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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달로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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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12 Jul 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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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Naufrago
협업 참여 동의 아니오

  알레프에 고한다.


  테레사는 여전히 미친년처럼 괴성을 지르며 깨어났다. 완연한 가을 새벽이어서 잠자리가 선선하다 못해 싸늘한 와중에도 온통 땀으로 칠갑일 정도로. 옹송그린 몸뚱이가 바들바들 떨렸다. 마티아스, 마티아스, 마티아스, 보고 싶어, 마티아스……. 거칠게 움킨 이불잇이 온갖 서글픈 꼬락서니로 울고 또 울었다.


  축축한 옷가지를 떼어 내고 나자 저편에 놓인 다이달라이트 호출기가 빨갛게 깜빡이고 있었다. 심장이 비틀리는 것 같았다. 우당탕퉁탕 뛰어 렌즈를 건드렸다. ‘선배, 오늘 어디로 출근하십니까?’ 엉뚱하게도 후배의 메시지였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히스테리에 못 이겨 죄 없는 일라리오에게 할 욕 못할 욕 다 툴툴거리면서.


  그녀는 바닥에 늘어져 헤드 업 디스플레이를 만지작거렸다. ‘사무실, 수고’. 이게 둥그런 기계가 아니라 뾰죽한 금속붙이였다면 분명 손목을 찍고야 말았으리라.


  구물구물 몸을 씻고 나와 보니 오전 여섯 시 반이었다. 그제서야 얼마간 머리가 식어, 재차 호출기를 조작해 오후 즈음에는 스타디움 쪽으로 가겠노라 후배에게 전언했다. 그러던 중 무심결에 공석 야회복을 꺼냈다가 도로 걸어두었다. 유력 취재원이 만나주지 않을 것 같으니 무소용한 치장일 터. 평소처럼 하이웨스트 팬츠에 블라우스, 재킷을 따박따박 걸치고는 집을 나섰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게 아침나절에는 늘 다행스레 느껴졌다.


  인파로 혼란스러운 예사 러시아워의 푸에르타 데 라 레이나 광장. 그나마 <엘 문도> 사무실은 콘벤시온 스타디움 반대 방향이어서 어제 외근길보다 한결 나을 것 같았다. 적당히 부양선 정거장 근처 가게에서 추로에 초콜라떼로 요기를 한 뒤 식후땡 삼아 담뱃갑을 뒤지자, 손맛이 허했다. 못나게 찡그리며 근처 가판대를 찾을 밖에.


  늘 피우는 담배가 이런 정거장전에서는 바가지로 20오르덴이나 했다. 값을 치르다가 경쟁사들의 오늘자 헤드라인이 눈에 밟혔다. ‘여성 단체 건드 클레이 사격, 16강서 에르사예즈에 석패… 건드 클레이 사격 전 종목 금메달, 개막일에 좌절’ ‘오르데나 여성 대표팀, 첫 발부터 주춤… 국기 건드 클레이 사격에서 일격’. 아침 댓바람부터 숫제 글줄로 곡이었다.


  부양선 줄로 돌아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식후땡이라기엔 아주 늦어버렸지만, 이만한 것도 없었다. 입맛을 다시고 있자니 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저기……. 아가씨, 죄송합니다. 염치없지만 불 좀 빌립시다.”


  “네? 아, 네…….”


  별 생각 없이 점화기를 잠시 건넸다. 수다스러운 사람인지, 뒤에 선 사내는 불을 돌려주면서 주절주절 말을 붙였다.


  “고맙습니다. 좋은 점화기 쓰시네. 이쪽에서 타시는 걸 보니 일 때문에 올림픽 구경은 그른 모양입니다?”


  “아, 예. 퇴근하고 신문으로나 봐야겠네요.”


  테레사는 담배 필터를 문 채 심드렁했다. 아무래도 뒷사람은 말상대가 사람이건 소화전이건, 제멋대로 툴툴거리고 싶었던 듯했다.


