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판프대] 유령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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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1 Aug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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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뭇1찌
협업 참여 동의

"노무현은 살아있다."


녀석은 또 시답잖은 소리를 했다.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라서 나는 잠자코 있었다. 평소라면 저 혼자 주절주절 거리다 지쳐 말 것이었는데 날이 지나치게 더운 것이 문제였는지 놈이 선을 넘었다.


"그래야 너도 예은이를 다시 볼 것 아니냐?"


예은은 죽은 내 여자친구의 이름이었다. 칠까 참을까. 내 고민을 눈치챘는지 녀석이 화급히 화두를 돌렸다.


"아무튼 국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내 팔을 잡아 끄는 친구를 따라 장례식장 밖으로 나왔다. 간만에 보는 햇살이 따갑다. 눈살을 찌푸리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걸었다. 얼마가지 않아 24시간 운영이라 쓰인 간판이 보였지만 녀석은 고개를 저었다. 최근에 찾은 맛집이 있다며 조금만 참고 가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래, 씨발. 할 것도 없는데.


나는 욕 한 번으로 참았다.

그러나 그 인내의 과정은 결코 짧지 않았다.


밀려오는 외로움을 참으며 체감 온도 삼십 팔도의 거리를 한 시간 동안 걸었다. 그런데 국밥집 문이 잠겨 있었다. 여름 휴가를 떠난다는 사과의 안내만이 휘갈긴 글씨로 동 떨어졌다. 내가 주먹을 말아쥐자 친구 놈이 웃었다.


"뭐가 그리 급해?"


녀석은 주머니를 뒤적여 열쇠를 꺼내더니 국밥집 문을 열고 들어섰다. 블라인드 내려진 내부가 어두컴컴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녀석은 제 집 안을 걷는 것처럼 내 팔을 잡고 어딘가로 이끌었다. 지하실이었다. 


뭐하는 거냐고 물으려는 찰라 녀석이 내 입을 막았다.

그대로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가 조용히 하라는 뜻을 내보인다.


팔을 붙잡고 계단을 내려간다. 귓가에서 익숙한 음색이 맴돌았다. 천천히, 천천히 가까워지는 지하실에서는.


드럼의 비트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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