온데간데없었으나 그냥 뒤돌 수도 없는 일, 공연히 잰걸음을 걸었다. 물론 곧 발각되었고, 무관 한 명이 눈을 맞추며 명백하게 멈추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가늠쇠 끝에 제 몸뚱이가 있는데 어쩌랴?


  “길을 잘못 드셨습니까? 허가 없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니, 물러나십시오.”


  “<엘 문도>의 테레사 알마스입니다. 귀 대사관의 베릴 전권대사님과 인터뷰 약속을 잡고 왔는데요…….”


  “그렇습니까? 확인해 보겠습니다.”


  뻔뻔한 거짓부렁이란! 어찌나 청산유수인지 저도 제 거짓말에 속을 것만 같았다. 경을 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큼지막한 마소 통신기로 아롤터 어 몇 마디가 오고 갔다. 무관은 건드를 아래로 내리고, 정중하게 좌석 쪽을 가리켰다.


  “이쪽입니다. 따라오십시오.”


  뭐지? 테레사는 순간 어리둥절하여 수상쩍게 멈춰 서고 말았다. 재수가 좋은 건가, 아니면 착오가 있는 건가? 경호원이 ‘마드모아젤, 이쪽입니다’라고 재차 말한 탓에 얼른 발부터 떼야 했다.


  그녀는 곧 귀빈석 최전열의 중앙 좌석으로 안내를 받았다. 기자 가방을 내리기도 전에 옆자리의 사내가 적포도주를 한 잔 건네며 뻔뻔스럽게 인사했다. 낯익었다. 반드르르한 저 얼굴을 보노라니 순간 이게 이 양반 계획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베릴 전권대사는 과장된 제스처에 유창한 세레네이 어로 말했다.


  “마드모아젤 테레사! 세레네이 어로는 흔히들 뭐라고 하더라…….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안녕하십니까, 베릴 전권대사님.”


  “오르데나 기자란 기자는 죄 베네딕토 국방위원장께 간 것 같은데, 가상적국 참관단에는 어쩐 일이신지?”


  아무 말이나 할 수는 없었다. 테레사는 미리 준비해 둔 멘트를 꺼냈다.


  “주 오르데나 에르사예즈 전권대사께서는 이번 추계 올림픽에서 자국 선수단 순위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인터뷰라도 해 볼까 해서.”


  “세상에,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가 다 웬 말입니까?”


  “그럼 좀 재밌는 이야기로 도와주시지 말입니다? 왕실근위대도 재밌는 이야길 못 밝혀내는데, 일개 기자가 어떡하겠습니까? 가서 들이 파 보라지만 별 수 있나, 이 말입니다. 데스크에서 저번 사건 때문에 무슨 연줄이라도 있는 걸로 알아 저만 곤란합니다…….”


  그는 히히덕거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뇌까리기 시작했다. 프로마주 냄새 나는 사내들이란! 일개 기자로서는 영업용 미소를 유지한 채 눈치만 볼 밖에.


  “보라고, 루이. 정말 멋있는 숙녀분이라니깐? 에르사예즈에선 남자건 여자건 은근한 게 매력이라는데 어디 이런 올곧음에 상대가 되냐는 말이야. 아, 테레사 기자님. 참고 삼아 말씀드리면 절더러 ‘어딜 잡아, 이 좆같은 새끼야’라고 말한 외국인은 당신이 처음이죠. 그것도 처음에는 세레네이 어로, 다음에는 아롤터 어로 두 번씩이나. 우리말은 좀 공부가 덜 되셨는지 ‘거길 잡아, 그 좆같은 아이야’라고 말씀해 버리셨지만.”


  “베릴 전권대사님…….”


  “농담입니다, 농담.”


  얼굴이 새빨개진 사람을 앞에 두고 무엇이 그리 유쾌한지 이웃나라 외국인들은 숫제 박장대소를 했다. 다만 전권대사만큼은 곧 스위치를 끄고 켜듯, 농을 갈무리하고는 진중해졌다. 일순 섬뜩함이 느껴졌다.


  “우리 대사관 사람들이란 고민거리가 많아 참 웃을 일이 적은데 말입니다. 테레사 기자님이 큰 웃음 한 번 주셨으니 저도 선물 하나 드릴까 합니다만.”


  “선물, 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선물. 기삿거리.”


  기삿거리! 온갖 불평과 불안이 휘발하며 퍼뜩 정신이 들었다. 수첩, 노트, 만년필……. 허나 베릴은 가방을 뒤적일 시간 따위 주지 않았다.


  “마티아스 아벨이라는 사람을 아시는지?”


