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노란 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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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참여 동의

“I am he as you are he as you are me And we are all together.”

 오래전 이미 죽어버린 브릿-락밴드가 불렀던 그들의 팬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노래다. 그녀는 방금 나와 14번째 정사를 마친 참이고 21개비째의 대마초를 말고 7번째의 소분된 엑스터시를 입에 털어 넣은 참이다. 그녀가 재정신 일리는 없다. 그녀는 그저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이 상황을 즐기는 것에 몰두한다. 평상시라면 대단히 칠칠맞지 못한 행동으로 여겨질 태지만 나는 그것에 딱히 의미를 두지 않는다. 덜덜 떨리는 손 끝도, 피를 뽑아낼수 있을 정도로 충혈된 눈도, 근원을 알수 없는 미친듯한 식욕도, 지나친 살덩이간의 마찰로 쓰라린 사타구니도, 그 둘이 반경 100Km내에 살아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면 많은 것은 의미를 이해할수 없는 거나, 이해할 필요가 없는 행동이 되어버린다.

 나는 입술을 모아 뻐끔뻐끔 소리를 내며 창밖을 바라본다. 눈이 내린다. 아무도 살지 않는, 그 존재의 이유도 기능도 잃어버린 거대한 도시가 죽어간다. 그 부속품이자 주인을 잃었어도 신호등은 때가 되면 점멸하며, 아직 도시를 떠나지 않은 생명체들은 아직 도시에 남은 가치 있는 것들을 뜯어먹으려 노력하고 있기에, 마치 도시는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단지 아직 자신이 죽었음을 모를 뿐이다. 마치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저 시체들처럼.

 그것들은 차라리 자연현상에 가끼워보인다. 그들은 어떤 작위도 부작위도 아니다. 그들은 그저 존재할 뿐이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가 허공을 걷는다. 나는 챙겨뒀던 싱글-몰트를 병째로 때려 부었다. 그녀와 달리 나는 각성제나, 대마초에 대한 경험이 없다. 그렇다고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서 그런 것을 시작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그저 나이고 싶을 뿐이다. 나는 무릎을 가슴앞으로 그러모아 움크렸다. 마치 깊은 바다속에 있는 기분이다.  한점의 햇빛조차 닿지 않는 심해의 가장 밑바닥에 사는, 그 밑바닥에 사는 볼품없는 납작한 물고기처럼 나는 그저 가장 높은 호텔의 스위트 룸 가장 푹신한 퀸사이즈 침대 이불속으로 파고 들었다.

 마치 바닥을 기는 기분이고 바다에 빠진 느낌이다. 그 어떤것도 느낄수 없고 그 어떤 것도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그 엄청난 허무의 바다속에 그녀가 있다. 그녀는 북극성처럼 빛난다. 그녀는 이를 갈고 있다. 아무래도 7번의 각성제는 그녀를 완전히 파괴한 모양이다. 그녀는 미친 듯이 이를 갈며 웃고 있다.

 “ㅏ.아. 아무래도 말이야. 우리가 아주 멋지게 성공한 모ㅑ-양이야.

 바이오관련 주식들이 몇 번 요동치고 난 이후에 업계에는 전반적인 회의감이 감돌았다. 그 회의감을 돌파하기 위해 일련의 실험적인 사업이 있었고, 나와 그녀는 그 사업의 톱니바퀴중 하나였다. 그 최초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우리였지만 우리의 등을 떠민 것이 우리 자신의 욕망인지 투자자들의 돈인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할 저 위의 그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 이해할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의 연구는 기이한 방향으로 성공했고 그 성공은 이내 우리를 삼키고 회사를 삼키고 사회를 삼키고 끝내는 인류라는 종을 삼켜버렸다. 우리는 조용히 그 사태를 바라보다가 각자가 원하는 것을 챙기고 도시의 가장 중앙 가장 높은곳에 위차한 호텔의 스위트룸으로 피신하는 것을 택했다. 원래부터 둘 모두가 도망치는 데 도가 튼 이들이다. 그렇기에 제약회사의 연구원이나 될수 있었지. 둘 모두 직감적으로 이번 일은 도망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을 얻고 난 후에 각자에게 필요한 것은 너무나도 명확해졌다.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했고, 나는 다량의 위스키와 담배, 그녀는 각성제와 어떤 풀이 심각하게 필요해졌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너무나도 간단한 도식이다. 책임을 질수도 없고 지기 싫어하는 무책임한 과학자 둘+책임질 사람들이 전부 사라져 버린 세상->도시의 마지막 생존자.