  “쯧쯧, 건드 클레이 사격에서 여성 단체팀이 미끄러진 거, 들으셨지요? 그것도 냄새나는 프로마주들한테……. 불명예도 이런 불명예가 없지 말입니다! 아, 줄 가네요. 가시죠. 불 고맙습니다.”


  “아뇨, 뭘요.”


  두 끽연가는 얼른 목례하며 간격을 좁혔다. 부양선 타기 전에 다 태워야 할 테니 가쁘게 들이쉬고 내쉬어야 할 터.


  오늘도 사람에 부대끼며 부양선에 탔다. 테레사는 멍하니 창가 근처까지 밀려났다. 이놈의 도시에서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든 모놀리토의 까맣고 까마득한 그림자에서 벗어날 길 없었다……. 그저 눈을 감아버리기 전에는. 그녀는 마빡을 지그시, 손잡이 삼은 기둥에 눌러 문댔다. 일 생각이나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결국 일은 돌고 돌아 꼼짝없이 원점이었다. 전권대사는 분명 선물 삼아 기삿거리를 주겠다고 했다. 기삿거리. 그 프로마주 양반이 미주알고주알 더 입을 열 리 없겠지. 당장 곧이곧대로 마티아스에게 쫓아가서 될 일도 아니고……. 기실 팀장에게 공쳤다고 까여도 할 말이 없었다. 특종기자에게 이런 거지 같은 경우란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마는.


  에르사예즈 전권대사가 왜 마티아스를 예의주시하는가? 얼른 들면서도 핵심적인 물음이란, 다섯 살배기라도 대답하겠다며 떽떽거려 봄직했다. 오르데나와 에르사예즈 양국간 알력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가상 적국의 일선 마도학자들에 대한 계책은 따박따박 준비되어 있겠지. 다만 도대체 왜 꼬투리를 흘렸는지 도무지 알 길 없었다. 


  질문을 바꾸어 베릴 전권대사가 내게 원하는 건 뭔가? 몇 번을 곱씹고 또 곱씹어도, 불가해했다. 마티아스가 내통하고 있나? 그렇다면 내가 특종으로 터트리게끔 할 이유가 없어. 나를 앞잡이로 끌어들이려고 하나? 그렇다기엔 정보든 금전이든, 합당한 반대급부가 있었겠지. 이어 전 애인으로 마티아스를 들쑤셔 동요하게끔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멍청한 망상에 이르자, 테레사는 제 머리를 거칠게 쥐어박았다. 당장 해결되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푸에르타 데 라 레이나 광장에서 세레네이 대로를 따라 반 시진, 방사상에 직교하는 교차로 정류장에서 하선했다. 아우로라 거리를 따라 이내 사무실이지만 아직 조금 시간이 있었다. 그녀는 기자 가방을 고쳐 메고 세월아 네월아 굼적거렸다. 단 일 분이라도 가외로 허투루 일할 수 없는 일이니까.


  대로변이 괴상하게 소란스러웠다. 테레사는 불구경이라도 하듯, 근처 소화전에 엉덩이를 붙이고 담뱃갑을 꺼냈다.


  아닌게아니라 괴상하게 시끄러울 만도 한 게, 작은 점포 앞에 웬 사람이 예닐곱씩 몰려들어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쁘띠 메종>이라는 상호를 보고서야 정황이 짚이는 것 같았다. 주인 나오라느니, 지금 오르데나가 불명예를 당했는데 무슨 낯짝으로 수도에서 이런 요리를 팔아먹냐느니, 에르사예즈 놈들은 두들겨 패도 시원찮다느니……. 


  주인장이 나타나자 상황은 숫제 부조리극으로 승화하여 척 보아도 평범한 세레네이 사람인 사내더러 프로마주 패거리, 전통과 명예를 모르는 놈, 에르사예즈 밑닦개 운운하며 밀고 밀치기 시작했다. 누가 선뜻 나서 도울 수 있으랴? 이내 무뢰배들이 가게 주인을 끌어내 길바닥에 동댕이쳤다. 어떤 효시 같았다. 추잡스러운 효시. 유리창이 짱돌에 깡그리 결딴나고, 테이블은 거꾸로 뒤집혔으며 의자는 다리가 분질러졌다. 두엇은 그 사이 접시나 잔 따위를 그러모아 냅다 줄행랑을 쳤다. 곡소리만 남을 때까지, 그저 그렇게 터무니없었다.


