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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그의 진실의 그녀 - 4.소년, 이해하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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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06 May 2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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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xester

세 사람, 아니 두 사람과 한 안드로이드는 동그란 밥상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았다.

온달은 아까부터 루나와 노아가 말없이 웃고만 있는 것이 영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똑같이 웃고 있어도 온도차는 극명했다. 두 여자 사이에 끼어 있는 온달은 태양과 북풍 사이에서 시험받는 나그네였다. 게다가 그 테스트는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따스한 오싹함을 몰아내볼 겸, 온달은 헛기침했다.


, 일단 서로 소개부터 해야 할 것 같지? 여기 얘는 노아라고 하는데, -”


온달은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몰라 순간 당황했다. ‘자신을 안드로이드라 믿고 있는 스토커녀라고 말하는 건 역시 좀 미안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개하는 게 좋을까…….


소녀의 이름은 이루나.”


다행히 루나가 온달의 고민을 몰아내주었다.


본명은 일루나이엔 셰실 드 오리스테스. 지구로부터 약 17만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행성, 달 크로노아에서 왔사와요. 지구인의 입장에서 소녀는 외계인이라 할 수 있겠사와요.”


몰아내어졌던 고민이 되돌아와 날라차기를 날렸다. 거기에 정통으로 맞은 온달은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건 어느 별 농담이야?”

데스제비오스에서 유행하는 농담이라면 어떻겠사와요?”

데스…… ?”

우리 별에선 백조자리 X-1을 그렇게 부르어요.”


블랙홀에서 유행하는 농담이 있을 리 만무한 일, 루나는 비꼼을 비꼼으로 갚은 것이었다. 온달도 그걸 알았지만 또다시 비꼬기로 대응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아무튼 넌 외계인이란 말이지?”


안드로이드 다음엔 외계인이냐. 온달은 자포자기해 말했다.


좋아. 외계인이란 증거를 보여 달라고는 말 안할게.”

어머나, 소녀는 오라버니가 놀라실 줄 알았사와요. 그런데 이렇게 침착하다니, 오라버니는 참으로 대범하시어요.”


그게 아니라, 누구처럼 옷이라도 벗으면 곤란해질 테니까. 온달은 노아를 곁눈질했다.


오라버니가 그리 수이 받아들이시니, 이야기하기는 편하겠사와요. 그럼 먼저 제가 오라버니 앞에 나타난 이유부터 설명하겠사와요.”

나를 지키기 위해서…… 라는 건 아니겠지?”


루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넌 나를 내 신변을 위협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지켜야 해. 맞지?”

어머나……. 오라버니, 혹시 지금 제 마음을 읽은 것이시어요?”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강희한테 전교 1등을 빼앗기지 않았겠지.”


온달은 한숨을 흘렸다. 마음을 읽다니, 그런 삼류 점쟁이들이 하는 헛소리를 저렇게 진지하게 하는 건 루나가 아직 애라는 증거인 걸까?


그나저나.’


온달은 루나와 노아를 번갈아 보았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니, 이런 우연의 일치가 다 있을까? 혹시 망상을 일으키는 전염병 같은 것이 동네에 돌고 있다던가……?


그리고 현재 오라버니의 신변을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존재는 다름 아닌 이세계인이 되겠사와요.”

이세계인?”


이젠 정말 망상전염병을 심각하게 의심해봐야겠어. 온달은 편두통을 느끼며 이마를 짚었다. 아니면 금고아를 너무 심하게 당한 나머지 머리가 이상해져버린 걸까?


뭐 좋아. 이세계인이란 게 있다 치고…….”

있다 치는 게 아니라 실재하고 있사와요.”

그래그래. 이세계인으로부터 날 지키기 위해 외계인안드로이드가 나한테 접근한 거란 말이지?”

안드로이드?”

그래, 지금 네 옆에 앉아 있는 녀석 말야.”

안드로이드라니, 그건 무슨 종족이어요?”

종족이 아니라…….”


온달은 한숨지었다. 대체 내가 왜 이런 비상식적인 설명을 해야 하는 거람.


인조인간을 말하는 거야. 인간처럼 생긴 기계라고나 할까. 얘는 자기가 그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어.”


네가 너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믿는 것처럼. 온달이 그렇게 말하려던 그때였다. 루나가 벌떡 일어나 앉아 있던 자리에서 서너 걸음 물러났다.


기계란 말씀이시어요?”


루나는 징그러운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온달을 보았다.


그럼, 오라버니는 아까 기계하고 그렇고 그런 짓 하려던 것이시어요?”

그렇고 그런 짓이라니, 그건 그냥 단순한 사고였다고!”

사고라는 건 그렇고 그런 짓을 당할 뻔했다는 것이시어요?”

하려던 것도 아니고 당할 뻔한 것도 아니라니까?!”

지구에는 강한 부정은 곧 긍정이란 말이 있는 걸 알고 있사와요.”


결백을 주장하려는 온달을, 루나는 손을 내미는 것으로 가로막았다.


오라버니의 취향이야 어쨌든, 일단은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사와요.”


취향이라니! 그러나 강한 부정은 긍정이란 말이 마음에 걸려, 결국 온달은 감정을 한껏 억누르며 말했다.


눈앞의 문제라니, 어떤 문제?”

