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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그의 진실의 그녀 - 4.소년, 이해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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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5 May 1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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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xester

온달은 여린의 메시지를 거듭해서 읽었지만, 그럴수록 혼란은 더해질 뿐이었다.

할머니가 무도가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창천권 어쩌구란 것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권법이라 좀처럼 믿음이 안 가긴 했지만, 도장에 쫙 걸린 표창장이며 감사패는 여린의 실력을 입증하고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가 무도가란 것과 이건 전혀 다른 얘기였다. 살수, 진기, 내상, 운기조식. 그것은 온달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무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이게 무슨 무협지도 아니고!’


온달은 잠긴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할머니…… 가 아니라 이모! 안에 계세요? 계시면 나와 보세요! 집에 무슨 일 있었어요?”


그러나 묵묵부답이었다. 온달은 방문 열쇠를 찾아보았지만 평소에 쓰지 않아 어디에 뒀는지 알 수 없었다. 노아가 열쇠를 찾아 이곳저곳 뒤지는 온달에게 말했다.


제가 한 번 열어볼까요?”

또 문을 부술 거라면 참아줄래? 그렇지 않아도 낡은 집인데, 이 이상 부쉈다간 아예 철거해버리는 게 낫겠어.”


노아에게 돌아선 온달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것은 노아가 손에 칼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 이거요?”


노아는 칼을 좌우로 흔들어보였다. 새하얀 칼날이 등 푸른 생선의 배 같았다.


단분자 나이프예요. 뼈든 살이든 금속이든 아주 잘 잘려요. 보세요, KS마크도 붙어있는 진품이랍니다.”


드디어 스토커의 본색을 드러냈나! 온달은 뒤로 잔뜩 물러섰다.


이걸 문틈에 넣어 자물쇠를 자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한 번 해볼까요?”

, 그런 건 됐으니까 어서 그 칼 치워!”


노아는 풀죽은 얼굴이 되어 손목을 꺾었다. 인간이라면 절대 불가능할 각도로. 그러자 칼은 철컹 소리와 함께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방금 그거, 어떻게 한 거야?”

이거요?”


그녀는 다시 손목을 꺾었다. 그러자 칼이 싸늘한 금속성을 내며 팔을 뚫고 튀어나왔다.


이건 700번대 모델 기본 사양이에요. 야외에서 요리할 일이 생길 때 따로 식칼을 챙기지 않아도 되죠. 기본적으론 인간에게 사용할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으니까 안심하세요.”


그녀는 보는 사람이 전혀 안심할 수 없게 칼을 붕붕 휘둘렀다.


사실은 문을 여는 데 써서도 안 되지만요. 하지만 온달 님이 원하신다면야…….”

…… 진짜?”

? 진짜라니, 뭐가요?”

진짜 안드로이드였단 말야?”


노아는 마음 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제가 중국산 짝퉁 안드로이드처럼 보인단 말씀이세요?”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온달은 고개를 저었다. 안드로이드라니, 말도 안 된다. 혹시 이건 마술 같은 데서 나오는 눈속임 아닐까? 영화에서 쓰는 특수효과장치일 가능성은? 혹은 특수제작한 의수라던가?


온달 님, 괜찮으세요?”

……일단 칼 좀 집어넣어.”


그래, 의수다. 아마 불행한 사고를 당해 한 손을 못 쓰게 된 거겠지. 그런데 요리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한 손을 아예 칼로 바꾼 거야. 온달은 그렇게 납득하기로 했다. 머리가 이상해진 것도 그 사고 때문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갔다. 분명 엄청난 사고였을 거야.


그리고 내 방에 가서 옷 갈아입어.”

옷이요?”

비에 쫄딱 젖었으니까, 갈아입으란 말이야.”

하지만 전 안드로이드라-”

그래그래, 감기 걸릴 일이야 없겠지. 하지만 내가 보기 안쓰러우니까.”


온달은 자기 방을 가리켰다.


