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모이라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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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56 Dec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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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Naufrago
협업 참여 동의 아니오

  라케시스는 진저리를 쳤다.


  평범한 진저리라면 참으로 다행일 것을, 무슨 발작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튀어 오른 그녀는 베개 밑으로 손을 질러 넣어 치차단총부터 틀어쥐었다. 산발한 검은 머리가 아침나절 아베스타 치안청 엘리트가 홀딱 벗고서는 침대 한가운데 총구를 들이댄 채 발작하는 광경에 베일을 드리웠다. 악몽을 꿨다면 보통 악몽이 아닌 모양이었다. 물론 총구가 외풍 맞은 사시나무마냥 흔들리니 어디 갈겨 봐야 제대로 맞출 것도 없었겠지만.


  거친 숨은 잦아들 기세가 없었으며 두개골 속은 찐득한 안개로 그득했다. 입술이 달싹거렸다. 주문을 외는지 염불을 하는지 그저 그르렁거리는지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곧 경련을 일으키는 오른손을 총에서 빼낼 수 있었다. 머리칼을 걷어붙여 왼쪽 어깨 앞으로 늘어뜨렸다. 모근에는 땀방울이 한가득이었는데 마른땀과 젖은땀이 반반씩이었다.


  번듯한 집이었고 ‘전당’ 어딘가의 집인 만큼 더욱 번듯했다. 그러나 라케시스의 성을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누추하다 말하는 소굴이었다. 반쯤 내놓은 자식인 덕이었다. 물론 댓바람마다 실성하여 베갯머리에 숨겨 둔 치차단총을 메이드 관자놀이에 겨누는 사람은 으레 쫓겨나기 망정이겠지만 웃어른들은 그녀가 미친년인지 아닌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덜컥 치안사관학교에 들어 사람백정 노릇을 한다는 게 의절의 이유라면 혹자는 황당해하겠지만.


  아침나절의 난리통이 지나고 나면 늘 머리가 백치처럼 띵했다. 근무일에는 어쩔 도리 없이 그런 가운데 옷을 걸치고 뱃속에는 빵을 처넣으며 창이라도 두어 개 열어 집안 먼지를 빼내겠지만 비번인 날에는 제정신이 들 때까지 집안 아무 구석이든 아무렇게나 틀어박혀 있곤 했다. 아베스타의 3월, 보일러 한번 안 튼 마룻바닥이며 벽은 싸늘하게 식어 헐벗은 엉덩이와 등짝 살갗이 쩍쩍 달라붙을 정도였다.


  종이 때마침 찌리링 울린 게 아니었다면 분명 언제까지고 내키는 대로 그렇게 널브러져 있었을 것이다. 오만상을 쓰며 툴툴거렸으나 그녀는 집구석에 숨어 오는 사람을 내칠 만큼 미치광이는 아니었다. 라케시스는 태연자약하게 옷가지는커녕 속곳 한 조각 안 걸친 채 터덜터덜 걸어나갔다. 외시경으로 현관 바깥을 살피더니 혀를 차며 걸쇠를 빼고는 문틈으로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


  영 아니올시다인 라케시스와는 달리 객은 썩 반가운 듯 조잘거렸다.


  “아가씨, 아트로포스에요.”


  “또 왜 왔어, 아트로포스? 날이면 날마다 정말…….”


  “어르신이 아가씰 가만히 두려질 않으시는데 녹을 타는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요?”


  “제발, 아가씨는 그만둬. 이거도 날이면 날마다 말하잖아.”


  집 주인은 싫증내면서도 현관문을 놓아주었다. 물건으로 그득한 장바구니가 먼저, 짐을 하나 더 옆구리에 낀 사람이 다음으로 들었다. 물론 까무러칠 듯한 비명이 마지막으로 함께 현관 문턱을 넘었다.


  아트로포스는 얼른 제 앞치마를 벗어 앞을 얼기설기 가려 주고 제 카추샤를 벗어 꾸역꾸역 아래를 가려 주면서 그야말로 역정을 냈다.


  “아가씨!”


  “언니.”


