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판동프대] 갓파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 02:09 Aug 09, 2020
  • 36 views
  • LETTERS

  • By 딸갤러
협업 참여 동의

 카와시로 니토리는 갓파다. 

 니토리는 그 사실을 꽤나 자랑스럽게 여기곤 했다. 

 갓파라 함은 ‘땅에 오니, 하늘에 텐구, 물에는 갓파’라는 말이 있느니만큼 대표적인 요괴이니 짐짓 자랑스러워할만 하다. 일찍이 저명한 대문호께서도 갓파의 나라에 취재하러 와 그 수필을 소설로 엮어서 내지 않았던가. 니토리도 무연총을 어슬렁거리다가 그 소설을 주워 읽어보았으나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소설가들이 으레 그러듯 현실을 자신만의 세계에 감싸 비틀어 왜곡시키는 것이 영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무연총하니 니토리는 이전에 무연총에서 보았던 요괴도감이 떠올랐다. 낡아빠져 꾀죄죄한 요괴도감에는 갓파의 기원에 대한 것이 적혀있었는데, 인형화생설(人形化生設)이니 도래인이니 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목공이 조각한 인형이 갓파가 되었다느니 기술을 가진 도래인들이 요괴로 취급되었다느니 하는 구구절절한 설명 아래에 「어쩌면 갓파라는 실존하는 존재를 보고서 그러한 이유를 붙였을지도 모른다.」는 바깥세계의 물건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허무맹랑한 문장이 덧붙여져 있었다. 

 니토리의 생애가 수백년이요 갓파의 전래가 수백년이니 이쯤되면 갓파라는 종족과 니토리라는 개인의 구분이 니토리 스스로도 힘들었다. 그러한 니토리로서도 갓파의 기원따위는 알지 했다. 

 그야 그랬다. 요괴가 스스로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라 여겨졌으니, 요괴답다는 말에 꼭 어울리는 니토리로선 갓파의 기원따위에 생각을 할애하는 것도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지인이 그에 대해 묻는다면(그런 질문을 할만한 귀염성을 지닌 이는 이제와선 하나뿐이었다.)

 “흥, 본질이니 기원이니 하는 게 다 무어요. 요괴가 요괴답기만 하면 그만 아닙디까.”

 하고는 능글맞게 웃으며 대답할 것이었다. 

 니토리는 요괴는 요괴다워야 한다는 지론에 언제나 충실하고자 했으니, 요는 곧 갓파는 갓파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오이를 좋아한다던가, 씨름을 좋아한다던가. 머리에 접시를 이고 다닌다던가, 혹은 엉덩이구슬을 뽑아 먹는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이는 기원이 인형이건 인간이건 혹은 자연발생한 요괴이건 간에 상관없는 것들이었고, 니토리를 비롯한 여타 갓파들은 이러한 특성들을 지키기 위해 수백년간 노력해왔던 것이다. 

 우선 오이를 좋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갓파라 함은 물의 요괴요 오이라 함은 구할이 물이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환상향이 세워지기 전에는 마을에서 서리를 해왔었고, 환상향이 세워지고 나서는 니토리가 직접 오이를 사오는 것이 작금의 갓파 사회였다. 

 씨름을 좋아하는 것은 다소 신체적 특성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으나 어찌어찌 극복할 수 있었다. 다만 마찬가지로 씨름을 좋아하는 오니들에게는 쪽도 못쓰고 당했던 것이 억울할 따름이었다. 

 머리에 접시를 이는 것은 앞의 둘과는 달리 아쉽게도 탈락한 특성이었다. 니토리를 비롯한 갓파들은 일찍이 모두 머리에 접시를 이고 다녔으나 바깥세계의 문물이 들어온 최근엔 다들 촌스럽다며 접시를 버리고 모자를 쓰곤 했다. 다만 접시를 버린 부작용인지 정수리에 크게 원형탈모가 생긴 것이 요즘 니토리의 걱정거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갓파의 빠지지 않는 아이덴티티라 함은 엉덩이구슬을 뽑는 것이었다. 스스로를 신사적이고(여자뿐이었지만) 예의바르다고 생각하는 갓파들은 손으로 엉덩이구슬을 뽑지 않았다. 더럽기도 하거니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여 막대기를 사용하였는데, 일반적인 막대기와 차이가 있다면 하반신에 달려있었다는 것이었다. 