옷장에서 적당히 꺼내 입어.”

온달 님 옷으로 갈아입으란 말씀이신가요?”

이모 옷을 빌려주고 싶지만 방문이 잠겨 있으니, 할 수 없잖아?”

그럼, 실례할게요.”


노아는 조금 설레어 하며 온달의 방으로 들어갔다.

온달의 방은 거실과 맞붙어 있었고, 간유리로 된 미닫이문 한 쌍이 방과 거실을 나누고 있었다. 워낙 낡은 집이라 문틀이 휘어져, 겨울만 되면 문틈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올 지경이었다.

간유리 너머로 노아의 형체가 불분명하게 보였다. 온달은 시선이 자꾸만 문틈으로 옮겨지는 것을 제어할 수 없었다. 거기에 더해 아침의 기억 - 열린 드레스 사이로 보이는 속살 - 이 그를 부추겼다.

하지만 그건 범죄고,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지. 가볍게 관음욕을 때려눕힌 온달은 노아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때였다.


꺄아아악!”


굉장한 비명에 이어 문을 부수며 뛰쳐나온 노아가 온달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은 가히 미식축구선수의 태클을 방불케 했다.

정신을 차린 온달은 노아한테 깔려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노아가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노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나왔어요! 책상 밑에서! 저한테 달려들었어요!”

뭐가?”

뭔지 저도 모르겠어요!”


온달은 기막혀 했다. 그러다 문득 온달의 시선이 노아의 가슴 섶에 가닿았다. 노아는 온달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남자 티셔츠라 노아에게는 헐렁할 수밖에 없었고, 그 덕에 온달은 우아하게 뻗은 쇄골과 봉긋하게 솟은 가슴을 잘 볼 수 있었다.


, 대체 뭐가 나왔다는 거야?”


온달은 노아 너머로 겨우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거기엔 또 실로 야릇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티셔츠 아래 보이는 팬티 한 장.

그것이 노아가 입은 전부였다.

파들거리는 엉덩이가 앙증맞다고 생각한 순간의 일이었다. 노아의 뒤에서 뭔가가 솟구쳐 올랐다.


꺄아아아악!”


노아는 엉덩이로부터 전해지는 이질적인 촉감에 몸서리쳤다. 그녀의 엉덩이로 뛰어오른 것, 그것의 정체는 바로-


뭐야, 봉추잖아.”


온달은 허탈한 한숨을 흘렸다.


, 봉추요?”

닭이야. 우리 집에서 기르는. 이 녀석, 가끔 이렇게 제멋대로 집에 들어온다니까.”

닭이요?”


노아는 주춤주춤 상체를 일으켰다. 노아한테서 내려온 봉추는 평소 하계를 굽어 살필 때처럼 노아를 쳐다보았다.


온달 님, 저것보세요. 닭이에요!”

그건 내가 말했잖아. 그보다 이제 그만 내 위에서 내려와 줬으면 좋겠는데.”

?”


노아는 그때서야 자기가 온달을 깔고 앉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 죄송해요. 무거우시죠?”


글쎄, 무겁다기보다는 좋았다고나 할까. 온달이 입맛을 다시던 찰나, 누군가 현관에 걸쳐놓은 현관문을 두드렸다.


실례하겠사와요. 온달 오라버니를 찾아왔사온데…….”


안으로 들어선 것은 다름 아닌 루나였다. 그녀는 온달과 노아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온달은 루나의 표정을 통해 그녀의 오해를 알 수 있었다. 루나가 아닌 누가 보더라도 오해받기 딱 좋을 상황이긴 했지만.


, 저기-”


루나는 온달의 말을 듣지도 않고 뒷걸음질 쳐 밖으로 나갔다. 어색한 침묵 끝에 노아가 말했다.


저 분, 뭔가 할 말이 있어서 온 것 같았는데, 왜 그냥 돌아간 걸까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노아의 얼굴을 보면서, 온달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좋지 않아, 하나도 좋지 않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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