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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달로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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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2:14 Jun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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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세이즌
협업 참여 동의 아니오

마티아스는 비명을 내지르며 몸서리쳤다.


편두통이 엄습했다. 꼭 왼쪽 머리통, 눈두덩 뒤 어딘가에서 압력이 사방으로 뻗는 듯한 통증으로……. 신경질적으로 자리끼를 들이켰다. 덜 풀린 식도에 냉수가 날카로웠으나 그마저 예사로웠다. 테레사와 두통. 귀신처럼 따라붙는 이 둘이 있어, 그는 늘 잠들기를 두려워한다. 수면 부족이 다른 두통을 동무 삼아 그저 악화 일변도가 되더라도.


진통제로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현관 안으로 디밀어진 신문 더미를 뒤적였다. <라 오르데나>, <엘 티엠포>, <라 보스>를 곧장 쓰레기통에 처넣고 <엘 문도>를 집었다. 추계 마도 올림픽이 목전인 시국에 언론들 방정이란 다 알 만한 것들이지만 2류 신문만 떨렁 구독하다가 충성파 입에 허투루 오르내리는 꼴은 사양해야만 할 것이 아닌가?


그는 겨우 펼친 <엘 문도>조차 성의껏 읽지 않았다. 그네들도 뭐 도긴개긴이라는 것이다. 아무려면 그런 말을 해준 게 그 신문사 내부자였으니 말이다. 지면을 앞뒤로 뒤적이는 본새가 무언갈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곧 마티아스는 우뚝 멈춰 어느 기사를 골똘히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사회부 테레사 타티아나 알마스 기자, 그런 알 만한 꼬리표가 달린 기사를.



재무대신, “레이나 발렌티나 재단과 거래가 있었다” 인정


세사르 시보나 재무대신이 레이나 발렌티나 재단에 알베르카 시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 제기에, 1일 재단 측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했다.


세사르 재무대신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레이나 발렌티나 재단 문제로) 일부 언론에서 지속적인 비판을 시도하고 있다”며 “알베르카의 국유지는 왕국전략특구 제도에 입각하여 마소 검출기 부지로 용도 변경되었고, 이는 시 당국의 양지까지 득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재무대신은 특히 “(이런 비판 제기에) 구태여 반박하지 않은 것이 불통으로, 은폐로 받아들여져 결과적으로 정책적 적당성을 훼손한 셈이 됐다”면서 “이 점 신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하겠다”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집단 또는 교육재단에 대한 특혜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논란에 휩싸인 왕국전략특구 제도에 대해서도 마도입국에 대한 제도적 서포트, 에르사예즈와 같은 경쟁국에 대한 투자우위를 위함이라면서 “학계와 일선에서 거듭 강조하듯 현대 마도학의 생명은 결단과 속도이며, 조국 오르데나의 마도입국과 궁극적인 초격차 확립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란 말로 유착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하지만 레이나 발렌티나 재단 측에서 유출된 라 아르모니아 29년 재단운용계획 문서에 따르면 해당 국유지에는 마소 검출기가 아닌 다이달라이트 재처리 시설이 건설될 계획으로 드러났다. 왕국전략특구는 연구 시설 확충을 위한 제도여서 불법, 편법 토지 유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왕국의회 제1소수당인 사회당이 재무대신과 모교 재단 사이에서 벌어진 ‘레이나 발렌티나 게이트’에 대해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상황.


세사르 재무대신은 특별감사 요구에 대해 “국가 마도학 발전을 장해하는 망상”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다수당인 전통당은 소수당의 비판을 위한 비판, 꼼수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여 난국이 예상된다.



독자들 중 이 의혹의 주체인 담당 기자가 모교 재단을 내리 두들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재단은 <엘 문도> 데스크에 항의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내선 경유로 테레사에게 무슨 짓거리냐고, 모교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냐고 무진 지랄들을 해 댔을 테지. 두통을 손잡고 온 우울이 얼마간 흩어지는 것 같았다. 마티아스는 겨우 원기를 되찾고는 찬장을 뒤적였다. 요깃거리라고는 빵 부스러기가 전부였다.


오늘 할 일이 하나 둘 떠올랐다. 아무래도 레이나 발렌티나에 업무차 들를 예정이니 만사가 뒤숭숭한 게 아닌가 싶었다. 왕태자의 배려는 결코 허투루 해서는 아니된다. 또 마도학은 결국 인사로 귀결되지 않는가……. 스승 카예타노처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인재를 발굴하려 애써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문을 내던지고, 리클라이너에 늘어졌다. 부득불 깬 시간이 제법 일렀으니 말이다.


반쯤 졸기를 십여 분,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들겨 선잠을 내쫓았다.


“주임님, 이리스입니다.”


“이, 이리스?”