  테레사는 삐뚜름하게 연기를 씹었다. 모난 소화전이 참 적절한 증인석이 아닌가 싶었다. ‘마도…… 강국은…… 좆이나…… 까라……’ 천천히 헤드라인을 고심해 보기에 딱 알맞은 방청석. 곧 담뱃불을 비벼 끄고 가방을 걸쳤다. 주머니에서 다이달라이트 방사광이 위로 비쳐 보였다. ‘선배 알겠습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답장은 일라리오답게 핀트가 엇나가고, 가리늦었다. 정시까지는 십 분 남아 있었다.


  사무실 분위기가 이상하리만치 분주했다. 조간 배부야 일찌감치 끝났고, 기자 태반이 그놈의 마도 올림픽 덕에 외근이니 관리자나 몇몇 선임 기자만 남아 있을 터. 무슨 일이 터졌든 남이사, 숨어들기 딱 좋은 분위기라 살그머니 자리에 가 앉았다. 괜히 팀장한테 미주알고주알 고해 바치기 번거로우니까.


  하지만 썩 재수 좋은 날은 아닌지, 얼마 못 가 딱 걸리고 말았다. 미겔 팀장은 테레사의 옆 파티션 너머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의문 반 의심 반으로.


  “테레사, 왜 사무실로 출근한 거야? 아롤터 친구는 어쩌고?”


  “아, 팀장님. 설명하려면 좀 긴데…….”


  “설명해 봐, 길든 짧든.”


  누가 놀기라도 할까……. 이왕 이리 된 일, 테레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제 베네딕토 저하 연설 직후 곧장 에르사예즈 참관단 쪽에 쳐들어갔었죠. 귀 대사관 전권대사랑 인터뷰를 좀 하고 싶다니까, 만나게 해 주더라고요.”


  “뭐라고? 거짓말하는 거 아냐?”


  “거짓말은 뭐가 거짓말입니까, 처음에 무관이 건드 들고 제지해서 얼마나 무서웠는데…….”


  “그쪽 인터뷰를 이렇게 쉽게 딴다고? 이건 뭐…….”


  실상은 하루 공친 셈이나 워낙 상대가 상대여서 이만해도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그녀는 딱 거짓말은 않는 정도로 했다.


  “여하튼 베릴 그 양반이랑 이야길 좀 했는데, 요약하면 제가 재밌으니 선물로 기삿거리를 하나 주겠다고…….”


  “기삿거리? 허, 참. 뭔데?”


  “아직 설명할 단계는 아닌 것 같고, 취재원 만나 보고 정리가 되면 보고하겠습니다. 윤곽이 아직 안 잡혀서요.”


  “좋아, 좋아. 알았어.”


  그럭저럭 넘어간 게 분명했다. 테레사는 괜히 과장되게, 칸막이 너머를 가리키면서 주위를 돌리려 들었다.


  “그나저나 다들 이 시간에 뭐가 이리 바쁘답니까?”


  “호외. 가서 보든지.”


  “호외요? 마도 올림픽 시즌에 웬…….”


  참 별일이었고 시절이 시절인 만큼 더 그랬다. 팀장은 마시던 커피를 비우며 휑하니 사라졌다. 목적은 달성했으니 귀찮게스리 설명이나 하고 있긴 싫다는 거겠지.


  테레사는 제 자리에서 쏙 빠져나왔다. 그래도 괜히 다른 기자 붙들었다가 바쁘다며 타박 받기는 싫었다. 복도 한 쪽에 호외 묶음이 쌓여 있었고, 삯일꾼들이 일렬종대로 들어와 푼돈을 쥐면서 한 단씩 들고 나가는 중이 아닌가? 한 부 빼돌려도 별 일 없겠지. 잔돈 부스러기를 집어 주고, 막 나가는 날품팔이 한 명에게서 호외를 받았다.