 그저 현재를 잊기위한 정사가 반복됬고 그 결과 끝에 최악의 죄책감에 몰렸던 이들은 한발자국 절벽에서 물러날 수 있었다. 정말이지 단 한발자국이었다. 한꺼풀의 우유 거품과도 같은 얄팍한 인식의 막 만이 그 절벽과 나를 막고 있었다. 그 막 너머에는 끝없는 추락이 있을 뿐이다.

 체크인때의 하얀 이불은 노랗게 때로는 알고 싶지 않은 얼룩들로 물들어갔고, 우리는 그 안에서 조용히 숨을 쉬고 있을 뿐이다. 아직 정신이 남아있을 적에는 그래도 노력은 했던 것 같다. 적어도 한병째의 아드벡- 그녀의 경우엔 10g까지의 엑스터시-까지 우리는 이 상황을 해결해보려고 노력했다. 그 순간 전기가 나가버렸다. 그게 인지의 끝이었다.

 마지막 순간이 시작되었다. 서로가 마지막까지 못했던 것을 이제야 시작했다. 나는 스코틀랜드의 양조장으로의 여행을 계획했고, 그녀는 기이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15세까지 그녀는 무용을 전공했다고 한다. 둘다 이미 부질없는 계획이다. 기장은 이미 애저녁에 걸어다니는 시체가 되어 저세상을 비행하는 중일태고, 평론가들의 뇌는 더 이상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을 태니, 5개의 박사학위들의 가치가 휴지조각 만큼도 무의미 해졌다.

 술병을 위로 들었다. 빈병이다. 나는 다음병을 위해서 침대 밖으로 기어나갔다. 평소라면 듣지도 못했을 소리를 들은 것은 그때의 일이다.


 

똑-똑


 

“요코, 무슨 소리 못들었어?”

그녀는 다행히도 Rubber-soul로 돌아간 상태였다. 아마 결코 Yesterday까지 돌아갈순 없겠지. 그녀는 요코 오노와 같은 표정으로 날 올려다 봤다.

“존? 무ㅜ슨 소리라ㅏ도 들은거야?”


 

똑-똑-똑


 

 이제는 필요가 없어서 바리케이드로 쌓아둔 가구들 넘어로 다시금 노크소리가 들렸다. 그 다음은 무위의 해체였다. 순서대로 나의 위스키장과 그녀의 약장이, 그 다음은 거대한 옷장, 화장대, 마지막으로 탁자와 의자들이 바닥에 널부러졌고 우리는 그제서야 문을 열 수 있었다. 문 넘어에는 믿지 못할 것이 서있었다. 투버튼 스리피스양복을 완벽하게 챙겨입은 뚱뚱이와 홀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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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앞에서 한-두세기 정도는 서있었을 겁니다. 아마 베트남전에서 걸프전까지 정도의 시간이 흘렀겠지요.” 뚱뚱이였다.

“혹은 1957년에서 70년이요.” 홀쭉이였다.

“혹은 창세기에서부터 묵시록까지”

 뜽뚱이가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

“아무튼간에 그건 딱히 중요한 건 아닐겁니다. 아 저희의 소개가 늦었군요.”

홀쭉이 쪽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건내주었다. 이런, 내 명함이 어디에 있더라. 우리도 그들과 같은 팀워크를 보여주길 기대하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23개피째의 대마초를 마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진정이 필요한 모양이다.

 명함에 적힌 회사는 H&H, 로고는 뿔난 천사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앙겔라씨와, 세이탄씨. 맞나요?”

홀쭉이쪽이 앙겔라였고, 세이탄은 뚱뚱이였다. 넥타이 하나 삐뚤어짐 없는 그들의 모습은 대단히 기묘했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명함을 건냈다는 것이다. 그 말은 바리케이드로 이용되던 탁자와 의자가 근 3주만에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혹은, 아직 명함을 건내줄만한 사람들이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독일계 이름이라 악센트가 조금은 다르긴 하지만 대강은 맞습니다. 이 친구의 이름보다는 읽기 쉽지요. 그는 중동지역 출신이니까요. 거기 사람들 이름은 혀를 꼬아대기 마련이지요. 압둘 알하지드- 세상에 무슨수로 그런 이름들을 부르고 사는지는…”


 

뚱뚱이쪽은 서류가방에서 도넛을 꺼내서 먹기 시작했다. 평범한 12개들이 글레이즈드였다. 그게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음은 익히 알고 있는 데, 그 보다 근본적인 물음이 혀를 가로채었다.

“어디서 오셨죠?”

홀쭉이쪽은 조용히 자신의 명함을 뒤집어주었다. ‘인적자본관리회사 H&H’ 아무래도 그들은 그곳에서 온 모양이었다.