  “……실례합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필기도구 따위 아무 필요 없었다. 매일같이 듣고 보는 이름이 아닌가? 여섯 자 이름이 괘종처럼 머릿속을 뎅 뒤흔들었다. 알레프에 고한다. 테레사는 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눈 앞 아롤터 사내가 흡족하게 웃는 걸 보면, 대강 알 만도 했지만.


  사내는 느긋하게 잔을 비운 뒤 나긋나긋하게 대답해 주었다. 약 올리는 것 같기도, 올무에 얽어 넣는 것 같기도 했다.


  “마티아스. 마티아스 아드리안 아벨.”


  “그 남자 이름이 왜 전권대사님 입에서 나오는 겁니까?”


  “마드모아젤 테레사, 선물 포장은 알아서 뜯어야 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럼 저는 부경기장에서 일정이 있어서. 실례하겠습니다.”


  거기까지였다. 전권대사는 깍듯하게 작별 인사한 뒤 일행 몇과 함께 휑하니 사라져 버렸다. 만나볼 때처럼 가히 바람 같았다. 곧 안내를 맡았던 경호원이 나타나 귀빈석 바깥까지 에스코트해 주었다. 따질 거리가 무한정이지만, 그뿐이었다. 따질 치가 사라져 버린 걸.


  테레사는 쭉정이가 되어 있었다. 마티아스 아벨. 오래 전 헤어졌던 남자가 저 수수께끼 외국인 입에 오르내리자 혼이며 얼이 끌려 나온 것이다. 구역질이 비명 같았다. 아무것도 게워내지 못한 채 경련만이 그저 텅 빈 속에 울렸다. 통로 외벽 손잡이에 기대 꿈틀거리노라니 곧 의료 지원반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다리가 풀려 꼴사납게 부축을 받으며, 차라리 속엣것을 죄 쏟아내고 그 위에 뒹굴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구호 센터 간이침대에 얼마간 얼음을 끼고 드러누워 있었을까, 제정신을 차리고 움직거리기가 무섭게 머리맡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좀 괜찮으십니까? 신체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으니, 곧 거뜬하실 겁니다. 의료 마소도 조금 투여해 드렸고요.”


  “아, 예……. 감사합니다. 민폐를 끼쳤습니다.”


  서넛 되는 구호소 자리에 환자는 혼자였다. 허투루 자리보전한 걸 남세스러워하지 않아도 되겠지. 의료반 여성은 그저 사람 좋게 웃고 있었지만.


  “뭘요. 기자분이시죠? 이런 영광스러운 행사에 고생이 많으십니다.”


  “어떻……. 출입증을 보신 모양이네요.”


  “네. 저도 부득부득 베네딕토 국방위원장님 연설만 겨우 듣고 일하고 있는 참입니다. 그분이 흡족하실 행사를 만들어야 할 테니까. 참말로 우리 오르데나 전통의 수호자로 걸맞은 분이시죠. 기자분들은 취재석에서 경청하셨을 테니 너무 부럽네요.”


  딴은 덕담이라고 하는 말에 틀림없었다. 어색하더라도 웃어 보여야 했다.


  “피차 민족영광을 위해 힘쓰는 처진데요, 뭘.”


  “네네, 그렇죠 좀 더 쉬셔도 될 것 같습니다. 탈수 증상이 오면 곤란할 테니, 나가실 땐 꼭 물 한 잔 받아 드시고요.”


  의료반은 구호물품이나 의료도구를 꺼내고 정리하느라 분주해 곧 자리를 떴다. 머쓱하게 홀로 남겨진 테레사는 일어날 마음을 아주 내던져 버렸다. 그 아롤터 친구들을 뒤늦게 쫓아 봐야 무익할 테고, 더럽게 센티해질 대로 센티해져서는 다른 취재 궁리를 해도 참 일없으니까. 이내 벌렁 드러누워 버리기로 했다. 태업이었다.


  그녀는 시를 좋아했다. 역사에 황금기가 짧고 세 번이나 내전을 겪어 오르데나 시는 대개 애보(哀譜)같은 맛이 있었다. 백 년 동서조 시대의 잿더미 위에서 왕위계승전쟁이랍시고 오르데나 군, 폰테베드라 군, 에르사예즈 군이 뒤엉키는 꼴을 보노라면 문인들이 환장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 그런 절규야말로 참으로 감칠맛이 나는 법이다.


  시간이여, 너 우리로 가득 차 떠나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돌아오는구나. 네 가슴에 온갖 미래를 묻고서는 천하에 가당찮은 현실로 되돌리는구나……. 나무는 숲에 숨기는 법이라 그렇고 그런 시집을 물고 시원하게 자위라도 하면 감쪽같이 잊히는 악몽들이 있었다. 저 시구처럼 역사란 쳇바퀴 같아, 아주 바뀌는 건 없을 테지만.


