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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 징병당한 악마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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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6:04 Aug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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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초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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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병당한 악마사냥꾼]


 세상이 대충 망했다.


 세계 3차대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동, 발칸반도, 한반도. 세상의 화약고들은 조용했다.


 지구온난화는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았다. 꿀벌이 멸종하는 일도, 북극의 빙하가 모조리 녹아내리는 일도 없었다.


 원자력발전소들은 무탈했다.


 세상을 대충 망하게 만든 원인은 인간의 욕심 때문이 아닌, 악마들의 지구 침공이었다.


***



 "이병 곽동현! 열심히 하겠습니다!"


 "야야~ 열심히 하면 안 돼. 잘 해야지. 군대란 그런 곳이야."


 "잘 하겠습니다!"


 "이미 늦었어 새끼야."


 좁은 방 안에서 다닥다닥 붙어서 생활하는, 이미 아저씨 냄새가 나버리기 시작한 청춘남성들이 시끄럽게 떠들었다.


 그 뒤에는 누나나 여동생이 있냐, 밖에선 뭘 하다 왔냐 하는 시시껄렁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여동생의 나이가 16살이란 말에 누군가는 탄식했고, 누군가는 눈을 빛냈다.


 소대장은 피식 웃고는 다음 사람을 불러냈다. 신기한 친구였다.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어보였다. 신병이라면 군기가 빳빳하게 들어있어야 정상인데 말이다.


 그 여유로운 친구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자신의 포부를 얘기했다.

 

 "이병 김! 성! 식! 마왕의 모가지를 따오는 용사가 되겠습니다!"


 소대의 왕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그래.... 밖에선 뭘 하다 왔냐?"


 "악마를 사냥했습니다."




 다음 날, 김성식은 지휘부담을 사유로 전출당했다.


***


 마왕은 무서운 속도로 지구를 정복해나갔지만, 세상이 '대충' 망했듯이 그들도 '대충' 정복하는 것에 그쳐야만 했다.


 악마사냥꾼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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