 길이는 석자하고도 석치, 굵기는 아이 팔뚝만하니 빈말로도 보기 좋다고는 하지 못할 터였다. 갓파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 니토리로서도 과연 이것은 부끄러이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하여 니토리는 갓파 종족의 명예와 니토리 개인의 수치심을 위해 이 사실을 꽁꽁 숨겨두었다. 

 그래, 숨기었던 것이다. 만약 들킨다면 갓파의 우월한 기술력을 동원해 신사적인 과정을 거쳐 잊게 만들었다. 

 그런데,

  

 “꺄…….”

 니토리는 현실도피를 그만두고 눈앞에 닥친 현실을 마주했다. 

 니토리는 여느 때처럼 즐거이 강에서 멱을 감고 있었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곳이니만큼 안심하고 덜렁덜렁 자연지체로 흐르는 물길을 만끽했다. 그래, 아무도 없었을 터인데. 

 ─하아. 

 마음속으로 푹 한숨을 내쉬고는 눈앞에 얼어붙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어깨를 살짝 넘기는 갈색 머리카락,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커다란 검은 눈동자, 조그만 입과 코. 노란 기모노를 입은 소녀였다. 개인적으로 아는 지인이기도 했다. 

 히에다노 아큐. ‘한 번 본 것을 잊지 않는 정도의 능력’을 지닌 히에다노 아레의 계승자였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성이었다. 

 

 ─좆됐다. 

 

 모두가 얼어붙은 가운데, 오직 좆만이 성을 내며 덜렁거렸다. 

 

comment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최종 글
공지 『경소설회랑 창작공간』 비영리 공간 선언 (1) file 수려한꽃 2012.05.17. 78864
공지 글 올리기 전에 꼭 읽어주세요!! (3) file 수려한꽃 2012.01.21. 84525
938 자유 다이달로스 #18 (1) 세이즌 2020.10.03. 19
937 자유 다이달로스 #17 (1) 세이즌 2020.09.16. 23
936 자유 다이달로스 #16 (1) 세이즌 2020.09.02. 29
935 자유 다이달로스 #15 (1) 세이즌 2020.08.20. 39
934 이벤트 동방 팬픽 프롤로그 대회 닫는 글입니다. 까치우 2020.08.16. 50  
933 자유 간판소녀 #3 (1) 세이즌 2020.08.11. 36
932 프롤로그! [판동프대] 나무위키보고 써봣는데 동방이 뭐냐 (1) SH 2020.08.09. 53
프롤로그! [판동프대] 갓파 딸갤러 2020.08.09. 36  
930 프롤로그! [판동프대]소년만화 스토리 짜다가 환상향에 와버렸다~! 이거 위험하다고~(웃음) 밀크커피 2020.08.08. 22  
929 프롤로그! [판동프대] if~ 레이무가 남자놀이하는 동안 마리사가 죽어버린 결과 밀크커피 2020.08.08. 21  
928 프롤로그! [판동프대]환상향의 관찰자. 밀크커피 2020.08.08. 20  
927 팬픽 [판동프대] 블루스를 위한 현대는 없다 형이상학적 2020.08.06. 43  
926 자유 다이달로스 #14 (1) 세이즌 2020.08.05. 27
925 프롤로그! [판동프대] 검은 나비가 팔랑거린다. 천재토사장 2020.08.04. 24  
924 프롤로그! [판동프대] 레즈 백합인 나에게 금발 로리 흡혈귀가 내려왔다! file 금토끼씨 2020.08.04. 24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63'이하의 숫자)
of 63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