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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그의 진실의 그녀 - 4.소년, 이해하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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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12 May 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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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xester

오라버니가 어머님의 소식을 듣기 위해 그 이세계인을 만나고파 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사와요. 허나 지금은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사와요. 그건 바로 오라버니 곁에서 저 기계뭉치를 떨어뜨려 놓는 것이어요.”

그건 어째서?”

저 기계뭉치가 소녀의 초능력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어요.”

노아가? 어떻게 노아가 네 초능력을 억제할 수 있는 건데?”

그건 아마도 저 기계뭉치가 안티메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니, 세세한 설명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어요. 지금은 저 기계뭉치를 떼어놓을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어요.”

노아는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을 거야.”

어찌 그리 단언하시는 것이어요?”

노아는 날 지키겠다고 했으니까. 너처럼 말야.”

저 기계뭉치가 말씀이시어요? 왜 오라버니를 지키겠다 하는 것이어요?”

그렇지 않아도 이제 물어보려고 했어.”


그건 거짓말이었기에, 온달은 엉뚱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루나의 눈이 샐쭉해졌다.


혹시 오라버니한테는 처음부터 저 기계뭉치를 떼어놓을 마음이 없는 것 아니시어요?”

내가 왜?”

그야, 오라버니가 저 기계뭉치와 정분을 나눴기 때문 아니겠사와요?”

누가 정분을 나눴다는 거야!”

그럼 아까 소녀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시겠사와요?”

그건 사고였다니까?!”


온달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루나는 노아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렸다.


어디 가는 거야?”

이 상태로는 소녀가 도움드릴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잠시 물러나 있겠사와요.”

그래도 얘기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난 엄마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소녀는 아는 것을 다 말씀드렸사와요. 나머지는 다음에 이세계인에게 듣는 편이 낫겠사와요. 물론 오라버니가 이세계인의 흉수에서 살아남는다는 전제 하의 얘기겠으나…….”

잠깐 기다려봐! 나는 아직 궁금한 게 많다고!”

내일 다시 뵙겠사와요. 그럼.”


루나의 모습은 촛불 꺼지듯 사라져버렸고, 온달은 허탈해져 루나가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인간과 유사한 안드로이드, 초능력을 쓰는 외계인, 이세계에서 온 살수, 엄마는 이세계의 여신……. 한 시간 전만 하더라도 그런 얘길 들었다면 수준 낮은 농담이라며 불쾌했을 것이었다. 그랬던 것들이 지금은 온달의 상식을 신나게 파쇄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것들 역시 현실이란 점이 아이러니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그 현실을 거부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엄마의 행방에 대한 단서가 그 현실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온달은 노아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노아, 넌 날 지키기 위해서 미래에서 왔다고 했지?”

, .”

좋아. 네 말을 믿어주겠어. 네가 안드로이드라는 것도. 전부 다.”


노아가 기뻐할 줄 알았던 온달은, 그녀가 풀이 죽어 고개를 떨구자 당황했다.


그 말씀은 지금까지는 인정하지 않으셨다는 뜻이로군요…….”

, 어쩔 수 없었잖아! 안드로이드라니, 그런 말을 어떻게 간단히 믿을 수 있겠어?”


온달은 연신 헛기침했다.


아무튼 그건 됐고, 노아 너, 날 노린다는 이세계인에 대해서 알고 있었어?”

아뇨.”

넌 날 지키기 위해서 미래에서 왔다고 했잖아? 그럼 앞으로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수 있지 않아?”

그것까지 알진 못해요.”


노아는 난처해했다.


제게 입력된 정보에 온달 님의 이력은 존재하지 않아서요. 설령 존재한다 해도, 제가 현재로 온 시점에서 다른 미래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결국 오류가 발생하고 말 거예요.”

그 얘긴 나한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거지? 하지만 네가 날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왔다는 건, 언젠가는 나한테 어떤 위험한 일이 일어날 거란 뜻 아냐?”

말씀드렸듯이 제게 입력된 정보에는-”

내 이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거지? . 그럼 널 보낸 녀석은 뭔가 알고 있었을까…….”

절 보낸 녀석이요?”

그래. 너를 과거로 보낸 누군가가 있었을 거 아냐? 아마 그 녀석이 날 지키라고 너한테 명령했을 테고.”

글쎄요…….”

“‘글쎄요라니, 널 과거로 보낸 게 누군지 모른단 말야?”

, . 죄송해요.”

죄송할 것까진 없지만…… 그럼 넌 어떻게 과거로 온 건데?”

전 처음 가동됐을 때부터 이~렇게 큰 기계 속에 들어가서, 요렇~게 웅크리고 있었어요. 아마 그게 타임머신이었던 것 같아요. 조금 기다리자 번쩍번쩍~ 하더니 쿠궁쿠궁~ 소리가 났어요.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이 시대로 와 있었죠.”

안드로이드 주제에 아날로그적 설명이라니. 온달은 다시금 현실을 의심하고 싶어졌다.

네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얼마나 지난 후야?”

“29년하고도 7개월 18일 후의 일이에요. 초 단위로 환산해 알려드릴까요?”

아니, 됐어.”


온달은 자신의 30년 후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한 가정의 가장. 두 아이의 아버지. 장기 임대 주택에 입주한 공무원 등등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어딘지 예전보다 이미지가 흐릿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럼 30년 후에 말이지…….”