  “언니! 이렇게 훌렁 벗고 어슬렁거리시면 어떡해요?”


  “식은땀으로 축축해지는 거 싫다고. 누가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집에 담이 높아 누가 보지도 못하지만.”


  고용인과 사용인 관계라면 되레 성질을 낼 군번이 못 되겠지만 그저 그렇지만은 못했기에 쓰잘데 없는 말싸움이 오갔다. 아트로포스는 주인의 것인지 언니의 것인지 모를 엉덩이를 제 몸으로 가리면서 집 안으로 밀어 넣고는 짐을 간수하여 따라 들어갔다. 별 일 아니었지만 참으로 별일이었다.


  라케시스는 의복을 거부하면서 메이드와 다툴 생각은 더 없는지 귀퉁이 하나마다 한 점씩 놓인 속옷이며 가운, 슬리퍼를 잘 주워 몸에 채웠다. 그 사이 테이블을 걷어치운 아트로포스가 아침거리를 장만했다. 으깬 감자, 버터, 치즈……. 곁들여 낼 햄을 불에 올릴 겸 종종걸음을 친 그녀는 가는 길에 손을 뻗어 라디오 전원을 올렸다.


  「다음 소식입니다. 연이은 치차기술자들의 행방불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치안청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치안청장에 따르면 일련의 행방불명 사건은 악마숭배자들의 테러 행위로 추정되며 아베스타 행정총국에 대한 심대한 도전으로 간주, 질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각 사건은 공안과에서 치안과로 이관되었으며 이는…….」


  라디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슬리퍼에 맞아 요란뻑적지근하게 바닥에 동댕이쳐졌다. 가엾은 기계는 우당탕거리며 형편없는 잡음을 내더니 곧 조용해졌다. 망가지지 않았다면 다행이리라. 주방에 있던 사람은 화들짝 놀라 뛰어나와서는 밥상 대신 라디오부터 주워섬겨야 했다. 아트로포스는 인상을 구기며 그르렁거렸다.


  “언니.”


  “내 이름 나올지도 모른다고. 집안에선 일 얘기 없는 거야.”


  “곱게 끄면 되잖아요. 여섯 걸음 반을 못 걸어요? 그 험한 꼴 보고도 사관학교까지 나온 사람이 어째 제 집에선 이런가 몰라.”


  “인간이라는 거, 하한가가 그쯤 될 거야. 그리고 집안에서 허우대 멀쩡하면서 바깥에서 하한가를 치면 그건 쓰레기지.”


  “한 마디를 안 진다니까. 식사하세요!”


  식탁 앞에 끌어 앉혀진 라케시스는 해작거리기 시작했다. 딴에는 티 안 내려는 숟가락질이었지만 다른 사람이 보아 모를 리 없었다. 그녀는 식기를 내려놓으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트로포스의 눈매가 슬그머니 가늘어졌다.


  “좀 나갔다 올게.”


  “비번이라 훌훌 벗고 널브러져 있던 사람이 제가 오기가 무섭게요?”


  “일하는 날엔 못 할 일이란 게 있을 수도 있어, 치안관한텐. 그리고 네가 올 거 알았으니 그랬던 거지.”


  “그럴 땐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거예요.”


  “글쎄, 이유 찾는 게 직업병이 되다 보니까.”


  “그러니까…….”


  “알았어, 미안해. 늦을지도 몰라.”


  라케시스는 다시 집 안 귀퉁이를 한 번씩 돌면서 옷가지를 하나씩 주워섬긴 뒤 걸쳤다. 대강 쪽을 찌고는 비녀를 지르고 휑하니 나가려 드는데 본새만 예쁘지 차림새는 거지꼴이었다. 당연지사 메이드에게 손목을 잡아채였고, 곧 구깃구깃한 옷이나마 매무새가 잡혔다. 머리도 다시 손질해 모로 삐뚜름하던 비녀가 수평으로 단단하게 제자리를 잡게 했다.


  다 됐다는 듯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아트로포스는 나직하게 말했다. 짐짓 심드렁하면서도 한숨을 쉬는 게 이미 어떤 대답을 들을 지 다 아는 듯했다.


