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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성과 와일드 헌트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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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오두막의 벽을 뚫고 검은 머리의 청년이 튀어나왔다. 

그가 흙바닥을 구르자 갑옷 속 찰갑이 절그럭거렸다.

브리간딘 위로 걸친 회색 로브는 누더기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청년은 어렵지 않게 몸을 일으켰다.


“뭐 하고 있어!”


청년의 옆에 누군가 날아와 소리쳤다. 

분홍빛이 도는 비둘기는 부산스럽게 날아다니며 말을 걸었다.


“고작 와글 몇 마리한테 쩔쩔맬 거냐? 우르!”


청년은 손짓으로 비둘기를 치워낸 뒤 재빠르게 자세를 취했다. 

작은 원형 방패를 찬 왼팔을 비스듬하게 내밀었으나, 허리춤에 찬 칼은 뽑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빠져나온 오두막을 침착하게 노려봤다.


“그르르……”


가라앉아가는 먼지 속에서 무언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갈색으로 썩어가는 피부. 

뒤틀린 관절 때문에 네발로 기어 다니는 몸. 

시체를 훔쳐 먹는 와글이 구멍을 통해 우르를 보고 있었다.


물론 와글은 무언가를 지켜볼 정도로 성미가 느긋한 마수는 아니었다. 

그저 살을 탐내려는 본능에 비해 지능이 따라오지 못할 뿐. 

벽에 난 구멍에 세 마리가 동시에 달려드는 바람에 와글은 벽에 끼어있었다.


좋은 기회다.


우르는 가방에서 두 개의 병을 꺼내 들었다. 

하나는 빨간 액체에 찌꺼기가 떠다니는 유리병, 다른 하나는 대나무로 만든 병이었다. 

바싹 말린 대나무병에는 기름종이로 만든 심지가 붙어있었다. 

우르는 빨간 액체를 입안에 쏟아붓고는 부싯돌로 심지에 불을 붙였다. 

세 마리의 와글이 벽을 부수고 나올 때쯤 그는 이미 투척 자세를 마친 상태였다.

비둘기는 재빨리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우르는 아랑곳하지 않고 속으로 수를 세기 시작했다. 

3초. 

2초. 

마지막 숫자를 세기 전에 우르는 병을 내던졌다.

와글의 얼굴에 병이 닿을 때쯤 마지막 1초.


“크켁?!”


병이 갈색에 가까운 빨간 연기를 뿌리며 터지자 와글들은 그대로 바닥에 미끄러졌다. 

기도가 썩은 탓에 와글은 제대로 된 기침은 하지 못하고 바닥에 누워 버둥거렸다.


“최루탄 쓸 때는 미리 말하라고 했지?”


하늘 높이 날아갔던 비둘기가 돌아와 잔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괜히 끼어들지 말고 피해있으라고 했잖아.”


우르는 빈정거리고는 칼을 꺼냈다. 

평범한 철은 띨 수 없는 새하얀 검신의 아밍소드. 

연기가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 우르는 와글에게 다가가 침착하게 칼로 찔렀다. 

배가 꿰뚫린 와글은 움찔거리더니 곧이어 검은 얼룩만을 남겨두고 사라져버렸다. 

마수는 죽을 때 시체의 파편조차 남기지 않으니까. 

우르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고는 다시 오두막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구멍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다가 눈가를 찌푸렸다.


“예상은 했다만 아무래도 할배가 실망하겠군.”


우르의 목소리엔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



우르는 가죽 주머니 안을 살펴보다 혀를 찼다. 

주머니 안의 동전은 모두 흙이 끼거나 그을음 따위가 묻어 있었다. 


“이봐 할배. 좀 모자란 거 같은데.”

“나머지는 일을 완전히 끝냈을 때 주겠다고 했잖아.”

우르와 마주 선 노인은 불안해 보이는 노기를 띠고 있었다. 

그 밖의 마을 사람들은 모두 집 안에 박혀 우르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여튼 맘에 들지 않는 동네야.


“…그래서 우리 손주는 어떻게 됐지?”


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르는 나뭇가지에 앉은 비둘기와 눈을 마주친 뒤 한숨을 내쉬었다.


“할배. 몇 번을 말했지만, 무덤가에서나 사는 와글이 마을에 가까운 폐가에 자리 잡으면 이미 늦은……”


“잡소리 말고 우리 손주가 어떻게 됐냐니까!”


노인이 지팡이로 땅을 찍어 누르자 우르는 혀를 찼다.


“하루라도 빨리 태우는 게 좋을 거야.”


“…뭐?”


“화장하라고. 네 살 먹은 애도 제대로 장사 지내지 않으면 와글이 되는 법이니까. 폐가도 하는 김에 같이 태워.”


노인은 한참을 부르르 떨더니 낮게 중얼거렸다.


