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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 메리지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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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9 Aug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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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ACO.
협업 참여 동의

 눈앞의 여자가 울고 있다.

 친구는 아니다. 상사도 아니고 자매도 아니며 연인은 더욱이 아니다.

 굳이 관계를 설명해보자면 딸을 바라보는 그것에 가장 맞닿아 있었다.

 우스운 설명을 덧붙이자면 나는 독신이다.

 부케를 던져본 적도 없으며 남편이 사고 치고 도망친 미혼모도 아니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여동생이 있는 것도 아니며, 집에 놀러 오는 조카를 챙겨주고 귀여워하지만 그게 딸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있어 본 적도 없는 분명 그것이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은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앞으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짐작 가는 바가 있다.

 다 식은 커피로 마른 목을 적신 그녀가 준비를 끝마쳤다는 신호로 입에서 무언가를 뱉었다.

 남편의 이름이다.

 댐이 터지듯 쌓여있던 말이 쏟아져 내렸다. 

 잘생기지도 키가 큰 것도 아니다.

 돈이 많지도 똑똑하지도 않다.

 여자관계도 복잡하다.

 이번엔 내 쪽에서 가만히 듣는다.

 온갖 비난을 쏟아낸 그녀가 남은 커피를 원샷하더니 탁자에 쿵 내려놓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토트백을 챙기고 순식간에 카페에서 사라졌다.

 얼마간 기다린 뒤 핸드폰을 꺼내 쿠폰 필요 없냐는 메시지를 보내고 마음 속으로 브이자를 그린다.

 덧붙이자면 그녀도 독신이다.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이 가볍다.

 나는 그와 굳이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그는 어떨까.

 어째서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는 걸까.

 앞으로 석 달.

 35살이 되면 서로 데려가자고 약속한 것을 기억하는 바보.

 어쩌면 바보 중 한 명이었다.

 

 "오빠 좀 깨워줄래?"

 "언니는 왜 맨날 아침마다 찾아와요?"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아침마다 고민하는 여동생을 알면서 모르는 척 괴롭히는 재미는 꼬리 아홉 개 달린 전학생도 모른다.

 "지금 안 깨우면 지각하는 거 아니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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