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마중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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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54 Mar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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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네크
협업 참여 동의

"진짜 안볼거야?"


"수칙을 내가 정했냐. 한명은 보고 있어야지. 소장이 우리 잠깐 자리 비웠다고 쿠사리 먹이면 니가 책임질거야?"


"칫, 재미없는 새끼. 그러지 말고 가자. 눈치 못챌거야. 그 뭐냐, 슈퍼 블러드 블루문이라던데. 지금 안보면 백오십년 동안은 일어날 일 없대."


"그래봤자 달인데 얼마나 차이난다고. 정 궁금하면 나중에 핸드폰으로 보면 되지."


"꼰대새끼, 소장이 그런다고 휴가 잘 주디?"


"이번 휴일에 못 나간다고 나한테 불평하지 말고. 정 하늘 보고싶으면 잠깐 가서 보고 오면 되잖아?"


"혼자 보면 맛이 없지."


"너랑 나 둘이 보면 맛이 있고? 별소리를 다해."



나는 그렇게 말하고 감시 화면에 눈을 고정했다. 화면 자체에 변한 점은 없었다. 아마, 아침이 되기 전에 변할 일도 없을테다. 래리도 툴툴대며 옆 자리에 앉았다. 소장이 짜증내면 숨막히는건 그녀석이나 나나 매한가지니.


애초에, 보고 싶지도 않았다. 달이 커진다고? 그게 뭐가 대단하다는건가. 보름달이라고 좋아하는건 늑대들과 자기들이 늑대인줄 아는 술마신 애새끼들로 족했다. 이 나이 먹고 그런 미신에 열광하고 싶진 않았다.



"그나저나 넌 도대체 독방에 갇힌 죄수 새끼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 보고 있는거냐?"


"좋다고 보겠냐? 무슨 일 생길까봐 보는거지."


"무슨 일이 생기다니? 넌 눈이 삐었냐? 침대에 단단하게 묶여있는거 안보여? 밥먹을때나 구속을 풀어주는데, 지금 내 눈엔 저 새끼가 법을 먹는 것 처럼 보이진 않는다고."


"혹시 모르잖아. 말했듯 규칙도 있고. 그리고 녀석의 전과를 생각하면..."


"누군데?"


"텍사스에서 가장 유명한 죄수를 모른다고?"


"내가 사형할때마다 찾아와서 죄수복 쪼가리라도 달라고 애원하는 '팬'들 같아 보이냐?"


"하기사, 네가 관심있는건 하잘것없는 일 뿐이지. 수퍼문 같이 말야."



비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이 새끼를 모르는건 너무하잖아.



"이런 씨. 여튼, 누군데?"


"스타카토 리빙우드. 7건의 1급 살인으로 현재 6년째 우리 호텔을 이용중이지. 523년형을 선고 받았으니까 살아서는 퇴실 못할거다."


"스타카토 리빙우드...?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언제나 그랬지만, 텍사스 사람 맞는지 언제나 의심스러워. 까보면 뉴욕놈인거 아냐?"


"거, 뭐, 모를수도 있지."


"달이 어쩌고는 아는데 리빙우드를 모른다고?"


"아, 그래서 누군데?"



래리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놀리는건 이만 해야지.



"몇년 전에 한참 유명하던 놈이야. 달마다 한명씩 미국을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죽인 사이코 새끼지."


"아! 그래!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난리도 아니었지. TV에선 하루 종일 연쇄살인범이 나돌아다니고 있다, 만월의 사냥꾼이다, 산 체로 사람의 팔다리를 뽑아놓는다, 피의 로맨티스트다 별의별 별명을 붙였었다고. 여기로 이송된다고 할 땐 얼마나 등골이 서늘하던지."


"근데 그럴만한 짓을 할 만한 체구는 아닌 것 같은데. 팔다리가 앙상한게, 사람은 커녕 젓가락도 못 부러뜨리겠구만."


"A동의 리틀 아돌프를 떠올려봐. 체형은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냐."


"...하기사."



그 조그만한 네오나치가 덩치의 배는 되는 자메이카 갱스터를 찌르고 세탁기에 숨은게 세달 전 일이었다. 방심할 수 없었다. 아무리 나약해보여도, 우리가 약점을 보이면 어떻게 치고들어올지 모르는 놈들이었다.



"근데, 이 녀석 뭘하는거지?"



잠자코 있던 래리가 화면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자는거 아냐?"


"고개를 끄덕이잖아. 뭘 중얼거리는 것 같은데..."


"마이크 좀 켜보겠어?"



래리가 내 말에 따라 화면 아래의 버튼을 눌렀다. '송신'이라고 적힌 버튼이 밝게 빛나며, 화면 안의 소리를 전송하기 시작했다.



"'지직/-/.../-/세요.../.../기다리고.../-/'"


"뭐라고 하고 있는건 맞는데 들리질 않는군. 젠장, 기분나쁜데. 공포영화도 아니고."


"볼륨 좀 키워봐야겠군."


"아 씨... 그만 둬!"



내가 다이얼을 건드리자 래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굳이 만류하지 않는 걸 보면 녀석도 궁금하긴 한 모양이었다.



