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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달로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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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2:11 Jul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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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세이즌
협업 참여 동의 아니오

주 오르데나 에르사예즈 공화국 대사관.


이곳에서는 귀퉁이마다 무관이 2인 1조로 경계근무를 서며 마비 술식이 장전된 간드를 번뜩인다. 또한 대사관에 접근하는 사람이라면 전권대사나 총영사라 할지라도 우선 마소방출구로 한 번 겨누는 것을 경비 원칙으로 한다. 짧지 않은 역사에서 부득불 정착된 지침으로, 대사관 울담에 새긴 갖가지 흉이 그 이유의 아우성인 셈이라.


그 담장이란 제 몸뚱이의 온갖 상흔은 물론이요 요새 외벽과 같은 위용을 뽐낸다. 백여 미터마다 다이달라이트 핵을 박고, 사이사이 술식을 그물처럼 음각하여 마무리했으니 분명 군용 마도병기를 직사해도 일격에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무시무시한 형상에 군데군데 그래피티를 문질러 지운 잔해까지 어지러이 덧대여 있다.


대사관 경비 무관들은 일 주일에 한 번 꼴로 겨냥한 간드를 격발한다고 한다. ‘프로마주는 치즈통으로’, ‘지협 너머로 꺼져라 에르사예즈’ 따위 낙서를 휘갈기다 체포되는 자들이 숱한 덕이다. 그리고 그런 낙서꾼들은 투석과 오물을 투척하고, 심심찮게 마소 폭탄을 짊어진 테러리스트로 돌변하여 황색경보를 울린다. 그들에게 이곳은 전방 초소나 다를 것이 없다…….


그런 삼엄한 와중 대사관 본관, 자유의 홀에는 비밀취급인가를 가진 신사 숙녀들이 각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바닥난 다과, 지친 얼굴. 사람들이 늘어지는 가운데 상석의 사내는 아주 미서기창 너머로 딴청을 피웠다. 발표자인지 보고자인지, 푸른 제복 차림인 다른 사내가 절도 있게 참고자료 뭉치를 내려놓았다.


“대령님.”


기색이 없자, 이번에는 못 들을 수가 없는 성량을 내기로 했다.


“베릴 클로스테르망 대령님. 회의 계속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루이, 자넨 이 나라 좋아하나?”


베릴 클로스테르망, 주 오르데나 에르사예즈 전권대사, 에르사예즈 대외안보총국 정보부 대령.


그는 그런 날카로운 직급에 썩 맞지 않게 딴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보고가 묵살되고 있는 셈이지만, 루이는 천연덕스러웠다.


“이웃에 웬 군국주의자들이 똬리를 틀고 있으니 이 자리의 신사 숙녀 전원 편안한 집에서 천 오백 리나 떨어진 소굴에 발령을 받아 이렇게 머리 맞대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게 다 이 나라를 좋아해 보려는 시도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국경도 바로 맞닿아 있겠다, 교역을 늘리고 서로 건설적인 친교 관계를 쌓으면 더할 나위 없지 않겠나? 실제로 그런 계획이 꽤 성과를 거뒀었지.”


“그렇습니까?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베릴은 씩 웃었다. 홀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그 미소에서 낯익은 독사의 상을 보았다. 자유 에르사예즈의 적을 무는 살모사…….


“나 같은 냉혈한한테 안 어울리는 말이라 이거지, 응?”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 놈의 세계란 운명공동체라는 말이야, 결국. 우리 에르사예즈가 무슨 대업을 이룬들 이웃 잘못 둔 죄로 물거품이 돼 버릴 수도 있다고.”


그는 의자를 밀치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탁자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루이가 놓았던 보고서 뭉치를 가리켰다.


“지금 강조하고 싶은 건, 우리가 아직까지도 오르데나의 다이달라이트 산업 기밀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는 말이지. 마도부에서는 첫 번째, 이론상 지구 전체에 내핵까지 갱도를 뚫어도 나오지 않을 양이 오르데나를 통해 유통되고 있고, 두 번째, 만약 그게 비정상적 방법으로 창조한 다이달라이트라면 언젠가 광범위한 반발 현상으로 상상도 못할 재난이 벌어질 수 있다며 대통령궁에 탄원하고 있으며 아직 변명거리조차 못 찾았다는 게 아니겠나?”


“죄송합니다.”


베릴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이런 상황에서 부하를 괜히 책잡을 수는 없는 일. 늘어진 분위기를 환기하는 정도로 충분한 것이다.


무관들, 외교관들, 서기관들은 각자 비어 버린 머그를 들고 탕비실에 줄지었다. 누군가 조리실에 들른 덕에 갓 구운 페이스트리가 몇 접시 들어왔다. 차향과 버터 들뜬 냄새, 마라톤 회의에 이만한 도핑이 있으랴. 전권대사는 과자를 우물거리며 부관에게 말했다.