“…하나밖에 없는 손주인데……"


“그러니까 영주가 아니라 처음부터 나한테 왔으면 좋았잖아.”


우르는 짜증을 부리며 말을 이었다.


“댁들 같은 화전민을 신경 쓰겠냐고. 나한테 왔을 때는 애는 이미 죽었다니까.”


“네가 뭘 안다고 죽느냐 마느냐 소리를 지껄여?”


노인은 지팡이를 휘두르기 시작했으나 우르는 손쉽게 낚아챘다.


“잘 아니 이 짓거리 하면서 먹고 살지.”


“이놈! 이 노옴!”



노인이 지팡이 뺏으려 달려들었지만, 우르의 악력은 이길 수가 없었다. 

우르는 지팡이를 놓으며, 살짝 밀쳤고 노인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자기 손안에 돈주머니를 던지고 받으며 입을 열었다.



“계약을 그렇게 했으니 이번에는 이 정도만 받지. 그리고 댁들은 마수의 털끝 하나 못 건드리니 괜한 짓 하지 말고.”


그리고는 뒤돌아서 마을을 떠났다. 

노인이 무어라 소리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좀 심했어.”


숲길을 어느 정도 걷자 어깨에 앉아있던 비둘기가 말을 걸었다.


“애를 잃은 노인이다. 험하게 대할 필요는 없잖아.”


“그렇다고 내가 노친네 성미를 받아줄 필요도 없잖아.”


우르는 자신의 검은 머리칼을 검지로 꼬며 말했다.

비둘기는 대답 대신 구구거렸다. 

우르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돈주머니 안을 보며 혀를 찼다.


“적자야. 포션 값도 안 나오겠네.”


“촌구석에선 그거 마련하기도 어려웠을 거다. 그 정도는 생각해야지.”


“이봐. 이카.”


우르가 오른쪽 어깨를 들썩이자 비둘기가 날아올랐다.


“제값 받고 일하라고 하지 않았어?”


“흥정을 실패한 시점에서부터 네 잘못이지.”


“마을 전체가 와글 천지가 되게 생겼는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와글에게 살해당한 시체는 와글이 되고, 음기마저 끼면 묻은 시신까지 와글로 부활한다. 

마을에 와글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불어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목숨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 보다 쉽게 사라지는 법이었다.


“포션이야 수제로 만들어도 되잖아.”


“약초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문제지. 요즘은 눈에 띄지도 않는다고.”


우르가 걸음을 옮기자 이카가 다시 어깨에 앉았다.


“애초에 바닥에 구르지만 않았어도 포션 쓸 일은 없었어. 넌 몸을 너무 험하게 다뤄.”


“그전에 내가 낸 계획대로 했으면 됐잖아.”


우르가 빈정거리며 대답했다.


“폐가에 불 지르거나 내가 먹음직스러운 미끼가 되어서 와글을 끌어내는 거? 그걸 말이라고 하냐?”


“가만히 앉아서 뛰쳐나오는 놈들 톡톡 찔러주면 그만인데.”


“전자는 잘못하면 숲이고 마을이고 다 태워 먹는다. 그리고 연장자를 사지로 내모는 녀석이 어디 있어?”


“대접받고 싶으면 모범을 보이시든가.”


“망할 놈.”


이카는 투덜거리고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우르.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하지 마.”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해?”


우르는 헛웃음을 터뜨리곤 입을 열었다.


“뭔데.”


“너 요즘 왜 그리 초조한 거냐.”


우르는 발을 멈췄다가 곧바로 다시 걸었다.


“뭐가?”


“뭐긴 뭐야. 너 하는 꼴이 요즘 따라 오줌 마려운 개 같으니까 그렇지.”


“방광 조절은 잘 되는데.”


“스무 살도 안 된 놈이 거기에 문제 생기면 쓰겠냐?”


이카는 한숨처럼 구구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뭐. 네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그렇겠다만, 그 까칠한 태도는 고쳐. 예쁨은 못 받아도 원한은 사지 말아야지.”


“차라리 재롱을 부리라 그러지. 그 노인 한테 뭐하러 예쁨 받어?”


우르는 콧방귀를 뀐 뒤 말을 이었다.


“화낼 대상도 못 정한 노인네가 복수하겠다고 들쑤시다가 와글이 되면 골치만 아파. 산 사람은 살아야지.”


“호오. 그런 생각도 하셨나? 상냥해라.”


“꿈자리가 사나워지는 게 싫을 뿐이야. 잠깐……”


우르는 빠르게 수풀 사이로 몸을 숨겼다.


“왜?”


이카가 묻자 우르는 쳐다보지도 않고 검지로 가리켰다. 

텅 빈 들판에 세워진 허술한 오두막. 누군가가 서 있었다. 

우르가 이카를 보자, 이카가 구구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도 모르는 사람이야.”


