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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 흔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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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31 Jan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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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신시연
협업 참여 동의

”오, 오오..!“


“국왕 폐하를 위하여!”


“네 골통을 용광로에 박아주마!”


은색산맥의 가장 낮은 산 아래서 두 종족은 첫 전투를 시작했고, 그들의 마지막 전투는 가장 드높은 산 아래서 태양이 네 번 지고 다시 떠오를 때까지 싸움이 계속되었다. 


드높은 산맥에서 나온 강철로 산맥에서 제련된 망치는 가장 낮은 곳에서 나온 순은으로 강화된 검과 수없이 부딪쳤다.


첫날에는 그랬다. 인간 용사들은 명예와 긍지를 내세우며 달려나갔고, 은색산맥의 난쟁이 장인들은 뜨겁게 달구어진 강철을 앞세워 인간들의 미스릴 (Mythril)과 부딪쳤다. 


난쟁이와 인간 가릴 것 없이 그들 모두는 음유시인들이 노래로 남길 만한 싸움을 벌였다. 그들의 한계를 뛰어넘은 전투는 달빛이 붉어진 대지를 비출 때까지 계속되었고, 가장 앞에서 용맹하게 달리던 전사들이 쓰러질 때 중단되었다.


둘째 날에는 그러하지 못했다. 명예와 긍지를 내세운 대부분의 기사와 용사들은 고단함과 쓰라리게 남은 상처에 짓눌려 진지에 남아있었고, 전장에는 전날의 용사들과는 다르게도 돈과 승리만이 전부인 용병들로 산 아래 평원이 가득 채워졌다. 


명예와 긍지가 부딪치던 전장은 욕설과 처절함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고, 밤의 여신이 채 찾아오기도 전에 전투는 중단되었다.


셋째 날에 들어섰을 때는 인간도, 난쟁이도 지치기 시작해 살아남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용병들은 기사들 몰래 창과 화살에 독을 바르기 시작했고, 서부에서 군대를 이끌고 온 영주들은 제 병사들의 목숨을 아끼기 위해 독을 은밀하게 배급하기 시작했다. 


산 밑 평원에서 그들의 굳건한 관문으로 후퇴한 난쟁이들은 푸르게 변색된 동포의 시체를 보고 분노했고, 침묵하던 흑색 대장간의 다섯 장인에게 요청하기 시작했다. 


드높은 산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둔 새까만 불꽃을. 


넷째 날은 그 이전의 날들과 완전히 달랐다. 모든 초소와 모든 광산의 난쟁이들이 관문 안으로 소집되었고. 인간들이 산 아래서 깊게 잠들었을 동안, 드높은 산, 가장 깊숙한 흑색 대장간의 다섯 장인과 은색 광산의 세 광부는 기나긴 토론을 시작했다. 


밤의 여신이 찾아오고 태양의 아들이 그 빛살을 조금이나마 비출 때까지 이어진 토론은 흑색 대장간에서 만들고, 은색 광산에 숨겨두었던 불꽃을 결국. 꺼내는 것으로 끝이 났다.


토론 전에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나있었던 흑색 대장간은 난쟁이들이 강철 갑주를 걸치기도 전에 흑색 불꽃을 온 산의 난쟁이들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간과 요정이 용의 숨결이라고 부르고, 난쟁이들은 대포라고 부르는 속이 빈 강철 기둥이 산 위에서 산 아래로 겨누어지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뿔나팔이 고요히 잠들어 있던 드높은 산의 모든 생명을 깨웠고, 대륙의 다섯 왕 중 한 명. 인간의 전쟁 군주 ‘아르슬란’의 깃발이 산의 관문을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은색산맥의 가장 드높은 산 아래 관문. 은빛으로 빛나는 인간들의 방패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발을 맞추어 천천히 관문을 향해 걸어 나가고 있었다. 양손 검은 아침 햇살에 부딪혀 번쩍였고, 마법사들의 지팡이는 영롱하게 빛났다. 