물론 저 혐오스런 기계뭉치를 말하는 것이어요. 당연하지 않사와요?”


루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노아에게 펼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루나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는 것을 제외하면.


지금 뭐하는 거야?”

이럴 리가 없는데…… 뭔가 잘못 됐사와요!”


잘못 된 건 네 머리겠지. 온달은 딱하다는 듯 루나를 보았다. 루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벽에 붙은 달력에 손을 내밀었다. 온달은 눈을 비볐다. 아주 조금이었지만 달력이 펄럭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바람이라도 분 건가?


이럴 리 없사와요……. 분명 조금 전, 여기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불안한 듯 주위를 둘러보던 루나의 시선이 노아에게 모아졌다. 노아는 루나가 무서운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이유를 몰라 쭈뼛거렸다.

잠시 후 루나는 몸을 돌려 집 밖으로 나갔다. 드디어 포기했구나 싶어 온달은 안도했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현관문을 수리해, 더 이상 이상한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현관에 적당히 걸쳐 놓았던 대문이 들썩이는가 싶더니 현관 밖으로 쑤욱 빨려나갔다. 온달은 놀라 밖으로 뛰어나갔다. 어느새 비가 그친 하늘에는 원형의 달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달과 옥상 사이에는 현관문이 있었다. 마치 새라도 되는 것처럼 활공하고 있다.

온달은 루나를 찾았다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달빛을 삼킨 것처럼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눈을 의심할만한 일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루나가 손을 뒤집자 현관문은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줄 하나가 끊긴 방패연처럼. 회전은 루나가 손을 내젓는 것으로 끝났다. 온달의 머리 위를 스쳐 날아간 현관문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때 루나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졌다. 아니, 그렇게 생각한 순간 루나는 온달 앞에 나타났다.


이런 이런,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겠사와요.”

…… …… …….”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하냐는 말씀이시어요? 지구인인 오라버니가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이것은 초능력이어요. 우리별에서는 대우주의 심원한 연결고리[Chakra]’라 부르지만 설명하자면 기니, 그것에 대해서는 다음에 천천히 말씀드리겠사와요.”

초능력이라니, 그런 게 정말 존재한단 말야?”

보신 바와 같이 그렇사와요. 그렇다고 TV 같은 데 나오는 초능력과 같은 취급하진 말아주시어요. 그런 데서 나오는 초능력은 대부분 사기라 할 수 있사와요.”


온달은 허공을 눈으로 더듬었다. 혹시 아까 현관문이 피아노줄 같은 것이 달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심스러워서였다. 그러나 피아노 줄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누군가 피아노 줄과 도르래를 사용해 현관문을 날아다니게 하는 마술을 썼다고 쳐도, 누가 무슨 이유로 그런 일을 한단 말인가? 마음씨 따스한 마술사가 가난한 17세 소년한테 공짜 마술쇼를 보여주기 위해서?


정말…… 이게 다…… 진짜?”

물론 진짜이어요.”


혼란에 빠진 온달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럼 이세계인이 날 노리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란 말야? 왜 나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자세한 건 모르지만, 아마도 오라버니의 어머님이 엘트라스의 여신이라는 것과 관계가 있을 것 같사와요.”

여신이라니?”

어머, 어머님에 대해 아무 말씀도 못 들으셨사와요? 그럼 이건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지…….”

그게 무슨 뜻이야. 좀 더 자세히 말해 봐. 우리 엄마가 뭐라고?”


루나는 망설이던 끝에 말했다.


오라버니의 어머님은 엘트라스의 여신, 엘티아 님이시어요. 엘티아 님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엘트라스에서 추방당해 지구로 오셨사와요. 그리고 지구에서 한 남자와 혼인해 오라버니를 낳으셨사와요.”

- ?”

그리고 5년 후, 엘티아 님은 엘트라스가 큰 위기에 처한 걸 알고 엘트라스로 돌아가셨사와요. 그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는 소녀는 아는 것이 없지만, 오라버니의 어머님이 여신이란 사실만은 틀림없사와요.”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돌아가신 건 맞지 않사와요? 엘트라스로 돌아가셨으니.”

엄마가…… 이세계의…… 여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러나 지금 온달의 앞에는 말도 안 되는존재가 이미 버티고 서있었다. 더 이상은 그도 현실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는 알고 싶었다. 오래 전 자신 곁을 떠난 엄마에 대해서.


엄마는, 엄마는 아직 살아계신 거야? 그 엘트라스라는 곳에서?”

그것까진 알 수 없사와요. 그 이세계인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 녀석을 만나게 해줘!”


온달은 루나의 가녀린 어깨를 꼭 쥐었다.


루나, 넌 그 이세계인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지? 그럼 만나게도 해줄 수 있을 거 아냐, 그렇지?”

거기까진 모르겠사와요.”


루나는 찡그린 얼굴을 했다. 그것은 온달의 손에 힘이 들어가서 그런 것 같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기다리다 보면 분명 오라버니 앞에 나타날 것이어요.”

기다리다 보면 나타날 거라니, 그때가 언젠데?”

그것 역시 모르겠사와요. 그런데 집 모양새를 보아하니 이미 왔다 간 것일지도 모르겠사와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온달의 머릿속에 번뜩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살수! 온달은 엉망이 된 옥상을 둘러보았다. 여기 어딘가에 그 이세계인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작은 기대와 함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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