“다시 한번 해 살펴보자고. 루이, 계속해.”


“네, 대령님. 지금까지 말씀드렸다시피 악시옹 1에서 다이달라이트 흐름을 역추적한 건, 오르데나 당국의 집요한 정보 세탁에 대응하기 까다로운 점이 있으며 왕실근위대의 방첩망에 발각되기 쉬워 유효한 전략이 아니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후속 작전인 악시옹 2는 오르데나의 알레프 마소 연구소 내지는 알레프 마소 컬라이더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악시옹 2, 알레프 연구소.”


“네, 맞습니다. 계속하겠습니다. 악시옹 2 역시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도학 연구 시설인만큼 상당한 수준의 감시가 예상되었습니다만 실상은 그 이상이었으니 말입니다. 왕실근위대의 방첩망 중추가 알레프 마소 연구소를 중심으로 구축되었다고 추측될 정도로……. 저희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도 연구기관은 핵심 학문, 핵심 기술 연구 주체로서 그에 합당한 보호를 받기 마련이나 알레프에 가해지는 감시는 핀트가 상당히 달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시설, 바로 그 장소를 핀포인트로 사수하는 듯한……. 이 알레프 마소 연구소는 대단히 기괴한 건축물을 본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높이가 20킬로미터에 달하는 탑 형태의 구조물로 이름은 모놀리토인데, 마도부는 지금까지 ‘재료 물질만 충분하다면 현대 마도학 기술로 충분히 쌓아 올릴 수 있는 건물’이라고 자문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마도학 기술로는 후발국가인 오르데나가 일종의 과시용으로 건설했다는 추측이 다수 의견이었습니다. 우리 의문은 이제 이 지점에서 하나로 합쳐집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알레프 마소 연구소는 그 건축물에 존재해야만 하고 그래서 지었다면? 일련의 이유가 왕실근위대 보호와 관련이 있다면?”


요약 보고치고는 장황하여, 그만큼 에르사예즈 정보총국이 이 건에서 겉돌았다는 말이 되었다. 루이는 목이 타는지 옆 사람 잔을 빼앗아 들이켜고는 자료 페이지를 넘겼다.


“지금까지 활동은 오르데나의 마도 기술이 우리 에르사예즈보다 앞서는 점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후발국가로서 오르데나가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했다는 가정 하에, 특정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만 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습니다. 알레프 마소 연구소에 내부자를 만드는 작전을 고려해보았으나, 이 나라는 애초에 국제 마도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마도학계가 여러모로 기괴한 폐쇄성을 가지고 있어 성공 가능성이 낮으며 시간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에 악시옹 3에서는 마도부의 협력을 얻어 우리 핵심 마도 기술과 다이달라이트 교역량 증대를 맞교환하자는 제안을 타진하여 상대 고위 마도학자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간접적으로 조사하는 방식의 계획을 우선 추진하였습니다. 그리고…….”


“세 차례의 협상을 거친 우리 마도부 자문위원단은 오르데나 측 협상단 마도학자들이 기초적인 부분에서 결여가 있고, 별 것 아닌 기술 이전 수 건에 다소 과대한 반대급부를 요구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알려왔지.”


“예, 맞습니다. 어찌되었든 협상 과정에서 오르데나 측 마도학 기술의 특이점이 무엇인지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하는 계획은 무산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베릴은 잠깐 손을 들어 보고를 중단시켰다. 차나 커피를 홀짝이며 자료와 발언을 대조하던 사람들은, 곧장 상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쯤 되면 우리가 진실의 곁가지 즈음에는 도달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우선 세계 최고라는 우리 에르사예즈 마도학자들이 허튼 소리를 할 리가 없다는 것. 그러니 오르데나엔 뭐가 있어도 있다고 해야겠지. 그리고 이쪽 협상단 마도학자들은 예상보다 기술적 수준이 낮다는 것. 여기서 첫 번째 사실에 모순되지 않는 추론은 그 치들이 뒤떨어지지 이 나라의 마도학적 성취까지 그렇지는 않다는 것뿐이지.”


“코어 마도학자가 따로 있지만, 중대한 결정에서는 배제되고 있다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게 마도학자인지 특정 마도학자 집단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말이야. 왜 그럴까? 오르데나가 권위주의 국가라는 걸 변인에 넣어 보자고. 지난 십 년 간, 특히 그 사건 이후로 베네딕토 오르데나 휘하 세력이 나라를 집어 삼키다시피 하지 않았나? 군인이나 관료가 아닌 학자나 기술자가 정책적 선택에서 쉬이 배제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받는 상황이 아닐까 싶은데. 그것보다 상황이 더 나쁘면, 재주 잘 넘던 곰 배를 째서 웅담을 꺼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현재 저희가 조사 중인 오르데나의 마도학자 중 리스트를 다시 뽑아서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뒤로도 가타부타 몇 가지 이슈가 오가고서야 마라톤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회의는 사람을 지치게 하고, 안개속의 회의는 숫제 진을 빼놓는 법. 신사 숙녀들은 자리에 늘어져 저무는 해에, 미치광이같은 이웃나라에 욕지거리를 늘어놓았다. 주 오르데나 대사관에 파견된 아롤터 인 공무원들의 숙명이란 이런 것이다.


