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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티대] 전생마왕은 용사의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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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04 Jan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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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해창
협업 참여 동의

ts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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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에 어울리지 않게 세상은 밝았다. 마르쿠스는 고개를 들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똥별이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마침내 뜻을 이루셨군요.”


 “...”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절벽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작은 도시가 시야에 들어왔다. 도시는 불타고 있었다.  마르쿠스의 인간을 뛰어넘는 청력과 시력 덕분에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사람이 타들어 가는 냄새는 끔찍했다. 몸에 불이 붙은 남자가 고통스럽게 울부짖는다. 아기를 품에 안은 여인이 결국 탈출하지 못하고 쓰러진다. 불을 끄려던 병사들도 휘말려 차례차례 구워졌다. 순서의 차이는 있으나 결과는 똑같을 것이었다. 마르쿠스는 그 모든 것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감회가 어떠십니까, 폐하?”


 대지에 더는 살아 꿈틀대는 것조차 남아 있지 않게 되고 나서야 마르쿠스는 뒤를 돌아보았다. 머리칼 대신 은하수가 흘러내리고, 눈동자엔 무한한 우주가 소용돌이치는 여인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네 말이 옳았군, 마녀.”


 “전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습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 내게 대적하기 위해 태어난 용사도,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성녀도. 태초부터 살아온 에이션트 드래곤과 하이 엘프 퀸마저 결국에는 나를 막지 못했어.”


 “그야 당연한 일이지요. 폐하께서는 세계를 멸망시킬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셨으니까요. 신들조차도 그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운명이라. 마르쿠스는 그 단어를 혓바닥으로 굴리며 음미했다. 저 여자에게 귀 딱지가 안도록 들어온 말이었다. 과연 그 말이 옳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젠 뭐지? 멸망한 세계에서 난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 거지?”


 “무엇이든 가능하지요. 폐하께서는 곧 새로운 신이 되실 테니까요.”


 “신은 무능하다.”


 자신을 막지 못한 것만 보아도 그랬다. 마르쿠스는 심지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신들의 위협을 느낀 적이 없었다.


 “신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폐하께서 천상에 올라가셔도 적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번엔 신들을 모두 때려죽이라는 소리군.”


 “저는 어디까지나 선택지를 제안해 드릴 뿐이지요.”

 

 이 또한 마르쿠스의 예상 안에 있던 일이었다. 따라서 그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왔던 해답을 제시할 수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들을 모두 죽이고 내가 유일한 신이 되는 것까지도 나의 ‘운명’인가?”


 마녀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마치, 그가 마침내 올바른 해답에 도달한 것을 축하해주는 것 같았다. 


 “아닙니다. 폐하의 운명은 방금 이루어지셨습니다. 이제 당신을 속박하는 것은 어디에도 없지요.”


 “역시 그렇군.”


 마르쿠스는 마녀를 향해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자신의 생각이 정답인 이상 망설일 이유도, 틈도 없었다. 손날이 마녀의 목을 잘랐다. 그녀는 그것을 피하려 하지도 않았다. 마르쿠스는 머리통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잡아챘다.


 “용사가 재미있는 짓을 한 적이 있었지.”


 “회귀 말씀이시군요.”


 목 잘린 머리가 입술을 달싹였지만, 마르쿠스는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폐하께서 과거로 돌아가신다 해도 더 빠르게 세상을 멸망시키기만 할 텐데요?”


 “회귀가 아니라, 환생이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만, 과거의 자신을 죽이는 순간 폐하의 존재는 사라질 겁니다. 환생하신다고 해도요.”


 “상관없다.”


 마르쿠스는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어디를 보아도 황무지뿐이었다. 그가 전혀 바라지 않았던 풍경이자 결과였다. 


 이렇게 되기 전에 누군가가 자신을 막아주길 바랐으나 결국에는 불가능했다. 도망쳐도 보았지만,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마르쿠스는 이미 옛적에 얻은 깨달음을 다시 한 번 말했다. 


 “나를 막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마르쿠스는 저 멀리서부터 하얗게 달아오르는 풍경을 눈에 담았다. 몇 초 뒤에는 이 세상은 한 점의 빛으로 응축해 태초의 형상으로 되돌아갈 것이었다.


 “그럼, 다음 세계에서 다시 만나죠.”


 마녀가 생긋 웃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우주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마르쿠스는 자신의 시야가 서서히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뻗어온 빛이 세상을 모두 휩쓺과 동시에 그의 의식이 완전히 끊겼다.



  *** 



 “너, 넌 뭐야!”


 벨토르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눈앞의 광경은 믿기 어려웠으니까.


 자신도 어쩌지 못하던 오크를 단신으로 쓰러트린 작은 소녀가 자신에게로 다가왔다. 주저앉은 벨토르를 보고 씩 웃은 소녀가 한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내 이름은 마르샤. 마왕을 죽이기 위한 여정에 참가하기 위해 널 찾아왔어. 잘 부탁해 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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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창

ㅋㅋ햇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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