깜짝 놀라 하마터면 안락의자째 자빠질 뻔했다. 마티아스는 제가 자다 깬 거지꼴이라는 것도 잊은 채 얼른 문을 빼꼼 열었다.


이리스는 그 틈바귀로 슬그머니 토파즈빛 눈동자를 비추었다. 시트러스 향이 아침 안개처럼 한들거리며, 그녀는 우물쭈물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오늘 베네딕토 전하 순시에 같이 가자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디서 합류할 지 안 알려주셔서…….”


“나 원 참……. 치워 놓지도 않은 방에 손님 들이게 생겼네.”


그랬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걸쇠를 바삭바삭 들어내고 부득불 후배를 들일 밖에 없었다. 마티아스는 어디 잘못 처덕인 모르타르마냥 여기저기 흩어진 옷가지를 치우기 바빴다. 이리스는 짐을 잠시 내려놓으며 살며시 실실거렸다. 매끈하게 세운 블라우스 깃이 썩 유쾌하게 살랑거렸다. 


그녀는 종이봉투를 풀어 커피며 추로를 냈다. 꼴사나운 것들을 대강 눈에 안 띄게 처박은 마티아스는, 막 빵 찌꺼기나 긁었던 게 생각나 못 이기는 척 건네받았다. 기묘한 식사였다.


이리스는 커피를 홀짝이는 척 웅그리고는 가만히 눈동자를 굴렸다. 관사 표준 사양의 가구 일색에 장식이라곤 마도서, 차트와 연구 문서 뭉치, 폐 신문더미 뿐. 행거에 줄줄이 걸린 백의가 귀신 꼴로 보일 지경이었다. 그 허연 등짝에 알레프 마도 연구소 심벌이며 ‘La Razón es mi Luz(이치는 나의 빛)’ 문구만 그저 덩그랬다.


그녀는 다리를 잘각대며, 피식 웃었다.


“좀 꾸며 놓고 사셔야겠어요.”


“여길? 만날 야근에 연구인데 연구소 관사를 삐까번쩍하게 해 놓고 살라고?”


그녀는 입술을 비죽거렸다. 마도학자들은 256진법 유도식은 곧잘 해독해도 한 구절 말을 모르는 일이 허다한 것이다. 하긴, 그러니 이렇게 하릴없이 겉도는 거겠지만.


이런 이야기 더 해봐야 답답하기만 답답할 것이다. 앞자락을 짚으며, 그녀는 상체를 슬그머니 들이밀었다.


“레이나 발렌티나는 면학 분위기예요? 전 원장님이나 주임님이나 다 거기 출신이시니 아무래도 다른 데보다는…….”


“이리스, 어떻게 거기만 별천지겠어?”


커피를 쭉 들이켰다. 뜨끈한 기운이 식도를 훑으며 타는 속을 얼기설기 적셨다. 사실 애저녁에 바짝 그을어, 그렇게 눅여 보아야 무용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볼멘소리가 절로 나오곤 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오르데나에서 순수 마도학은 끝장난 거, 알잖아? 돈깨나 된다는 응용 기술에나 사람이 몰리지. 가서 학생들이랑 해석학이나 마소 알고리즘학 수준 보면…….”


“늘 하시던 얘기 같네요, 이거.”


이리스는 맞장구를 치며 두서너 뼘 의자를 당겨 앉았다. 또 추로를 뒤적이는 척하며 손목을 냈다. 상큼한 냄새가 번지도록.

물론 마티아스는 열 내며 하던 이야기나 계속 지껄여 댈 뿐이었다.


“가서 사인이나 왕창 하다 올 거라고 생각해, 맘 편하게. 아, 이거 한 번 풀어 봐. 강연 중에 돌려 볼 거야. 이리스, 네가 중간에 돌면서 쓸 만한 애 얻어 걸리나 봐야 될 거야.”


“……끝장났다면서요?”


“끝났다고 포기할 순 없는 게 사람 사는 일이잖아.”


맥 빠지는 푸념이지만 그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마티아스는 이리스를 먼저 내보내고, 적당히 시차를 두고 따라가 모놀리토 1층 로비에서 만나는 것으로 꾸몄다. 초차원치환 연구부는 심심찮게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몸을 사려야만 하는 것이다. 특히 충성파는 주임과 연구원이 붙어먹는다며 계속 추문을 퍼뜨리는데, 잘못 뒤를 밟히면 괜히 이리스의 체면과 경력만 망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부양선 선착장 방면 출입로는 평소답잖게 삼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왕실전용선 스케줄이 있는 걸 감안하더라도 과민스러운 데가 없지 않았다. 무관들이 도열한 가운데 간드의 마소방출구가 무진 번뜩이며 시커멓고 까마득하게 보였다. 어느 검색대에 붙들린 두 사람은 이름과 소속을 밝히고 연구원증을 제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몸수색까지 당하고서야 겨우 놓여날 수 있었다.


