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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나비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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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39 May 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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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가람온

이야기는 보름달이 환하게 뜬 숲에서 시작한다. 끝을 알 수 없는 숲.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길과 나무뿐. 검은 숲. 그 안에 난 작은 오솔길. 그곳에는 교복처럼 보이는 갈색과 베이지를 베이스로 한 투피스를 입은 소녀와 검은 빛 청바지와 가벼운 티셔츠를 입은 소년이 있다.



"어두워."


엉덩이만 바위에 걸치고 앉아 발목을 만지작거리며 소녀는 중얼거렸다. 소년은 아무말도 없이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뿐이었다.


"여긴 어디야, 우린 왜 여기에 있는거야?"



역시 소년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소녀는 소년의 곁으로 가 소년이 보는 것을 함께 보았다. 그들을 유인하듯 길 위에서 춤을 추는 붉은 빛의 나비. 그 나비는 다른 나비와는 다르다.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점이 무엇일까. 소녀는 잠시 생각하다 해답을 찾아냈다.


"어떻게 저렇게 빛날 수 있는거지?"



소년은 그 붉은 나비를 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는 분명히 그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가 직접 겪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 어떻게? 특히 붉은 나비는 굉장히 익숙한 소재였다.


"분명히 어디선가 봤어."



소년이 말하자 소녀는 반색하여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그러나 그 이외에는 떠올릴 수 없는 듯, 머리를 감싸쥐고 바닥에 쭈그려 앉아버렸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소녀는 소년을 알 수 없었다. 분명히 오래 지내온 친구였다. 그러나 지금 소녀에게 소년은 어딘가로 멀리 떨어져 가버릴 것처럼 보였다. 나도 참,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소녀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형석이는 그럴 녀석이 아니다. 그러나 가슴 한 켠에 자리한 불안이 소녀를 얽매기 시작했다. 소녀는 불안을 떨치기 위해 형석에게 말을 걸기로 했다. 그라면 분명히 해답을 제시할 것이라고,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믿으니까.



형석은 소녀와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다시 한번 분석해보았다.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은 자신에게 익숙한, 자신의 옷이었다. 그러나 소녀의 옷은 자신이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옷이었다. 아니, 그는 그 옷을 보았었다. 그러나 기억나질 않는다. 분명히 봤을텐데. 내가 이런 소설, 영화, 게임같은 걸 했었나. 아, 혹시 소연이는 기억하고 있을지도?


"저기, 형석아."

"저기, 소연아."


"아, 먼저 말해."

"아냐, 뭐 알아낸 거 있으면 말해봐."


소연은 형석에게 다그치듯 말했다. 분명히 형석은 무언가 알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특별한 건 없어. 다만 지금 네가 입은 옷과 저 나비가 굉장히 익숙하게 느껴지거든. 그래서 혹시 내가 영화나 소설을 읽고 나서 빨간 나비에 대해 너한테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나 해서."



소연은 머릿속을 되짚어봤다. 형석이 보냈던 문자, 통화 내용, 하굣길에 나눴던 대화, 같이 했던 게임... 같이 했던 게임?


"아! 령!"

"맞다, 붉은나비!"


형석이 기쁜 얼굴로 소리치자 소연은 어깨를 펴고 헛기침을 했다. 형석이 풀지 못한 문제를 대신 풀어낸 건 꽤나 오랜만이었다. 성적도 비슷했던 녀석이 날이 갈수록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통에 그동안 부루퉁했던 게 사실이니까. 그 탓에 고등학교도 멀어지고. 얼굴 보기도 힘들고... 그래도 형석이 기뻐하고 있잖아. 형석이의 저렇게 밝은 얼굴은 오랜만에 본다. 소연은 바로 그 생각을 떨쳐냈다. 괜시리 붉어지는 자신의 얼굴을 숨기면서.



그래, 령:붉은나비! 소연이가 패드를 잡고 옆에서 같이 했던 그 게임! 공포게임은 한밤중에 해야 한다고, 귀신이라면 치를 떠는 자신을 끌고 가서 옆자리에 억지로 앉혔던 그 게임! 자신이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낄낄대던 소연을 떠올리자 형석은 기분이 팍 상했다. 패드 우는 소리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차라리 내가 플레이했으면 그렇게 놀라진 않았지. 그러나 곧 형석은 마음을 고쳐잡았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힌트가 소연의 머리에서 나오지 않았나. 소연을 껴안고 뽀뽀라도 퍼부어주고 싶었지만 그들은 이제 곧 대학생이다. 분명히 기분나빠할 것이다. 형석은 참기로 했다. 그보다 지금은 이곳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다. 형석은 뒤를 돌아봤다. 만약 이게 그 게임이라면, 그들이 저 길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그가 기억하고 있는 마을로 가서 스토리를 완결짓는 편이 낫다... 그런데 스토리가 뭐였지?


"소연아, 혹시 그 게임 스토리 기억해?"

"응? 그거 나온 게 몇년 전인데, 우리가 초등학생때 했던 게임이잖아. 기억할 리가 없지."


형석은 다시 머리를 감싸쥐었다. 잊어선 안되는 것을 잊은 것 같다. 이럴 때에 한해서 머릿속에서는 한하운 선생의 파랑새가 떠다닌다. 지금은 필요도 없잖아, 좀 저리 가버려! 령, 대체 뭐였지?



소연은 형석이 다시 침울해지는 것을 보고 같이 침울해졌다. 아무래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그러다 어떤 생각이 퍼뜩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사영기!"


형석이 깜짝 놀라 소연을 보자, 소연은 다시 한번 말했다.


"사영기말야, 사영기! 귀신 봉인하는 사진기!"

"맞다. 그래, 그게 그 게임의 유일한 무기였지? 용케도 기억하고 있네?"

"재밌었으니까, 그 게임. 너도 많이 울었고."

"안 울었네요!"


장난처럼 대꾸하고 형석은 하늘을 올려봤다. 달이 매우 밝게 빛나고 있었다. 만약 지금 이 상황이 그 게임과 관련이 있다면, 여기 있어봤자 해는 뜨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선 몸을 지킬 물건을 구해야 한다. 형석은 이를 앙물고 달을 노려본다.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움직일 수 밖엔 없어. 



형석이 하늘을 본다. 소연은 그런 형석을 바라본다. 멀리서 바람이 스산하게 울었다.

Writer

가람온

가람온

뻘글을 사랑합니다.
아마도 카킷코일겁니다.

comment (1)

가람온
가람온 작성자 11.05.19. 18:40

앉아서 한 두어시간 걸려 끼적였는데, 완결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스토리는 대강 짜뒀는데, 키보드에 손을 얹을때마다 시간이 강물처럼 흘러가 버려서. 그래도 일단은 시작이니까 초호기! 연재하게 되면 자유에서 연재로 옮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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