"'날 데리러.../-/...건가요.../-/...아요. 기다.../-/'"



확실히, 녀석은 말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대화하고 있었다.



"...누구랑 말하는거야?"


"글쎄. 누구랑 딱히 말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진 않는데. 볼륨을 더 키워보지."


"'시간이 걸렸군요.../-/...괜찮아요... 좋아요.../-/...결국 도착한걸요.../-/'"


"이런 젠장. 핸드폰이라도 반입한건가?"



가끔씩 이런 일이 있곤 했다. 대외적으로 밝히진 않지만, 열성적인 '팬'들이 부품을 숨겨 핸드폰을 보내온다거나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곤 한 것이다. 그래도 녀석같은 강력수의 보안이 뚫린거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검열과 놈들, 감봉으로 끝나면 좋겠는데.


가슴 속으로 작게 애도를 하고 무전기에 전원을 넣었다. 폰을 쓰는거라면, 지금 바로 가져가야 후환이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뭐야?"



기분나쁜 균열음이 조용한 건물을 타고 흘렀다.


일반적인 소리가 아니라, 깊게 삐걱이는, 마치 오랜 유조선에서나 날법한 기분나쁜 소리였다.



"방금 나만 들었어?"



래리가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조심스럽게 숨을 죽이고 보안실의 문을 열어 복도를 들여다보았지만, 환한 달빛이 비추는 창 말고는 별 다를게 없었다.



"'날 맞이하러 오셨군요.../-/...커다란.../-/'"


"젠장, 시끄럽군."


"건물이 무너지는건가?"


"그럴리가 있나. 지은지 10년 조금 더 된 건물이라고."


"누구한테 연락해야 하나?"


"뭐라고 할건데? 감옥이 무너질 것 같아요?"



나는 작게 웃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운이 나질 않았다.



"정말, 정말 아름답군요.../-/파랗고 붉은 그대여..."


"소름끼치는군. 일단 간수에게 연락을 해야겠어. 저녀석이 주절거리는건 막아야겠으니."


"그래. 근무 교대하면서 마이크 고장났다는 이야기도 해야겠군."


"뭐?"



내가 되물었다.



"마이크가 꺼져있는데 목소리가 계속 들리잖아? 고장난 거겠지."



래리의 말 대로였다. 버튼의 불은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럴리가 없..."


"보이나요.../-/...당신을 위한 제물들이?"



잿빛 화면이 툭하고 꺼져, 노이즈만을 내뱉기 시작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독방, 들리는가? 여기는 CCTV실. 현재 그쪽으로 향하는 화면의 송출이 중지되었다."


"..."


"이런 씨발. 경보를 울려?"


"잠깐만, 기다려봐. 우리가 이상한걸수도 있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경봉과 랜턴을 집어들었다. 딸깍. 랜턴에 불이 들어왔다. 환한 달빛 때문에 필요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안정되었다.



"독방, 들리는가? 반복한다. 여기는 CCTV실. 그쪽 화면이 이상하다. 회신 바람. 이상."


"..."



여전히 침묵.


그리고, 파열음이 다시 피부를 울려왔다.



"제이크. 뭔가 이상해."


"잠깐만. 여기는 CCTV실. 현재 감시 화면 상태가 불량하다. 이 무선을 듣는 사람은 누구든 수신하도록."


"제이크?"


"잠깐."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씨발, 뭔가 좆같이 돌아가는군. 사이렌을 울려."


"이미 레버를 당겼어."


"뭐?"


"레버를 당겼다고. 두번이나."


"그럼 왜 사이렌이 안 울..."


"얼마만의 재회죠.../-/...하나도 변하지 않았군요..."


"씨발 저 소리는 잘만 전송되는데?"



래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냐."



눈을 돌렸다. 달이 있었다. 거대한 달이. 수퍼 블루 블러드 문이라는, 농담같은 이름에 걸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거대하고 새하얀 달이.


하늘 절반 이상을 가득 채운 그 거대한 달은, 교도소 정중앙을 향해 천천히 낙하하고 있었다.


균열소리가 더더욱 커져갔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래리가 물었다. 뭐라 대답할 수 없었다. 별안간 떠올랐나. 틈만 나면 소리치기 일쑤였던 수천명의 죄수가, 지금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괴성은 커녕, 쑥덕거리는 속삭임조차 앗아간 침묵.


그리고야, 나는 이변을 깨달았다. 아니, 낙하하는 달 때문에 가려져 있었던, 충분한 이상을 깨달았다.


달이 낙하하는게 아니었다.


감옥이 떠오르고 있었다.


부지가 통째로, 뿌리채 뽑혀 날아오르고 있었다.



"아름다워요, 처음 봤던 그 날 이상으로. 절 받아주시겠나요? 이번엔 일곱이 아니에요. 삼천, 그 이상은 될거에요. 죄많은 그들의 목숨을, 선물로 받아주시겠나요?'



귓가에 리빙우드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마치, 사랑에 빠진 연인에게 속삭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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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

네크

티-스토리 applejack.tistory.com

트위타 @nec092

게임 리뷰하는 팟캐스트 우물파는 게이머들의 리뷰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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