  국방위원장께서 어디 파격적인 행차를 하셨겠거니, 왕실에서 무슨 담화를 했겠거니 하던 그녀는 곧 고철더미처럼 형편없이, 우뚝 멈춰 서고 말았다.



<EL MUNDO>

라 아르모니아 29년, 10월 16일 호외

  저명한 마도학자 마티아스 아드리안 아벨, 자택서 숨진 채 발견

  왕국 경찰은 자살에 무게를 두고 수사……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마소 싱크로트론의 핵심 설계, 렙토스 이론 완성, 비선형 차원절리 모델을 제창한 마도학자 마티아스 아드리안 아벨(28) 씨가 금일 새벽 3시 30분경, 라 오르데나 세레소 거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동료 연구자들에 따르면 아벨 씨는 휴식 및 추계 마도 올림픽 관람차 사흘 간 휴가를 신청했으며 이틀 전 오후 19시경 퇴근하여 왕도까지 부양선편을 이용, 자택까지 귀가했다. 최초 목격자인 폰소 에르난데스(51) 씨는 부재중 주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가 피해자를 발견하였다고 한다. 사체 주변에서 다량의 수면 의료 마소가 발견되어 아벨 씨가 자살을 기도한 것이 유력하나, 직업 특성 상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사건을 담당한 오르데나 왕국 경찰 총본부에서는 아벨 씨가 라 오르데나에 도착한 후부터 사건 시간 전까지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으며,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오르데나 왕국 마도학은 또 다시 핵심 인재를 잃은 충격을 딛고 일어서야 할 것이다.



  호출기가 재차, 주머니 속에서 적색광을 냈다. 테레사는 넋이 나간 채 그저 반사적으로 다이달라이트 렌즈를 만졌다. 발신인 미상의 메시지였다. 숫자 하나하나가 끼어들며 HUD가 울부짖는 꼴은 일견 소름끼쳤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누가 보냈는지를.



  「13 22 2 29 6 32 5 22 9 24 14 5 28 10 29 10 26 5 29 6 24 14 13 34 6 7 20 6 6 19 8 28 6 13 33 1141 4 22 14 4 24 13 34 14 12 20 3 6 32 5 22


  14 20 14 28 14 13 28 3 24 1 28 1 6 22 2 13 26 2 1 28 2 6 28 2 6 20 2 13 24 6 29 5 5 14 28 14 13 22 5 13 20 10 6 28 14 14 28 13 13 29 3 6 28 2 4 20 1 6 20 5 5 1 20


  14 20 14 27 14 13 28 6 22 1 1 22 14 13 22 5 1 24 6 29 7 32 14 28 14 14 20 2 28 2 14 24 2 2 20 13 32 12 20 2 5 25 6 29 5 5 14 28 14 13 22 5 6 29 6 22 4 5 6 28 2 7 29 1 24 3 24 2 28 2 1 20 14 28 14 1 26 2 23 6 26 3 6 32 5 20 2 24 7 20 4 12 23 5 5 13 24


  14 20 13 20 6 29 3 29 4 24 6 20 5 5 1 22 14 13 22 5 6 32 5 22 1 20 5 29 14 18 14 7 20 6 17 2 24 6 26 2 5 26 6 22 4 5 6 28 2 7 29 1 24 3 24 2 28 2 1 20 14 28 14 1 26 2 23 6 26 3 6 32 5 20 2 24 7 20 4 12 23 5 5 1 20


  1 20 12 30 6 5 28 2 22 4 13 32 1 24 3 23 8 29 2 4 20 3 6 19 4 26 2 3 23 14 13 13 28 10 6 32 3 20 6 13 20 6 6 29 14 30 13 32 7 20 6 6 25 6 12 20 13 29 5 29 7 20 6 12 30 5 5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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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 4 2 32 11 28 6 32 13 24 12 20 8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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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Naufrago

안녕하세요

comment (2)

까치우
까치우 19.07.25. 20:56
아니 오반데 암호 못 풀겠는데
까치우
까치우 19.07.2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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