그래도 왕태자가 순시에 동행을 요청한 마도학자들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그네들은 제법 친근하게 굴었다. 안내역 삼아 무관 한 명이 따라붙어 부양정 승선을 돕고 배석까지 알아봐 주어 헤매는 일 없이 편하게 대기할 수 있었다. 긴장이 풀리자, 마티아스와 이리스는 각자 클러치백에 챙겨 온 차트와 출력물을 보며 연구 이야기나 하기 시작했다. 


차원절리의 유도식 재정립이니 치환의 3차원적 확장이니 몇 천억 기가다이달로스니 지껄여 대는 사이 몇 십 분이 훌쩍 지났다. 한창 마법 삼매경이던 차에 웬 소란이 시작되었다. 경호였다. 베네딕토 오르데나 전하 납신다는 말이 어찌나 또랑또랑했으면 그랬을까? 주위에선 구두며 단화, 워커 뒤축이 드득드득 갉으며 디디는 소리까지 요란뻑적지근했다.


그들은 허겁지겁 문서를 치우고 똑같이 부동 자세로 섰다.


베네딕토는 수행인을 몇 대동하고 나타났다. 부양정 승무원이며 무관을 마주치면 일일이 일 보라는 듯 손을 휘적거리면서. 곧 내측으로 들어와 외투를 시종에게 넘기고는, 마티아스에게 손을 뻗었다. 그는 엉거주춤 왕태자의 악수를 받아야 했다.


“아, 마티아스. 아침부터 골치 아픈 일 대신 건설적인 일 하니 썩 좋은 것 같소. 어디, 옆에 선 아가씨는…….”


“맑고 화창하니 날씨도 돕는 것 같습니다. 이쪽은 초차원치환 연구부 소속 이리스 비요르카 연구원입니다.”


왕태자는 이리스에게도 악수를 청했다. 그 기백을 정면으로 받은 건 처음인지 그녀는 어울리지 않게 뻣뻣하고 어설펐다.


“아, 마티아스한테 ‘전생에 숫자랑 결혼했던 게 틀림없다’라면서 천재 신예 이론마도학자라고 보고를 받은 게 기억나오. 반갑소.”


“과, 과찬이십니다, 베네딕토 왕태자 전하.”


“그러고 보니 캄피에레 공이 ‘알레프 연구소가 글러먹은 건 시커먼 홀아비들의 냄새나는 소굴이기 때문이다’라고 구시렁거리곤 했지. 비요르카 연구원, 마티아스를 잘 보살펴 주시오. 캄피에레 공처럼 쓸쓸하지 않게…….”


“아, 네, 전하.”


그 말을 끝으로 베네딕토는 자신에게 용무가 있으면 무관을 통해 왕족석에 고하라고 이르고는 재차 수행인들과 함께 더 안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갔다. 선내 방송이 나오고 부양정이 떠올라 항로를 잡는 동안 두 연구원 근처 좌석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저 멀리 점프 시트에 앉아 힐끗거리는 무관 한 명뿐. 분위기가 무거웠다. 좌석은 호화판인데 엉덩이가 괜히 따끔거렸다. 


이리스는 농담삼아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주임님. 진짜 저더러 숫자랑 결혼했다고 보고하셨어요?”


“아니, 보고 내용은 그게 아니라 좋은 연구원을 찾았다는 거였고 말하자면 비유가…….”


“주임님, 센스 없어요, 진짜.”


아무려면 이 사람은 칭찬이랍시고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녀는 연구 자료를 도로 꺼내더니 자연어가 아닌 마도어로 떠벌떠벌하기 시작했다. 누가 듣든 말든 웬만해선 분간하지 못할 것이다. 마티아스는, 그저 헛웃을 밖에 없었다.


어쨌든 왕실전용선은 에스피나 산맥을 넘어 동쪽으로, 알베르카 방면으로 향했다.


두어 시간이 지나 부양선이 레이나 발렌티나 대학의 정박 부지에 내렸다. 이미 주변에서는 참 정연한 난리굿이 벌어지고 있었다. 흑색 무관복이 보도 양 옆으로 인간 장벽을 짓고 간드를 모로 쭉 치들어 무슨 간이 아케이드가 쭉 내뻗은 것처럼 보였다. 창문 너머로 흐릿한 저 너머까지 거무스레할 만큼……. 이 많은 병력을 알레프 연구소부터 실어 날랐을 리 없으니 소거법에 따라 알베르카에서 차출한 게 아닌가 싶었다. 