  “저도 일이니까 말씀드리는 건데, 아버님이…….”


  “일이라니까 대답은 해 줄게. 좆 까시라고.”


  “언제까지 그저 일일지는 모르겠네요. 다녀오세요.”


  집에서 나온 라케시스는 후닥닥 모퉁이를 돌았다. 괜히 혀를 차며 깡통이나 뻥 걷어 차 성질을 부렸다. 세상에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은 지천이었고 아트로포스 역시 그 중 하나였던 것이다. 비번일 때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그런 게 있다면 애초에 비번이라고도 안 할 테지.


  ‘전당’의 평일은 일개 치안관이 비번이건 말건 무심하기 짝이 없도록 평소와 같았다. 그녀가 거주하는 샤트리 거리 주변은 부촌이어서 외장이라는 외장은 죄 스테인레스강으로 덧대 깔끔한 은빛이 사방에서 도드라져 보였다. 그만큼 관리도 잘 되어 있어 도시반구 여느 구석과는 달랐다. 파이프라인이든 배선이든 어디 불거져 나와 있는 법 없이 깔끔하게 매립되어 있고, 이따금씩 쓰레기 조각이라도 보이면 어디선가 치차지석(齒車知石)이 딸깍딸깍 굴러와 오물을 치웠다. 마천루가 금지되어 있으니 건물은 기껏해야 삼사 층 높이였고, 아담한 라인으로 되어 있어 안팎의 구역과 묘하게 인상이 차별화되어 있었다.


  라케시스는 속이 뒤숭숭해서 그런지 정갈한 거리가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다. ‘광야’의 녹슨 깡통이나 다름없는 마천루, 거대한 성냥갑을 줄줄이 겹쳐 세운 듯한 아파트, 끓어 넘치는 인간으로 추잡하게 요란한 광경 속에 첨벙 빠진다면 머릿속도 개구리가 꽥꽥거리는 듯 번잡해질 테니 그간 아무대로 좋아질 텐데. 아침나절의 샤트리 거리는 사람 몇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했고 그녀는 은으로 지은 감옥 회랑같은 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다만 요란한 건 꼬박꼬박 요지마다 잘 설치된 텔레스크린이 광고 사이사이 꾸역꾸역 뱉는 알림말씀뿐이었다.


  「아베스타 행정총국에서 알림말씀이 있겠습니다. 현재 치륜선로(齒輪線路)와 각 정거역에 대해 제3종 악마경계경보가 발령되어 있습니다. 공민 여러분께서는 치안관의 사교(邪敎) 심문 수사에 대해 적극 협조하시기를 바랍니다. 불협조자 및 거동수상자에 대해서는 수색 및 구류가 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아울러 ‘자유’, ‘해방’, ‘철학’, ‘정치’, ‘시민’, ‘독재’, ‘혁명’, ‘러다이트’, ‘단결’, ‘사회’, ‘공공’ 등 금구를 언급하는 자, ‘아베스타의 진실’, ‘시민중심주의 선언’, ‘행정총국의 만행’ 등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는 악마숭배자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즉시 근처의 요원에게 알리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아베스타 행정총국에서 알림말씀이 있겠습니다. 현재 아베스타의 교통 공공시설에 제3종 악마경계경보가 발령되어 있습니다. 공민 여러분께서는 치안관의 활동에 적극 협조하여 주십시오.」


  「질서는 평화, 자유는 예속-위대한 도시, 아베스타.」


  라케시스의 표정이 한층 짜증스러워졌다. 악마 새끼들, 악마추종자 새끼들……. 치안청사에 앉아 있을 때야 증오를 끓이는 게 일할 의욕을 높이니 괜찮겠지만 이럴 때까지 상무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뚫린 귀를 틀어막을 수야 없으니 텔레스크린에서 멀어져야 할 터. 주변 광경을 따라 다리가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치맛자락이 팔락거리며 홀스터에 잘 채워진 치차단총의 모습이 보였다.


