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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 푸른 초승달의 바르바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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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16 Aug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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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Loodiny
협업 참여 동의

 백 년 전의 그 날을 지금도 기억한다. 사관학교 입학 필기시험 이틀 전이었다. 할아버지는 군을 나선 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오늘도 라크를 홀짝이며 뉴스 재방송을 보고 있었다.

 나는 차를 우리면서 그 화면을 힐끔거렸다.

 무프티. 시아파의 아야톨라. 주교와 세속법 학자. 급조된 케나안 연방대법원이 엄숙히 선포했다. 성지를 침탈하고 시민들을 죽인, 신앙인들 모두의 존엄을 훼손한 불경한 외계 인류 - 레이안에 대한 지하드를.

 “알페르야.”

 완파된 구축함의 처참한 모습. 뉴스는 이어서 알 나크바(대재앙) 당시의 화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겨우 살아 돌아오신 전쟁터.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던 전쟁터.

 그 광경을 보며 할아버지는 중얼거렸다.

 “너도 떠날 게냐?”

 “네.”

 “그래...”

 그는 남은 술을 털어넣었다. 나는 책상으로 돌아왔다. 술 따위나 마시는 그가 싫었다.

 나는 무슬림의 의무를 다하고 싶었다. 성지의 흙을 훔친 이교도들과 싸우는 것도, 그걸 위해서 10광년 거리, 백년의 시간을 냉동수면 상태로 떠나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중위 계급장을 달고 백년의 원정을 떠나던 날, 나는 그에게 어떤 격려도 듣지 못했다. 이 날의 짧은 이야기가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사관학교 1학년 때 할아버지께서는 돌아가셨다.

 아마 백년의 전쟁은 불가능하다고 손자를 말리고 싶으셨겠지.

 내겐 백 년이 아니었다. 점프 드라이브의 발명도 이십 년 전이 아니었다. 레이안과 케나안 연방의 상호방위협약도 십 년 전이 아니었다. 글리제 230의 카이퍼 벨트 안으로 돌입한 것도 몇 달 전이 아니었다. 내겐 고작 며칠 전, 잠들었던 찰나의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내가 죽이고자 했던 사람들을 선원으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다.

  

 내가 오늘 술이라는 것을 마셔 보려는 건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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