베릴은 의자에 깊이 눌어붙어 담뱃불을 당겼다. 땅거미가 창유리 너머로 스미며 연기에 불그레한 잔광으로 비쳐 왔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겠지만, 그는 낭만주의자이다. 그리고 낭만주의자에게 이곳은 그야말로 애증이 아닐 수 없다……. 소리 없이 투덜거리다 보니 온갖 시선이 느껴졌다. 해산해야 할 게 아닌가, 가리늦게 허겁지겁 궐련을 비벼 껐다.


“신사 숙녀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 헌신이 꼭 결실을 맺으리라 믿읍시다. 루이, 특히 고생 많았다고. 특별히 할 말 있는 사람 따로 없으면, 오늘은 이만 끝내는 걸로…….”


참석자들은 앓는 소리를 하며 각자 제 머그를 챙겨 자유의 홀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의자에 걸어앉는 베릴에게, 루이가 면도날같이 다가와 담뱃갑을 튕겨 보였다. 


두 사내가 자연을 피워 올리는 사이 한 여성이 다가왔다.


“아, 대사님.”


“샤를로트. 무슨 일 터졌다고 말하지 마, 제발.”


질색하는 얼굴을 두고서, 샤를로트는 문서철에서 웬 문서 사본을 한 장 꺼내 들이밀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독심술이라도 배우셨어요? 뭐, 사실 사고랄 것도 없지만……. 조금 이상해서요.”


“이상하다고?”


이상하다, 아롤터 사람들의 인식에 오르데나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여서 역설적이게도 그 나라에 대한 수식어로는 잘 쓰지 않게 되는 말이다. 베릴은 담뱃재를 털고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오르데나와 이 세상의 목소리

엘 문도 신문

아우로라 길 19-14, 라 오르데나

라 아르모니아 29년, 10월 23일


수  신  주 오르데나 에르사예즈 공화국 대사관

제  목 에르사예즈-오르데나 재수교 100주년 기념 행사 참석 요청의 건 관련


  1. 에르사예즈 공화국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 라 아르모니아 29년 10월 21일(대륙력 1829년 10월 21일) 서면으로 요청하신 에르사예즈-오르데나 재수교 100주년 기념 행사와 관련하여 사회부 기자 테레사 알마스는 현재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한 관계로 폐사 소속의 참석이 불가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3. 폐사 소속의 다른 참석자를 원하신다면 회신 주시기 바랍니다.


엘 문도 신문사 대표이사 리카르도 가르도나



베릴은 루이 쪽으로 손짓을 했다. 루이가 문서에 슬쩍 눈길을 준 뒤 나올 반응이란 뻔했다.


“음? 테레사 알마스, 이 기자가 일을 그만뒀습니까?”


“루이, 이래봬도 <엘 문도>는 이 나라에선 진보 언론이 아니겠어? 개중에서 별종인 기자가 이 사람이고. 폭로 기자라고, 폭로 기자.”


슬그머니 턱을 긁적거리고는, 어물쩍 말이 이어졌다.


“사실 이 테레사 알마스라는 기자, 꽤 재밌기도 하고 예전에 자네가 보고했던 조사 대상 마도학자 중에, 마티아스 아벨이라는 사람이랑 대학 동문이길래……. 잠깐만.”


“마티아스 아벨은 얼마 전에 사망했지 않습니까?”


“맙소사,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그런데 약해. 약하다고. 무슨 관련성이 있을까?”


마티아스 아벨은 젊은 마도학자로, 오르데나에서의 유명세와는 별개로 실속이 없어 얼굴마담의 일종으로 평가되는 2류였다. 그들이 찾을 코어 마도학자일 가능성은 낮은.


썩 내키지 않는 건 분명했다. 루이는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말씀하신 대로 인과관계가 흐리기 짝이 없습니다. 괜찮겠습니까?”


“그래도 뭔가 느낌이 와. 루이, 자원을 많이 투자하진 말고, 혼자 이 기자 한 번 찾아봐. 아까 건은 아까 건대로 다른 요원한테 넘겨 주고.”


“알겠습니다.”


정보부 두 사람이 자리를 뜬 다음에야 회의는 완전히 끝났다. 단단히 봉한 미서기창 너머로 그믐은 채 창틀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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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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