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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다크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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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3:40 Aug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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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파모똥
협업 참여 동의

수능을 망친날 나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도록 울었다.


난 이제 무얼 해야하는가 등의 고민이 담긴 건설적인 울음이면 차라리 낫지 그냥 내가 여태 수능에 쏟은 시간이 아까워서 울었다.


탐구영역이 문제였다. 점심에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 문제였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공부한 것도 제대로 써먹지를 못하는 내 멍청한 대가리가 문제였다.


공부한다고 뻣대고 다니다가 수능을 망쳐버린 것. 그래놓고 고작 하는게 우는 것이라는 것. 깨닫고 나니까 내 뻔뻔함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인생을 망친 자는 응당 대가를 치뤄야 한다. 모 영화에서 말했듯 나는 유죄였다. 인생을 낭비한 죄.


그래서 나는 죽기로 결심했다. 부모님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긴 쪽지를 두고 택시를 잡아서 한강으로 갔다.


다리 위에 서서 죽으려니 가슴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떨려왔다. 아래에는 파란 강물이 넘실거리는데, 거기서 뛰면 편해질 걸 알면서도 움직이지를 못하는 내가 답답해서, 아까 멈춘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금 차올랐다.


옆에 있던 자살 방지 전화를 잡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입발린 위로라도 받고, 내 안의 자괴감을 불러일으켜 뛰어내리는 걸 더 쉽게 하고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나는 죽어마땅한데 죽기는 싫어서 아무한테나에게 살려달라고 빌고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달칵. 수화기를 받은 상담원은 역시나 입발린 말만을 반복했다.


'학생. 수능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에요.'


그 말이 더욱 화가나서 쏘아붙였다.


아니요. 저는 죽어 마땅해요. 죽기 싫은데, 죽어야해요.


잠시 우물거리던 상담사는 조금 더 조심스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꺼냈다.


'학생. 정말 죽고싶어요?'


네. 


'혹시 조국… 이라고 알아요?'


네?


'자살예방 전화기의 아래쪽에 있는 고리를 당겨보세요.'


전화기의 아래에는, 45글록과 밀리터리 나이프가 담겨있었다.


'학생, 영웅이 되어볼 생각이 있어요?'

comment (1)

EIR
EIR 19.08.24. 14:06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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