  그래, 그래. 오늘도 그저 그럴 뿐이 아닌지? 알레프에 고한다. 여전히 의문 만만이나 적어도 얼굴색은 사람색이 되었다. 테레사는 곧 구호소 천막을 떴다.


  뭉그적거리는 새 점심시간이 가까웠다. 미리 말을 맞추어 놓은, 스타디움 앞 ‘구두 닦은 소화전’으로 삐걱삐걱 나가자 일라리오는 여느 때처럼 밝았다. 장내 무료 급식소에서는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둥, 근처에 아는 집이 있으니 식사는 그쪽에서 어떻겠냐는 둥 조잘거리는 말에 대답 대신 저 고개만 달그락거렸다. 워낙 무심해 버릇한 덕에 저기압인지 얼이 빠졌는지 분간 못 할 테니 다행이었지만.


  에스코트를 받으며 한 블럭 떨어진 레스토란테까지 가는 동안 그녀는 줄곧 뇌리에 마티아스 아벨, 마티아스 아벨이었다. 아롤터 족속들이 왜 그 새끼를? 기삿거리란 건 도대체? 앞뒤가 어떻게 돼먹은 일인 건지? 아무것도 자문자답할 수 없었다. 사실 전권대사가 오래 전 무례에 복수할 건수를 벼르다 사람 골 썩게 만드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데스크고 팀장이고 그 프로마주 친구들이고, 어디 선한 사람 없을 테니까.


  그럭저럭 까수엘라가 한 접시 앞에 놓일 때까지 그저 갑갑하고 떫었다. 그녀는 식사를 구실 삼아 여념중에 한 장씩 건성으로 넘기던 후배의 기사 초안을 덮어 버렸다. 


  테레사는 새우며 마늘편, 초리소 조각을 뒤적거리다 불쑥, 건너편에 던졌다.


  “일라리오, 한번 사고 실험을 해보자. 오래 전에 연 끊은 인간이 갑자기 연락해 오면 어떡하는 게 좋을까?”


  “무슨 맥락입니까, 이거? 제 기사랑은 상관없는 이야기 같은데…….”


  얼결에 별말이었고 그녀는 그저 중천을 받아 태양빛으로 싱글거렸다. 빨리 대답이나 해. 그렇게 말없이 말하는 것 같았다.


  어련하시겠구나 싶다가도 섭섭한 건 섭섭한 것. 일라리오는 나름대로 삐뚜름하게 굴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잘 모르죠. 남자인지, 여자인지, 친구인지, 그저 소원해진 건지, 싸우기라도 한 건지, 등등 정황을 분명히 해 주셔야.”


  “일라리오 네가 집안이나 콘벤시온 대학 연줄로 <엘 문도>에서 왕실 공보처 주무관으로 자리 옮긴다고 해볼까? 송별식 날에 내가 등에다 대고 ‘정론지에서 일하고 싶기 무슨, 꿀이나 빠는 인생인 새끼가!’라고 빽 소리지르고는 연락 끊긴 것 같은 느낌으로.”


  그는 살그머니 눈치를 봤다. 유별난 선배인 만큼 역린도 제멋대로니까. 오만상이 아니니 적어도 짜증난 건 아닌 걸까?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일라리오 소노테르 씨, 기자는 늘 진실해야지요!”


  일라리오는 얕게 한숨을 쉬고는 선배의 콧잔등 아래 즈음을 쳐다봤다.


  “저 같으면 받을 것 같네요. ‘이 미친년이 무슨 낯짝으로?’라는 생각으로. 없는 사람인 셈 쳐도, 재밌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들어줄 법하지 않습니까?”


  “미친년.”


  괜한 과격은 아니었을까, 깊게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이내 일어서며 식대를 셈해 기사 뭉치 위에 놓았다.


  “기사는 바로 팀장 보여줘도 되겠다. 난 정보원이랑 컨택하러 가볼게.”


  “일 이야기하신 거였어요? 제 기사가 별로라 말 돌리시는 줄 알았네.”


  “웬 헛소릴……. 난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야. 아닐 땐 면상에다 원고를 패대기쳤을 거라고, 일라리오.”


  테레사는 등 뒤로 손을 흔들었다. 거기다 대고 ‘아버지한테도 얼굴은 맞아본 적 없는데요’라 외쳤다. 칵테일드레스 자락이 폭소로 흔들리면서도 착실히 멀어져 갔다.


  빈말에 허언이 오간 걸까, 다소간 도움이 되었을까? 일라리오는 웨이터를 불러 테이블을 치우고 식후 차를 가져다 달라고 청했다. 기사 초안은 얼른 가방에 갈무리해야 했다. 유산 아닌 유산은 팁 삼으려다가 얼른 지갑에 동 금액으로 바꿔 넣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시트러스향이 바스락거렸다.



