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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 맥켈런과 중국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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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3:36 Aug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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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대롱이
협업 참여 동의

-우리집에 있던 멕켈런 15년산은 다 떨어졌어.  반경 10KM내에 있는 멕켈런은 전부 여기있는걸 

내가 그녀에게 왜 내가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반쯤 비워진 멕켈런을 껴안고 바닥에 뒹굴거리고 있냐 물어봤을 때 돌아온 대답이었다. 별 수 없는 일이다. 그녀에게 '얼마전에 멕켈런을 좀 사놨지'라고 말한 것도 나고, 잔뜩 술에 취했었을 때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도 나였다. 그리고 그 둘과 그녀를 합친다면 꼴딱꼴딱 남의 목구멍 넘어로 사라지는 나의 위스키는 현실이 된다. 


-아무 일도 아니야. 신경 꺼

그녀는 자신의 모든 비밀을 그 비싼 위스키에 담아 한모금에 꿀떡 삼켜버린다. 그렇게 삼켜진 비밀들은 다시는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물론, 그녀가 위스키를 너무 많이 마셨을 경우엔, 위스키만은 고스란히 돌아오지만. 물론 그것은 이 도시의 하수도관에 고스란히 기증되어 시궁쥐나 악어같은 녀석들이 만취해서 땅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 채었다. 상처가 하나 늘었다. 매번 이런 식이다. 저 녀석은 무슨 일이 생긴다면 가능한한 술을 목구멍 끝까지 채워넣고 침대 위에서 질질짜다 손목을 긋는다. 그러다가 술이 떨어지면 내 방으로 다른 술을 찾으러온다. 한때는 나를 찾아 오는것이라 생각도 해보았지만, 내가 그녀에게 그 사실을 확인 했을때, 돌아온 것은 매해 구정마다 중국인들이 터트리는 폭죽, 그녀도 터트리는 폭죽보다도 더 시끄러운 웃음뿐이었다.

 -핏줄에 얽힌 일이야. 빌어먹을,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냐고. 

-우리나라의 인터넷엔 유명한 명언이 있지 '나는 낳음당했다'

 -너 디씨했었냐.

 -너는 중국인이 그걸 어떻게 알어? 

-내가 위스키를 반병 비운 지금, 내뱉고 있는 말이 어디나라 말이게?

그녀는 기이하게도 나보다 한국어에 능통했다. 아니 기껏해야 나도 영어를 아주 조금 할줄 알 뿐인데 그녀는 나보다도 영어에 능하니 나보다 언어에 능통하다 봐도 무방하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아이돌팬질 10년차면 무슨 말이든 배울수 있다는데, 그렇다고 애니매이션 10년을 본 내가 일본어에 능통한건 아니었다.

 그녀는 조용히 한모금의 술을 더 마신다. 제대로 때려넣지 못한 술이 입술을 타고, 목덜미를 타고 쇄골을 타고 점점,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그녀는 그럴수록 더 올라간다. 저 멀리, 세상의 손바닥이 그녀를 잡지 못하는 곳까지, 그녀의 칼날이 그녀의 손목에 닿지 못할 때까지 점점 점점, 그녀는 나를 두고 저 멀리 올라간다.

 -나는 내가 싫어. 내 빌어먹을 나라도 싫고 이 빌어먹을 나라도 싫고 이 빌어먹을 코쟁이 새끼들도 싫어. 그녀는 조용히 그 말을 읊조리다 이제는 그 중얼거림에 음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 8년 전쯤 유행했던 보이그룹의 노래였다. 물론 본래의 가사는 더 희망찼다. 

-내가 원해서 이렇게 태어난건 아니야. 내가 원해서 씨발 존나게 잘나신애비새끼 밑에 태어났냐고, 내가 왜 여기서 유학을 해야하는 건데?

 그녀는 소위 말하는 억만장자다. 아니 억만장자란 말도 모자라다. 내가 지금껏 본 사람중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며, 필요할 경우 맥캘런한병은 물론 맥켈런을 만드는 양조업체까지도 사버릴수 있을정도로 부자이다. 물론 지금까진 양심있는 어떤 한국인덕분에 맥켈런사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모종의 사정으로 그녀는 유학을 와야했다. '한 5년정도만 밖에 있다가 오렴. 그러면 모든게 정리될거야.' 그것이 그녀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두고 미국행 비행기로 올랐다. 사실 그녀가 진짜로 가졌던 것은 없으므로 두고 왔다는 표현은 좀 그렇다만. 그녀는 혼자서 집을 구하고 자기 자신에게 밥을 먹이고 처음으로 위스키를 입안에 때려넣고 손목을 그었다.

  나를 만난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어느날 작문수업의 끝에 그녀는 나의 글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고, 나는 그때 지독하게 외로웠다. 그 결과가 지금 나의 방에 벌어진 일이다. 결국엔 나의 책임인 것이다.  

-나는 좆같은 꼬부랑소리도 싫고, 我讨厌这个他妈的学校. and.... and... I just hate everrrrrrrrything 

결국엔 무언가 모를 말들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그 말을 듣고 나의 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흘러나오는 건 나도 별 수 없었다.

 -그럼 나는? 

-你是白痴,你是无能为力吗? 

그녀가 무어라고 말하는 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녀는 그 말을 다시 삼켜버린채 숨이 멋도록 아름답게 웃을 뿐이었다.

 -병신아. 너 발기부전이냐. 

의외로 그녀는 친절한 구석이 있다. 


--- 내가 그녀를 본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날, 아무것도 아니어서 날씨는 너무나도 화창하여 내가 꽃을 사게하고, 제일 괜찮은 옷을 찾아입게하고, 수만가지 고백의 말을 연습했던 그 날에, 그녀는 사라져버렸다. 망연자실한 체로 일을 끝마치고, 혼자서 집으로 돌아왔을때는 방구석에 멕켈런 15년산 한 다스가 놓여져 있었다. 나는 졸업을 결심했다. 결심하고 나자 일은 쉬웠다. 일을 그만 두고 집에 돈을 붙여달라는 전화를 하고, 술을 끊고 적당히 강의에 나가고 적당히 공부를 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자 학위가 나왔다. 더 이상 이 땅에 볼일은 없다. 나는 도망치듯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는 적당한 회사에 취직했다가 그만 두었다. 아무래도 재미가 없었다. 나는 뭔가를 잃어버렸다.


 ---- 그녀를 다시 만난 것은 얼마 전이었다. 그녀는 무언가가 되있었다. 그녀는 화장을 했고 정장을 입고 굉장히 예의가 바른 말투를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관 없다. 벌써 8년도 더 지난 일이다. 나도 많이 바뀌었다. 그녀가 기억할 리가 없다. 나는 그녀를 본다. 그녀도 나를 본다

그녀는 조용히 왼쪽 손목에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갔다 댄다. 그녀는 옛날처럼 부서지는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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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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