  한 블록 건너 좁다란 사잇길로 접어든 그녀는 어느 점포의 문고리를 잡고 쭉 당기고서야 낭패를 본 표정을 지었다. ‘카하’라는 집이었다. 치안관이 공안 나부랭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험한 일 하는 사람이니 퇴근하고 갈 만한 단골집이 어떤 곳이겠는가? 일상에서 반쯤 정신병자처럼 사는 여자가 매번 드나들 만한 집은 또 어떤 곳이겠는가? 그러나 제아무리 라케시스라도 아침 댓바람부터 펍을 드나들어 버릇하지는 않았으니 선뜻 발이 떨어지기 어려웠다.


  종이 딸그랑거렸다. 의외로 이 시간에 가게 문이 걸려 있는 건 아니었다. 슬그머니 가게 안으로 몸을 들이미는데 다소 어깨를 옹송그린 채 살금살금 걷는 게 짐짓 우스꽝스러웠다. 카운터를 정리하고 있던 주인장은 손의 낯짝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고 또 황당스러워했다. 소문난 주당이라면 모를까 치안관이 이 시간엔 웬일이란 말인가? 잠시 머리를 굴린 그는 지극히 합리적인 논리를 갖추고 물었다.


  “치안관님이 이 시간엔 웬일이십니까? 단골가게가 주류취급법 위반이라도 하는지 안 하는지 단속이라도 하랍디까, 치안청에서?”


  “단속은 무슨 단속, 제가 짬 안 찬 말단도 아니고……. 치안관은 수사관이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그럼 이 시간에 도대체 웬일이십니까?”


  당황한 얼굴이 얼룩덜룩 붉게 물들고 비녀가 고개를 따라 또르르 흔들렸다. 주인장이 도시반구에서 물장사 하면서 얻은 지혜는 이런 벌집 쑤시다가 다친다는 것이었다. 그는 심드렁하게 하던 일이나 하는 척을 했다. 상대가 ‘그냥 물은 말’ 이상의 인상을 받아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처세술이 괜찮은 편이었는지 치안관은 대충 얼버무리려 들었다.


  “아, 그게 좀 그런 일이……. 영업하나요, 지금?”


  “영업이야 끝났습니다만 치안관님한테 한 잔 못 내 드릴 정도는 아니죠.”


  “아, 그럼……. 맙소사, 아침부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마스터, 알코올 안 든 건 없어요? 막상 그런 거 시키려니…….”


  문 닫을 즈음이라 웬만한 건 다 떨어지고 우유만 얼마간 남아 있었다. 주인장은 곽으로 만든 금속 팩을 딸랑딸랑 흔들어 보였다.


  “아, 우유 있습니다.”


  “우유? 하아……. 무슨 애새끼도 아니고……. 네, 우유. 염치없지만 요리도 하나 될까요?”


  단골집이었으나 펍을 아침에 들른 건 처음 있는 일이었고 앞으로는 없을 일 같았다. 그녀답지 않게 눈치를 슬금슬금 보게 되었는데 마스터로서는 헛웃음이 다 나오는 일이었다. 한잔 하다 현상범을 발견, 점내에서 치차단총을 겨누거나 저그를 사람 면상에 던지는 등 인상적인 일화를 몇 개나 남긴 그녀가 무슨 계집애처럼 굴고 있으니 더더욱 그랬다. 


  “쳐들어와서 주문까지 해 놓고는 무슨 염치 찾으십니까?”


  “그럼 에그 인 헬로…….”