드높은 산의 관문 앞에 선 인간의 군대는 관문을 무너뜨릴 마법의 주문을 외기 시작했고, 후열에 위치한 공성 추를 전진시켰다. 공성 추가 전열의 중간에 도달하고, 마법이 그 준비를 거의 끝마칠 때. 


관문 앞에 선 위대한 인간 전쟁 군주와 관문 위에 선 난쟁이 대왕, 드높은 산의 마땅한 주인의 눈이 마주쳤다. 한때는 같은 깃발 아래서 싸웠던 그들이 그 순간 어떤 심정이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마주침은 군주가 검을 뽑음으로 끝났다. 곧게 내세운 검은 관문을 향했고, 마법은 관문을 향해 날아갔다. 형형색색의 마법의 꼬리를 따라 군대는 발맞추어 전진했고, 궁수들은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파괴만을 목적으로 한 마법의 섬광이 관문의 단단한 강철을 두들겼고, 폭발했다. 이어진 수십의 폭발은 온 관문을 연기와 폭발음으로 가득 채웠다. 산을 깎아내는 듯한 그 위력에 기사들은 검을 뽑아 들었고, 병사들은 달려나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가장 나약한 기사조차 검을 들었을 즈음, 가장 심약한 병사가 고함을 내질렀을 즈음. 짙은 연기 속에서 끔찍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알싸한 향기를 풍기며 모든 생명의 귓가를 두들긴 그 소리는 땅에 내려온 천둥과 같았고, 뇌전처럼 재빠르게 인간들에게 도달했다. 


드높은 산을 진동시킨 그 끔찍한 폭발은 굳건하던 인간들의 대열을 무너트렸고, 온 산을 공포와 비명으로 가득 채워나갔다. 


은빛으로 반짝이던 기사들의 갑주는 찌그러지고, 더럽혀졌고. 곧게 세웠던 깃발은 반으로 꺾여 흙먼지로 뒤덮였다. 강철로 보강한 공성 탑은 쓰러져 타고 있던 병사들은 물론, 대열을 유지하려던 방패 병들을 깔아뭉갰다. 


흑색 불꽃의 무자비함은 위대한 왕. ‘아르슬란’에게도 차별 없이 찾아왔다. 증오스러운 폭발을 정통으로 맞은 왕은 오른팔이 으스러졌고, 갈비뼈가 부서졌다. 승리와 영광으로 제련된 왕의 보검은 폭발과 함께 시체들 속으로 날아갔다. 갑작스러운 난쟁이들의 후퇴로 방심하고 있던 인간들은 단 한 번의 교환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다. 


일찍이 독을 바르던 용병들은 하나 둘씩 전장에서 달아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진 난쟁이들의 포격은 흐트러지는 군대에 쐐기를 박았다. 


두 번째 포격이 이어지자 비겁한 서부의 영주들은 공포에 질려 후퇴를 외쳤고, 그것은 곧 군대가 무너짐을 뜻했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만약 서부의 영주들이 겁에 질리지 않았더라면 드높은 산의 전투는 인간의 승리로 돌아갔을지도 몰랐던 일이다. 마법사들 대부분이 살아 있었고, 기사들 역시 많은 수가 살아 있었다. 


그러나, 이미 흐트러진 채로 도주하는 인간의 군대는 난쟁이들에게 쉬운 표적일 뿐. 


그렇게 인간의 군대는 드높은 산의 전투에서 패배했다. 가장 먼저 공포에 질렸던 서부 영주들의 명예는 물론. 위대한 전쟁 군주의 명예에도 흠집이 생긴 것이다. 


수많은 기사들이 이 일로 인해 자리를 잃었다. 흑색 불꽃은 기사들이 불구가 되도록 만들었고, 명예조차 얻지 못한 그들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단 하나도.

Writer

신시연

자에픽기원

comment (1)

까치우
까치우 20.01.24. 22:57
다시는 못 읽어볼 줄 알았는데 이걸 여기서 또 읽게 되네요.
문피아 때는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로판과 겜판의 시대니..
잘 읽고 가요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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