  테레사는 턱을 괴고 있었다.


  다른 기자 눈 피하려 외근길을 거꾸로 밟아 푸에르타 데 라 레이나 광장 어느 모퉁이의 카페에 틀어박힌 참이었다. 눈에 띄면 고깝게 여길 치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 그녀는 테이블에 놓인 무슨 기계를 이리 빙글 저리 빙글 희롱하고 있었다. 마소 호출기였다. 손길을 감지한 다이달라이트 렌즈가 빨갛게, 깜빡거렸다.


  마소 컬라이더 근무 연구자들은 국방위원회의 철저한 비호를 받고 있다. 소위 마도강국을 위한역군으로 영웅화되면서. 아닌게아니라 오르데나의 세 정론지라면 모를까 불순 2류 언론사 소속으로 쉬이 취재 자격이 나올 리 없는 것이다. 그마저도 고발 기사 전문의 요주의 기자라면 애저녁에 어림없는 이야기겠지.


  다만 테레사에게는 핫라인이 있었다. 당면한 고민은 바로 그 핫라인에 대한 것이었다. 스물여덟 평생 질척거려 본 적이 없으니 줏대 문제도 문제거니와 마티아스가 선선히 연락을 받아 준다는 보장부터가 없는 것이다. 그 대거리를 하고 갈라섰으니 남남을 넘어 원수인 거라고, 적어도 그렇게 생각해 왔으니까……. 누구 말대로 미친년 취급이라도 받을 기회가 있다면 다행이리라. 실속 없이 거리낄 것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구가 다 뭐라고 테레사는 눈을 질끈 감으며 다이달라이트 렌즈를 꾹 눌렀다. 방사광이 입체적으로 솟구쳐, 적색 HUD로 전환되었다. 능숙하게 손을 담갔다.



  테레사야 이상한 소릴 들어서 직접 확인해 보려고



  눈금이 붉게 깜빡거렸다. 그 한 줄이 다 뭐라고, 족히 반 시진을 끙끙 앓던 그녀는 못 이기는 척 질펀하게 덧붙였다.



  오랜만이지 웬 미친년인가 싶으면 답장 안 해도 돼



  평문을 완성한 그녀는 노트를 꺼내 닙을 사각거리기 시작했다. 자음과 모음을 좌로 1, 우로 12, 좌로 5, 우로 16, 좌로 6칸씩 밀어 변환했다. 레이나 발렌티나에 다니던 시절, 마티아스와 둘이서만 쓰던 알레프(Aleph) 암호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춰눠됴부봐묩툫미놘곈뵤묘쇂슐튚봫퇘리느피

  비뇋둏봐솨엏돠왛흫봫표뫜볘듷굘숍뵿톼기긔



  완성된 1차 암호문을 두고, 테레사는 자음에서 모음 순으로 숫자를 부여하여 재차 암호화를 실시했다.



  10 32 2 32 3 20 6 21 6 29 5 20 5 12 20 14 5 24 2 29 2 1 28 2 6 20 5 20 7 29 13 13 34 13 6 29 14 12 30 4 24 2 23 13 24

  6 24 2 30 14 3 20 14 6 29 7 29 8 17 14 3 29 8 29 14 14 19 14 6 29 14 13 20 5 29 11 6 28 3 23 14 1 20 4 7 20 6 6 20 14 12 29 1 24 1 35



  완성이었다. 얼른 HUD를 두드려 평문을 지우고 숫자로 된 암호를 써넣었다. 그녀는 구역질이라도 하듯, 꿈틀거리며 송신 조작을 했다. 그 시절에는 달포에 열댓 통씩 주고받았었지……. 궐련을 꺼내 주둥이에 물자 마자 금연 경고를 발견하여 얼른 모조리 치워버리고는 의자에 녹아내렸다. 엉덩이는 좌판 끝에, 양 팔은 팔걸이에, 머리는 등판 한 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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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Naufrago

안녕하세요

comment (1)

까치우
까치우 19.07.12. 21:59

오탈자 “소위 마도강국을 위한역군으로 영웅화되면서.”

성자의 딸기에서의 달암호가 무척 인상 깊었는데 이번에도 암호가 나오네요. 좌로 우로 왔다갔다 한다면 결국 한 쪽으로 미는 것과 같지 않나요? 아마 그런 의미가 아닐 테지만 어떤 말인지 이해가 안 가네요.

남친 이름 듣고 얼빠진 테레사 부분은 꼭 로맨스소설 같군요.

연설 듣고 베네딕토 국방위원장님 팬 됐는데 언제 또 나오실지.. 국방위원장.. 국방위원장.. 웅변 잘하는 남자..

물론 성자의 딸기와, 애프터글로우 또한 고대하고 있습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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