  매가리 없는 주문이 끝나자 곧 작은 저그 한가득 우유가 먼저 나왔다. 뒤이어 톱니바퀴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이 오르고, 토마토소스가 끓는 새콤한 내음이 꼬리를 잡듯 따랐다. 라케시스의 표정은 그야말로 떨떠름했다. 제 손에 쥐인 잔에 위스키 사워나 카이칸 피즈가 아니라 소젖이 한가득 담겨 있던 게 도대체 몇 년 전이었을까? 그녀는 저도 모르게 뻘 속에 거꾸로 처박힌 기억의 테를 조심조심 켜켜이 들추어 보고 있었다. 물론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참을 진창에 푹 담겨 있었으니 층층이 개흙이 스미어 숫제 구정물 피클이 되어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웬만큼 헤치고 단서를 끌어당기다 보면 뜻밖의 기억이 주르륵 딸려 나오거나 생각지도 못한 다른 단서로 이어지기도 한다. 학생, 그래, 학생 시절엔 그랬지. 그 똥통 같던 치안사관학교 시절 말고, 야스나스쿨 다니던 때. 그녀는 기겁했다. 이번에는 끄집어내 버린 기억을 보지 않기 위해, 도로 무의식의 개펄에 처넣어 버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의식의 연쇄란 종종 통제가 불가한 법. 한 조각 한 조각이 잘 벼려진 서슬처럼 날카로웠고, 그런 연상의 와중 사정없이 상처 없는 상처를 냈다. 라케시스는 아침나절 악몽을 꾼 직후처럼 발작적으로 떨기 시작했다. 안면 근육이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주인장이 주물팬을 들여다보느라 카운터석을 안 보고 있는 게 이다지도 다행스러울 수 없었다. 단숨에 우유를 비워 이 일의 원흉을 제거해야 했다.


  주인장은 다 된 요리를 건네고는 무심하게 뒷정리를 시작했다.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면 아직 파글파글 끓는 토마토소스, 양파와 버섯 조각, 잘잘 흐르는 노른자와 말캉말캉한 흰자를 입에 넣는 수밖에 없었다. 아트로포스의 아침상을 먹는 둥 마는 둥 물린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단골집의 에그 인 헬이 제법 먹어봄직하다는 게 다행스러운 일일까?


  포크가 바삐 도는 와중 주인장은 뚝딱 설거지를 해치우고 그릇들을 걸어 놓고는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장사치가 주둥이를 닥쳐야 하는 교훈이 있다면 주둥이를 열어야 하는 교훈도 있는 법.


  “뭐 고민이라도 많으십니까, 치안관님?”


  “아니, 저, 그게…….”


  “아, 죄송합니다. 이거 행정총국 치안 요원에 대한 불법사찰이나 감청 같은 걸로 잡혀 들어가는 건 아니겠죠?”


  “제 귀에 도청기라도 심어 두셨으면.”


  라케시스는 피식 웃다가 목에 음식이 걸려 쿨럭거리기 시작했다.


  “뭐, 나쁜 의도로 말씀드리는 건 아니니 그렇게 알아 주십쇼. 그……. 저도 다른 단골한테 들은 건데 말입니다, 치안관이니 아시겠지만 전당 끝자락에 집창촌이 있잖습니까? 거기 좀 이상한 업소가 하나 있다고……. 이상한 업소란게 그렇고 그런 뜻이 아니라 몸 파는 여자가 없답디다. 그럼 무슨 가게인가 하면 이 집 마담이 아주 기가 막힌 여자라서 고민 상담이든 비밀 이야기든 이야기만 좀 하고 오면 그렇게 좋다는데, 그런 서비스로 전당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니 수완이 대단하단 거 아니겠습니까? 오고 간 이야기에 대해서는 절대 비밀을 보장한답니다. 치안관님도 뭐 말 못할 일이라도 있으면 저런 데서 좀 풀어 보시는게……. 아, 업소 이름도 업소 서비스만큼이나 희한하던데 뭐라더라, 욕망을 힐난하는 매음굴? 뭐 그런 거랍디다.”


  “맙소사! 내가 왜 거길 깜빡하고 있었을까?”


  “……예?”


  “그 마담한테 좀 받아내야 할 게 있거든요. 명함이라도 한 장 받아 놨으면 이렇게 까맣게는 안 잊었을 것 같은데……. 여하튼 마스터, 고마워요. 가게 문 닫으려는 즈음 쳐들어와서. 여기, 나머지는 넣어 두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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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Naufrago

안녕하세요

comment (1)

까치우
까치우 19.12.12. 22:04

에그 인 헬을 혹시나 해서 찾아봤더니 실제로 있는 요리네요. 이름 한 번 잘 지었습니다.

과거 없는 남자 없듯 과거 없는 여자도 없겠지만 齒가 제일 궁금하네요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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