본격적으로 일이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선내에 쩌렁쩌렁 경호가 울려퍼졌다. 마티아스와 이리스는 용수철처럼 튕겨올랐다. 수행단은 꼭 두 사람 좌석 인근에서 잠깐 멈춰 섰다. 시종장이 눈치를 주는데 말 한 마디 없어도 눈빛이 어찌나 모질고 또렷한지 당장 여기 서라, 그렇게 호통치는 것만 같았다. 제아무리 일류 이론마도학자인 마티아스라도 이런 의전 앞에 어린애나 다를 게 없었다. 그저 이 무리, 시꺼먼 예복을 갖춘 이들에게 꼭두각시가 될 밖에. 


무관의 벽 너머로 판테온이 보이되 아키트레이브, 프리즈, 코니스, 페디먼트, 아크로테리온 그 어느 부위도 익숙하지 않았다. 소싯적 몇 년씩 마주쳐 버릇했고 무려 오늘 아침에 꿈결에 스쳐 되새기기까지 했음에도! 교정에는 학생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미리 잘 소개하여 있어야 할 곳에 몰아넣은 성싶었다.


수행단은 십여 분 걸어 여왕의 강당에 도착했다. ‘오르데나 왕국 왕태자, 베네딕토 오르데나 전하 납시오!’에 맞추어 선두부터 말미까지, 만석인 청중이 일거에 일어섰다. 그 인파, 마도학부 전학년 집합이라도 시킨 게 틀림없었다. 왕태자의 손짓에 맞춰 앉으며 사람으로 된 너울이 일었다. 의전의 위압이야 말할 것도 없고, 베네딕토라는 위인의 위엄은 그런 형식 하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는 보랏빛 왕실 망토를 걸친 인형사였다. 사람을 정통으로 홀리고 위신으로 취케 하며 영광으로 휘어잡는.


어느새 국저는 단상에 올랐고 마티아스, 이리스 그리고 수행 전원이 그 뒤 의자에 앉았다. 증폭기 전원이 오르며 찌릿한 소음과 붉은 섬광이 일순 뒤섞였다. 의례니 식순이니 하는 잡스러운 건 불요했다. 이미 완성된 자리였으니까.



「여러분, 일찍이 우리 국모 발렌티나 여왕께서 ‘너 자신을 보라’라 하셨다지요. 어디 말씀대로 거울과 한 번 맞서봅시다. 그 속에서 한 세레네이 민족, 한 오르데나 신민 그리고 하나의 전통혼이 보일 겝니다……. 이 세상 누구도 품부한 기질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니 경대 앞 우리 모습일랑 저 스무 세기 역사 있은 오늘이요 그 오늘 있은 내일일 것이니 위대한 국모께선 유구에서 배우라, 또 계승하여 쌓아 나가라 이르신 셈입니다.


우리는 으레 저 아롤터의 에르사예즈를 교활하고 약삭빠르다 합니다. 또 아일레이의 셀든버러를 변덕스럽고 졸렬하다 합니다. 어찌 이리 품평한다는 말입니까? 인국의 기질을 어디 일일이 계량이라도 하여 이러쿵저러쿵 지껄여 댄다는 말입니까? 여러분, 아닙니다. 모든 것이 우리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세레네이 반도는 분열과 통합의 도가니였습니다. 양왕국 시대를 거치며 우리는 전통과 정통을 혼에 새겨 우뚝 서야만 했던 것입니다. 더는 나뉘지 않도록, 적통과 명분을 오롯이 꿰뚫고 하나의 오르데나에 새 천 년 있도록……. 정도가 종통이요 계승인 오르데나와 달리 저들은 소위 혁명이라는 미명 하 기단을 들어내고 본래 없어야 할 것을 짓고 있습니다. 공화니 민주니 자유니 공영이니 하는 허상을 말입니다. 전통주의자인 우리들로서는 자연적 알러지를 느낄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 되어 있다 하겠습니다.


중언부언이 되고 말았습니다. 내 이래서 대신민연설이니 시정연설이니 하는 것들보다 이런 자리를 더 좋아한다 해 두지요. 여러분, 자기 자신을 보십시오. 세레네이 민족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바로 거기 있을 테니……. 서오르데나를 분쇄하고 레콘키스타에 방점을 찍은 주축은 바로 궁정마도사들이었습니다. 우리 시글로 데 오로와 대확장시대 역시 마법의 가호가 우리 민족혼에 덧입은 보랏빛 망토와 같았습니다. 이제 건국 2천주기를 맞이하야 부국강병으로의 입국에 여러분들이 우뚝 서 있습니다. 저 에스피나의 모놀리토처럼, 붉게 빛나는 다이달라이트처럼 말입니다. 정당하고 유일한 왕위계승권자로서 나는, 나 자신을 봅니다. 바로 여러분들을 봅니다. 그리하여 오르데나를 봅니다. 우리 전통 가는 길을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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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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