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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과학은 인민의 아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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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58 Jan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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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이수현
협업 참여 동의

"과학은 인민의 아편이다."


훈육원 소장의 날카로운 시선이 호진의 얼굴에 내리꽂혔다.

호진은 그 서슬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칠 뻔 했다.

등 뒤에서 울리는 동기들의 비웃음 소리만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다.


"귓구멍이 막혔나? 복창해라. 과학은 인민의 아편이다."


"과학은... 인민의 아편이다."


호진이 힘겹게 복창하자 소장이 코웃음을 쳤다.


"누가 근성없는 호랑이 새끼 아니랄까봐 목소리도 쥐똥만하군. 그래, 과학은 인민의 아편이다. 단군왕검께서 내려주신 은총을 거부하는 짐승새끼들이나 쓰는 잡기술이지. 그렇다면 말이야-."


소장이 비열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과학이 인민의 아편이라면, 네 아비는 대체 뭐하는 새끼일까?"


뒤에서 낮게 큭큭대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호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지옥같은 시간을 벗어나려면 여기선 우선 상대가 원하는 답을 줄 수 밖에 없다.


"마약상입니다."


"정답이다. 뿐만 아니라 제 자식놈에게 호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정도로 무엄한 놈이지. 아니, 아니지. 어쩌면 네 놈이 정말 호랑이의 새끼라서 그런 이름을 붙여준 걸지도 모르겠구나. 나이가 어언 스물이 되어가도록 단군님의 아주 작은 은혜하나 조차 받지 못한 네 놈을 보면 사람 새끼인지 짐승 새끼인지 영 분간이 안 가서 말이다."


소장이 제 손가락 위에 작은 불꽃을 하나 만들어내고는 비웃듯이 호진을 쳐다보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러나 호진으로써는 엄두도 못 내는 재주였다.


"명심해라. 이제 고작 21일 남았다. 그때까지 이 정도의 재주도 부릴 수 없다면, 그때부터는 이 훈육원에조차 네 자리가 없을게다. 저 북쪽, 호랑이들과 맞서 싸우는 최전선에 파견되서 호랑이의 한 끼 요깃거리나 되겠지."


호진의 가슴이 턱 내려앉았다. 설마설마 했건만, 이렇게 최종통보를 받을 줄이야.


호진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뒷문으로 달려나갔다.

누구도 호진을 붙잡지 않았다.


교관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소리쳤다.


"저 도망치는 꼬라지 좀 봐라. 쑥과 마늘을 견디지 못해 도망치는 호랑이와 쏙 닮았구나. 과연 제 애비가 자식 새끼 이름 하나는 아주 잘 지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아주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듯이.



*


호진은 자신의 방 침대 밑에 숨겨놓은 까만 금속 덩어리를 꺼냈다.

금속 덩어리의 툭 튀어나온 부분을 꾹 누르자 여느 때와 같은 잡음이 들려왔다.


치직, 치지직 거리는 소리.


호진은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를 내는 그 물건을 사랑했지만, 오늘따라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어쩌면 이 소리가 바로 호랑이의 울음소리일지도 모른다.

이 물건도 아빠가 폐허를 뒤져 찾아낸 호랑이의 유산 중 하나니까 말이다.


새삼스레 분통이 치밀어올랐다.


"아버지가 늘 이런 물건을 주워 오니까 단군께서 내게 은총을 내려주지 않는 거겠지."


호진은 훈련원에서 수십 수백 번은 들은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호랑이는 저주받은 놈들이다.

인내심이 없어 인간이 되지도 못했고, 단군께서 인간들에게 내리신 홍익의 은총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손에서 불이 나가지도 않고 비를 내리거나 바람이 불게 하지도 못한다.

과학이라는 잡기로 어설프게 인간 흉내를 내보려고 했지만 그래봤자 짐승.

결국 호랑이들은 자신들의 물건들을 이 땅에 내팽게치고 저 북쪽 황무지로 쫒겨나 버렸다.


그리고 폐허를 샅샅이 뒤져, 호랑이가 버리고 간 물건들 중 신기하고 쓸만한 것들을 찾아내서 파는 것이 바로 호진의 아버지였다.

호진은 어렸을 적, 그의 아버지가 모은 수백, 수천 개의 유물들을 구경하며 자랐다.


"나한테 남겨준 것은 고작 이 치직거리는 소리가 나는 쇳덩이 하나 뿐이지만."


문득 그 날의 기억이 호진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단속이 나오던 날, 호진은 고작 7살이었다.


아버지는 호진의 품 안에 이 치직 소리를 내는 쇳덩어리 하나만을 간신히 쥐어주고는, 그대로 안기부 요원에게 끌려가버렸다.

호진은 그 뒤로 영영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


"이깟 쇳덩어리가 뭐라고 이걸 그렇게 지키고 싶어하셨던 걸까."


문득 궁금해진 호진은 쇳덩이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이미 수백 번도 더 살펴봤지만, 아무리 봐도 이 쇳덩이는 그냥 이상한 소리를 내는 고철일 뿐이었다.


"설마 이 소리가 진짜 호랑이 울음소리라도 되나?"


잠시 진지하게 쇳덩어리를 노려보던 호진은 이내 허탈해져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앞으로 21일만 더 흐르면 이 것이 호랑이 울음소리인지 아닌지는 금세 알 수 있을 터였다.

그 뒤에 호진은 저 북쪽 국경지대에서 호랑이들과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 할테니 말이다.


"그 때가 되면 이 장치가 쓸모 있을지도 모르지. 이걸 틀면 호랑이가 제 편인 줄 알고 날 살려줄지도 모르잖아?"