온달은 쭈뼛거리다 말했다.


…… 인공지능 컴퓨터에 의한 핵전쟁 같은 게 벌어지진 않아? 그 이후에는 인류와 기계와의 전쟁이 벌어진다던가, 그리고 인류 진영의 지도자가 혹시 나…….”


온달은 말하다 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야! 온달은 분위기에 휩쓸려 버릴 뻔한 자신을 꾸짖었다. 아무리 상상 속 일이 현실로 둔갑했다고 하나 이번 건 오버다. 세상에, 인류 진영의 지도자아?

노아가 고개를 모로 꼬며 물었다.


혹시나?”

혹시나…… 나랑 관계있는 사람 아닐까 싶어서.”

, 그게, 그것도 잘 모르겠는데요…….”


노아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역사를 검색한 결과 존재하지 않는 걸로 나와서요. 보통은 네트워크를 통해서 자료를 다운로드 받지만, 이 시대의 네트워크에는 제 시대의 자료가 있을 리 없으니까요.”

한 마디로 넌 미래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는 거지?”

죄송해요…….”


섭섭하달까 안심했달까, 온달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널 이 시대로 보낸 녀석, 무책임한 녀석이잖아. 사정은 가르쳐주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날 지키라고 하다니. 지킴 받는 쪽 입장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너한테 뭐라고 하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혹시 너, 이 시대로 왔을 때에는 뭐랄까, 맨몸이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온달은 맨몸이란 말을 태연하게 하려 노력했지만, 그건 잘 되지 않았다.


, 저는 처음 가동됐을 때부터 저 복장이었어요.”

그거 다행이네. 지나가는 사람한테서 빼앗은 게 아니라서.”

? 그게 무슨……?”

아무 것도 아냐.”


미래에서 온 안드로이드 앞을 우연히 지나가던 하녀복장의 사람이라니, 그런 게 있을 리가!

온달은 속으로 코웃음 쳤다. 사실은 미래에서 온 안드로이드에 앞서 나타난 고딕 코스츔의 인물이 있었지만, 온달이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참고로 저 복장은 기본 사양이에요. 772번 모델들은 모두 똑같은 옷이 입혀진 채 출하되거든요. 일부 특별한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기본 사양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지만요.”

어떤 요구?”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 처음에 절 구매 희망하셨다가 포기하신 분의 기록이 있네요. 연분홍색 간호사복을 추가로 옵션지정하셨는데, 병원 관계자였을까요?”

연분홍색 간호사복이란 말이지……. 뭔가 평화로운 시대일 것 같은 느낌인데. 아니 뭐, 딱히 위험한 시대가 되길 바란 건 아니지만.”


그럼 그렇지. 이젠 한물 간 영화 나부랭이에서 나오는 미래상이 실제의 미래가 될 리 없잖아! 온달은 잠시라도 그렇게 생각했던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럼 노아를 보낸 녀석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날 지키라고 한 걸까?

온달은 노아를 보낸 녀석을 'X'라 명명하는 것을 끝으로 생각을 보류하기로 했다. 그것 말고도 생각해야할 것이 산더미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세계인을 붙잡는 방법이라던가, 루나의 정체라던가, 집을 치우는 일이라던가…….


-꼬르르륵


이런 상황에서 참 잘도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구나. 온달은 부끄러워져 얼른 주방으로 갔다.


, 그러고 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네. 가만 있자, 반찬거리가…….”

, 식사준비라면 제가 할게요!”

아니, 하지만 그래도 손님인데…….”

맡겨만 주세요! 요리는 원래 제 전문이거든요!”


노아는 손목을 꺾어 단분자 나이프를 뽑았다. 온달은 기겁해 물러났고, 노아는 자기가 온달을 겁주었다는 것을 몰라 아리송해 했다.

요리가 전문이라. 온달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는 봉추한테 겁을 먹었었지. 과연 얘가 날 이세계인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까?

, 외계인 보험도 있고 하니까…….’


온달은 일단 노아를, 그리고 루나를 믿어보기로 했다. 사실 그것 외에는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할머니는 방에 틀어박힌 상황. 공권력에 의지하려 했다간 수화기 너머의 상담원으로부터 바보 소리나 들을 게 뻔했다. 그것만큼은 듣고 싶지 않은 소리였다.

내 말을 믿어줄 사람……. 어떤 목소리가 온달의 귓가에 울렸다.


나만은 널 믿어줄 테니까!’


앳된 목소리였다. 온달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 이어 그 목소리는 성숙해지고, 또 촉촉하게 변했다.


오늘…… 우리 집 비어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초대를 받았었지. 온달은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가면 아슬아슬하게 저녁식사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시간에 강희네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온달은 포기하기로 했다. 강희네 집에 간다면 반드시 노아가 따라올 거고, 그 경우 강희에게 오늘 일어난 일들을 설명해야만 했다. 그리고 바보 아냐?’란 소리를 듣고 말겠지.

온달은 쓰게 웃었다. 이런 경우엔 누가 바보가 되는 건지. 어쨌든 그런 말을 일부러 듣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무엇보다 온달은 노아가 한 된장찌개가 어떤 맛인지 궁금했다. 구수한 냄새가 거실에 퍼지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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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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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가람온
가람온 11.05.23. 00:06

역시 주인공은 플래그를 차줘야 제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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