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판프대] 파란의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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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5:36 Aug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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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매홍
협업 참여 동의

친구 따라 강남 간단 말이 있지만 동기 계집애랑 둘이서 조별과제 준비하다 소환 의식에 휩쓸려 이세계에 도착했을 땐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싶었다.


하지만 더 어이없는 건 마왕을 쓰러뜨린 뒤의 일이었다. 국왕이란 양반은 오크 왕국과의 전쟁을 막기 위해 용사님께서 왕가와 연을 맺어달라 개소리를 지껄였고, 우리 책임감 넘치는 용사님께선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하란 말에 며칠 고민하더니 정말 오케이를 때려버리셨다.


결혼식 전날 둘이서 술 먹을 때 녀석은 환하게 웃으며,


‘나 지금 재밌는 생각 났어. 결혼식 때 네가 깜짝 등장해서 신부를 데리고 사라지는 거야. 순간이동으로 휙 하고. 환상 마법으로 내 대역을 세우는 것도 괜찮겠다!’

‘준비할까?’

‘……당연히 농담이지. 뭘 또 진지하게 들어.’


농담이 아니란 건 표정만 봐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녀석이 내린 선택을 존중했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그날 밤중으로 오크 왕국을 지도에서 없애버리고 결혼식을 파토낼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바로 어제 그 밝았던 애가 죽상이 된 채 술 먹자 찾아왔을 때도 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녀석의 술버릇은 예전부터 알았다. 진탕 취하자 녀석은 어떤 경위로 메이드를 희롱하는 게 취미인 왕자의 얼굴에 주먹을 갈기게 되었는지 재잘재잘 늘어놓았다. 깨어났을 땐 자기가 어제 무슨 말을 한지도 까먹은 채였다.


척 보니 녀석은 어디 갈 곳도 없어보였다. 나는 시치미를 떼며 중요한 연구가 있어 며칠만 여기서 지내며 조수 일을 해달라 부탁했다. 이혼하라 설득하긴 충분한 기간이었다.


걱정은 없었다. 지금의 나는 오늘 밤중으로 오크 왕국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으니까. 그녀의 옆자리에 있고 싶어 배운 마법이다. 이번엔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다. 


이내 나는 초인종 소리에 현관으로 나가보았고,


문을 열자 거기엔 마왕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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