호진이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던 그 때, 갑자기 쇳덩이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마치 독수리의 울음소리 같은 소리였다.


깜짝 놀라 허둥지둥 쇳덩이를 끄려는 그 순간, 쇳덩이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이 고물 무전기가 아직 작동을 하나보군. 어이, 장물아비. 듣고 있어? 듣고 있으면 무전기를 두번 두드려. 아직 국경지대니까 대답은 하지 말고."


매우 탁한 소리였고, 중간 중간 끊기기도 했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호진은 얼떨결에 목소리가 시키는대로 쇳덩이를 두 번 가볍게 두드렸다.


"좋아. 물건은 준비해뒀지? 내일 자정까지 늘 만나던 그 곳으로 와. 내일이 바로 당신이 그렇게도 기다리던 탈출 날이야. 함께 이 지긋지긋한 나라를 뜨자고."


툭-하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끊겼다.


호진은 충격과 공포로 얼어붙었다.


이제껏 살면서 이 정도로 탁한 목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적어도 사람 중에는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설마, 이건 호랑이의 목소리인가?


아까 전, 그 목소리가 말한 '장물아비'는 내 아버지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면 나는 정말 사람이 아니라 짐승, 호랑이였던 걸까?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원칙대로라면 이 대화 내용을 당장 소장에게 알리고, 국경을 넘어온 호랑이를 잡아야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소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을 멸시하던 눈빛.

21일 뒤에는 국경에 나가 호랑이의 한끼 식사가 되리라는 그 말.


이내, 호진은 결심을 굳혔다.


*


잘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

호진은 생애 처음으로 월담을 했다.


목소리는 자신에게 늘 만나던 그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호진의 아는 한, 그의 아버지가 남몰래 호랑이를 만날 수 있는 장소는 한 곳 밖에 없었다.


호랑이의 유물이 가득 묻혀있는 강 건너 폐허지대.

그 곳 밖에 없었다.


호진은 헤엄을 쳐서 강을 건넜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다가, 마치 바다같이 넓은 강이었지만 별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강을 건너자 익숙한 폐허가 펼쳐졌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 몇 번 오간 적이 있는 곳이었다.


수풀 사이에 낮게 엎드려 근처를 둘러보던 호진의 눈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언뜻 보기엔 사람의 머리털로 보였는데, 기이하게도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이제 보니 그건 검은색이나 갈색이 아니라 진한 황금색이었다.


'서, 설마 진짜 호랑이인가? 몸 형태는 사람같긴한데... 아니, 호랑이는 사람 흉내를 잘 낸다고 했으니 진짜 호랑이일지도.'


호진은 생전 처음 보는 저 생명체로부터 멀리 도망가고 싶었다.

그러나 어젯밤, 교관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호랑이를 닮아 도망을 잘 친다는 그 말.

지난 20년 간 수백 번은 들어온 그 말이 호진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래. 침착하자. 난 호랑이를 만나러 왔어. 21일 뒤에 호랑이에게 잡아먹힐게 뻔하다면 차라리 지금 호랑이와 만나서 무언가 방법을 찾는게 나아. 그렇게 결심한거였잖아.'


호진은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는 호랑이로 보이는 형체를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 때, 그 것이 비호처럼 달려와 호진의 목덜미를 잡았다.


"뭐야 넌? 국가안보부 요원인가? 오늘 거래가 있을거란 정보는 대체 어디서 입수한거지?"


"윽, 켁..."


그것이 호진의 목을 졸라왔다.

호진은 숨이 막히는 와중에도 호랑이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반짝이는 황금색 머리칼에 허여멀건 얼굴. 그리고 푸른 눈.

그야말로 어설프게 인간의 흉내를 낸 호랑이처럼 느껴졌지만 또 기묘하게도 아름다웠다.


목소리도 맑고 부드러워서 쇳덩이를 통해 들었던 탁한 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난...장,물아비의...."


호진이 켁켁거리며 말을 잇자 여자가 호진의 목을 조금 풀어줬다.


"장물아비와 무슨 관계지? 그가 전령을 보낸건가?"


"그 사람은 내 아버지야. 아버지는, 이미 1년도 더 전에 안보부에 끌려가서 소식이 없어."


"뭐?"


여자가 호진의 얼굴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던 여자는 이대 손에 힘을 풀고 호진을 밀쳐버렸다.


"얼굴을 보니 정말 그 사람 아들은 맞는 것 같네. 예전에 들었던대로야. 그러면 물건은? 그가 너에게 물건을 맡겼어?"


"미안하지만 물건 같은건 몰라. 하지만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호랑이의 물건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고 있어. 도와줄게. 그러니까 날 좀 도와줘. 날 호랑이들이 사는 곳으로 데려가줘. 날 너희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줬으면 좋겠어."


"뭐? 그게 대체....호랑이? 설마 너희 아버지가 너한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거니?"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진을 바라봤다.


"호랑이는 그냥 동물일 뿐이야. 너희는 그냥 이 나라가 만들어낸 프로파간다에 속고 있을 뿐이야.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하니까. 국경을 폐쇄하고 가짜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뿐이지. 하, 참. 아무래도 대한민국은 여러의미에서 완전히 조선이 되버린 모양이네. 이렇게나 완벽히 주민들을 속여버리다니."


한참을 주절거리던 여자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원래 이런 설명은 내 역할이 아니라고. 난 이런거 잘 못한단 말이야. 휴우...일단, 널 아지트로 데려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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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 1시간 컷.

치타는 달린다.

근데 ㅅㅂ 겁나 설정충짓만했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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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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