“그럼 대체……”


 

수수한 색이지만, 고급스러운 외출복에 가지런히 묶은 금발. 

기품 있어 보이는 여자. 

다시 말해 우르 같은 사람과는 하등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손님인가?”


이카가 말하자 우르가 부정했다.


“돈 많아 보이는데 정식 사냥꾼을 고용하지 뭣 하러 불법에 손을 대겠어. 게다가 귀족 놈들은 항상 불쑥 찾아오기 전에 편지를 보내잖아.”


우르는 찬찬히 기억을 떠올렸으나, 편지 같은 게 온 적은 없었다.


“온 게 있다만.”


우르의 기억에만 없었다. 

그가 빤히 쳐다보자 이카는 구구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 걸 읽는 건 항상 내 몫이잖아.”


“왔다는 것 정도는 얘기했어야지.”


“발신인도 의뢰 내용도 날짜도 없이 찾아오겠다기에 장난인 줄 알았다. 전에도 가끔 그런 거 왔잖아.”


“집을 옮기기 전까진 그랬지. 어떡한다.”


우르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기다란 천을 꺼냈다.

그리고는 허리춤에서 아밍소드를 뽑은 뒤 감싸기 시작했다.


“뭐 하는데?”


“일단은 만나보는 수밖에 없잖아.”


“아니 지금 뭐 하는 거냐고.”


“혹시 모를 상태에 대비하자는 거지.”


우르는 천으로 감싼 걸 들며 말을 이었다.


“그럼 가자고. 손님 맞으러.”


여자는 닫힌 문을 보고는 머뭇거리며 서 있었다. 

곧 우르가 다가오자 재빨리 뒤돌아섰다.


“아……”


그녀는 우르를 보고는 이유 모를 탄성을 뱉었다. 

우르 역시 여자와 갑자기 눈을 마주치는 바람에 살짝 몸이 굳었다. 

어떻게 눈치챘지? 

그렇게 생각하고는 우르는 여자를 살펴봤다. 

탁한 금발에 녹색 빛 눈동자. 멀리서 봤을 때도 느낀 거지만, 미녀인 축에 속했다.


“볼일 있나?”


우르는 경계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여자는 묵례하고는 입을 열었다.


“우르 씨…… 맞나요?”


“미안한데 일을 맡길 거면 내일 찾아와 주겠어? 오늘은 이미 일이 끝났거든.”


우르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어깨에 앉은 이카가 구구거렸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 다른 일로 찾아왔는데요.”


“다른 일이라고?”


우르는 눈가를 찌푸리고는 오른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일이 아니면 어째서 찾아온 거지? 댁 같은 분이 납실 장소는 아닌데.”


우르가 쏘아붙이자, 여자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그게…… 우르는 가짜 이름이고 오딧사……”


그 순간 우르가 달려들었다. 

이카는 재빨리 날아올랐고, 여자는 오두막 문에 처박혔다. 

우르는 턱을 쓰다듬던 손으로 왼쪽 가슴에 단 단검을 뽑고는 그녀의 목에 겨누었다.


“…너 뭐야?”


우르는 낮은 목소리로 위협하며 몰아세웠다. 

여자가 버둥거릴 때마다 낡은 문이 삐걱거렸다.


“이거 좀 놓고……!”


“안 되겠는데. 그 이름을 알만한 녀석은 별로 없거든. 빨리 대답하는 게 좋아. 너 정체가 뭐냐?”


“말을 할 수가……”


“우르!”


이카가 거칠게 소리쳤다.


“그만둬!”


“끼어들지 마. 이건 내 일이잖아.”


우르는 아랑곳하지 않고 왼팔로 그녀의 목을 점점 더 짓눌렀다.


“대답을 듣기도 전에 죽이는 게 무슨 소용이라고?”


이카의 말대로 그녀는 목이 짓눌린 탓에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쪽이 더 안전하면 그래야지.”


“약속을 깰 셈이냐?!”


우르는 잠시 망설이다가 왼팔을 거두었다. 

여자는 다리가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고는 기침을 해댔다.


“마지막으로 묻지. 너 정체가 뭐냐.”


우르는 여전히 단검을 겨누고 있었다. 

여자는 조금 숨이 가다듬어졌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딧사가 원래 이름 맞죠?”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건가? 맞아. 그러니 이젠 제대로 대답해.”


“이럴 줄 알았으면 제 소개부터 할 걸 그랬네요.”


여자는 씁쓸함이 섞인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이름은 알코르 카노푸스.”


“카노푸스라고……?”


이카가 거칠게 말했고 우르 역시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저는 카노푸스 가문의 적녀이자 당신의 이복 여동생. 가문의 얼자인 오딧사 카노푸스를 만나러 왔습니다.”


알코르는 조금 전보다는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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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 연재 그런 거 모르고 똥싸고 싶을 때마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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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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