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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 악당 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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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3:08 Aug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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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YangHwa
협업 참여 동의

사람을 소설 속에 처박으려면 적어도 그 사람이 잘 아는 거로 골라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래 사건 사고 자연재해는 예의를 모르는 법이다. 자고 일어났는데 다른 세상에 덩그러니 놓여 버렸다면, 십중팔구는 모르는 세상이어야 정상이다. 자기가 쓰던 소설이나 폐인처럼 하던 게임 속 세상이 아니라. 


그러니까 이건 우연이 아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난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의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내가 아주 잘 아는 소설 속의, 읽어봤다면 모를 수가 없는 인물로. 


도대체 어떤 놈이 저지른 짓이냐? 


이 경우 가장 의심스러운 건 원작자, 즉 소설 작가다. 그런 케이스가 많거든. 


하지만 내 경우에 한해서 작가는 범인이 아니다. 이유는 두 가지 있다. 

첫째로 이 소설 작가는 나와 같은 중학교를 나온 동창으로, 남을 자기 소설 속에 처박긴커녕 글 쓰는 재주마저 없었으면 도대체 어떻게 밥 벌어 먹고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미지근한 녀석이었다. 

둘째. 이 소설의 작가는 죽었다. 사인은 자살. 원인은 우울증. 이유는, 자기 작품을 향한 비난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에. 죽은 사람이, 그것도 자살한 사람이 뭔가를 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 


그러니까 범인은 짐작도 못 하고 동기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날 이 세상에 떨궈놓은 작자의 의도 따윈 알 바가 아니지. 

이렇게 된 이상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이 소설의 잘못된 점을 모조리 뜯어고치는 것. 


작중 시점보다 십수 년 앞선 시간으로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작품이 진행되기 전부터 천천히 공을 들여 하나하나 고쳐가며 이 소설의 모든 결점을 보완하고 완벽한 결말을 끌어낸다. 

그렇게 하면 죽었을 터인 녀석이 살아있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런 직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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