“사실 저희는 어디에서도 오지 않았죠.”

“혹은 언제에서도요”

“다른 인적자본 컨설턴트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일을 하니까요.”

“아무튼 간에 얼마전에 주주총회가 있었어요. 말도 아니었죠, 그들은 대단히 화가 났어요. 세상을 뒤집을 정도로 화가 나있죠. 세상이 뒤집어졌으니까요. 그래서 다시 뒤집길 원해요.. 180도 더하기 180도. 360도. 이해하셨나요?”

간만에 나의 박사학위 3개짜리 두뇌가 일을 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것이 내놓은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42. 오로지 그 숫자만이 머리를 발이 닳도록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지금 내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려면 기존의 상식을 뒤엎을 필요가 있는 것 같았기에 나는 그녀에게 외쳤다.

“요코! 나도 한 대 말아줘!”

그녀는 24개피째의 첫 번째 대마초를 말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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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래요. 이해하기 힘들겠죠. 저희 회사 구조가 워낙 복잡해야지요. 저희들도 햇갈린 답니다. 공격적 인수합병이나, 그 인수합병이 무효였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수많은 소송들, 세금문제들, 투자금의 배분문제. 재투자의 문제. 여타 등등.. 대체로는 자본에 대한 문제였어요. 아시다시피 자본은 자본을 불러오잖아요? 그 문제가 이렇게 복잡할지는 아무도 몰랐을 거에요. 결론적으로 두 개의 회사는 합쳐졌고 저희 둘은 같이 일하기 시작했죠. 그나저나 차 한잔 마실수 있을까요?”


 

 탁자위에 넉잔의 차가 놓였다. 그녀도 슬슬 뚱뚱이와 홀쭉이 그리고 알코올중독자란 구성에 흥미를 느끼고 그 삼각관계에 자신을 더하고자 결심한 모양이댜.

“60억에서 70억, 혹은 그 보다 조금많은 정도였어요. 저희 자산은 그런데 최근 어떤 사건의 여파로 그 숫자가 줄어들었죠.”

뚱뚱이는 손가락으로 우 하향곡선을 그렸다. 홀쭉이는 그 손가락 끝을 잡더니 탁자에 꽂아버렸다.

“정확히는 이제 둘이죠.”

“축하해요. 당신 두명이 정말로 인류의 마지막 두명이에요”

오로지 독일인의 피가 흐르는 이만이 낼수 있는 차가운 목소리로 앙겔라는 선언했다.

“정말이지 저는 매번 경고했어요. 언젠간 인문학학위하나 없는 사람들이 이딴 식으로 우리 사업을 망칠거란 걸요.”

 세이탄이 두 번째 도넛에 덤벼들며 한탄했다.

“아, 저는 참고로 영문학이랑 역사학이에요. 켈트족의 룬문자가 전문분야죠. 그러니까 노르만계통 룬문자는 읽을줄 몰라요.”

“신학, 정치철학입니다. 경영학은 부전공이고요. 덕분에 이 일자리를 잡았죠”

“분자생물학…천체물리학…유기화학이요..”

그녀는 자신있게 외쳤다.

“하하! 난 의학박사다! 이중에 진짜 Doctor는 나밖에 없구만!”

앙겔라는 그녀가 의학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것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듯했다.

“아! 저희 대표이사님도 의학박사학위를 가지고있긴 하십니다. 외과쪽에 능통하셨죠.”

“…산부인과입니다..”

그녀는 풀이 죽은 듯 했다. 그녀는 눈으로 ‘외과 같은 괴수들을 어떻게 이겨!’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무튼 간에, 저희 경영진의 입장은 아주 확고합니다. 다시 시작하길 원해요.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요. 백지상태에서 재시작이죠. 겨우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어냈어요. 그 간의 경영방식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게 다행이였어요.”


 

앙겔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내 술장으로 가더니 위스키들을 가방에 챙겨넣기 시작했다.


 

“그런 책임이 막중하신 분들이니 이제부터는 재정신으로 있으신게 좋겠죠.”


 

300만원 가량의 위스키가 그의 가방으로 사라진 이후에 그는 조용히 손가락을 퉁겼다. 그녀의 손에서 타들어가던 대마초가 담배로 바뀌어있었다. 말보로였다.


 

“조금 더 건강한걸 피세요.”


 

세이탄도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럼 두분 수고해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이 대화의 맥락이 전혀 잡히지않았지만, 그녀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들을 붙잡듯이 질문을 던졌다.


 

“저는 불임이라고요! 근데 뭘 어쩌라고요?”


 

그 둘은 조용히 미소지었다.


 

“다 잘 될겁니다. 그 분이 일하시는 방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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