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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그의 진실의 그녀 - 4.소년, 이해하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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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18 May 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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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xester

 노아의 된장찌개가 밥상에 오르던 시각, 누리시 환1487-384번지에 있는, 평범해 씨(48, 판타지아호 선장) 소유의 단독주택의 식탁에도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식사는 대부분이 온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식사를 차리고 나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었지만, 그보다는 눈앞의 소녀가 아까부터 냉기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스토라스는 생각했다.


저기, 괜찮으시다면 한 술 떠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요? 물론 아직 약은 넣지 않았습니다요.”


스토라스는 세라하의 흘김을 받고 몸을 움츠렸다. 스토라스와 세라하 사이에는 4인용 식탁 밖에 없었고, 따라서 얼음화살이라도 날아온다면 막거나 피할 방법이 없었다. 스토라스는 그저 주인이 무익한 살생을 즐기지 않는다는 점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스토라스…….”

, ?”

너의 그 잘난 완벽한 계획이란 건 대체 언제 시작하는 거지? 내가 그렇게 참을성이 많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을 텐데?”

, 그게 말입니다요……. 아무래도 지금 제가 차지하고 있는 육체가 그다지 놈의 취향이 아니었던 것이 아닌가……. 역시 이 빈약한 가슴이 가장 큰 패인이 아니었을까…….”

스토라스. 무능은 곧 뭐다?”

, 죄악입니다요.”

, 죄악입니다요.”


스토라스를 따라한 세라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히이익. 스토라스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팔로 머릴 감쌌다.

그러나 세라하는 아무 말 없이 식탁에서 물러났다. 그에 스토라스는 오히려 더 겁을 집어먹고 말았다.


, 어디 가시는 것입니까요?”

내가 언제부터 너한테 가는 곳을 일일이 보고해야 했지?”

잘 다녀오십시오!”


스토라스는 90도 각도로 인사했다. 그에 세라하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홱 몸을 돌렸다.

집을 나온 세라하는 욕설부터 내뱉었다. 뭐가 완벽한 계획이란 거야! 기껏해야 미인계일 뿐이잖아! 게다가 소꿉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유혹할 수 있을 거라니, 그런 안일한! 차라리 내가 유혹하는 게 낫지! 물론 나한테 그런 걸 시켰다면 그때야말로 널 죽여 버렸을 테지만!

뭔가가 필요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이것을 해소할 뭔가가. 스토라스를 괴롭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젠 녀석의 비명을 듣는 것도 지긋지긋해졌다.

역시 여기에 지옥불을 한 방 떨어뜨리는 게- 세라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눈길을 끄는 행동을 했다가 무슨 결과가 나올지, 그 정도는 세라하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녀는 이미 충분히 눈길을 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현재 입고 있는 옷은 코스프레 전문점의 카탈로그에서나 찾아볼 법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저기 있다!”


세라하는 외침이 들려온 쪽을 보았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일단의 무리들이 이상한 탈것들에 탄 채 빠르게 다가왔다. 바퀴 두 개 달린 그 이상한 탈것들의 이름은 스쿠터와 오토바이였다.

그들은 금세 세라하를 둘러쌌다. 스쿠터와 오토바이에서 내린 무리들은 좌석 아래 수납공간에서 흉기를 꺼내들었다.

세라하는 험악한 얼굴들 중에서 눈에 익은 얼굴을 찾아냈다. 그 낯익은 인물 역시 세라하의 눈길을 의식했다. 그 얼굴에 당혹과 분노가 뒤섞여 떠올랐다.


, 저 년이야!”


그가 악을 썼다.


저 년이 맞아! 저 년이 전기충격기 같은 걸 썼어! 나한테서는 돈을 탈탈 털어갔고!”


그때서야 세라하는 그가 누군지 깨달았다. 스토라스에게 꼭두각시 당해, 여관비를 대신 낸 양아치였다.

패거리를 몰고 온 건가? 세라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물론 거기에는 호의라고는 손톱만큼도 들어 있지 않았다.


뭐지, 너희들? 진 것이 확정되었음에도 돌아온 개는 분수를 모른다? 머리의 많은 숫자는 승리를 확신한 것이라 생각해?”

뭐라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너 오늘 죽었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싹싹 빌면서 살려달라고 비는 게 좋을걸?”


세라하는 코웃음쳤다.


좋아. 나는 네가 도전적인 시도로 하여금 날 덜 지루하게 만드는 것을 원해. 먼저 나에 의해 나가떨어지는 영광을 취하는 사람은 누구다?”

, 우리말을 할 거면 제대로 해! 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너희들, 나한테 진다. 죽는다? 너야말로 싹싹 빌면 살려준다?”

으이익……! 가랏! 끝내 버려!”


세라하의 등 뒤로 소리 죽여 다가온 양아치 하나가 렌치를 치켜들었다. 그러나 그걸로 내리치기 직전 세라하가 먼저 발을 굴렀다. 다음 순간 양아치는 발밑에서 솟아오른 흙더미에 맞고 날아가 버렸다. 토석계 중급마법, 묘비 세우기[Tombstone rise]였다.


이야아앗!”


이번엔 목검을 든 양아치가 달려들었다. 기세 하나만큼은 세라하를 일도양단낼 듯했다.


갑옷도 안 두른 검사라니 용기가 가상하네. 하지만,”


세라하는 바람칼날을 날렸다. 그와 그 주변의 양아치들이 한꺼번에 종잇장처럼 날려져버렸다.


갑옷을 둘렀으면 그렇게까지 멀리 날아가진 않았을 텐데. 유감이야.”


세라하는 깔깔 웃었다. 이쯤 되자 양아치들은 물러나야할지, 아니면 계속해서 싸워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안절부절 못하던 양아치들의 리더(?)가 말했다.


젠장! 형님은, 형님은 아직인가? 형님만 오신다면 저런 년쯤……!”


무리의 사기가 꺾일 대로 꺾인 것을 깨달은 그는 반쯤 자포자기해 외쳤다.


, 에잇, 전원 돌격! 어떻게든 쓰러뜨려! 쓰러뜨린 다음 밟아버려!”


세라하는 실소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놀이에 질려 있던 그녀로선 양아치들이 한꺼번에 덤벼와 주는 것이 여간 고맙지 않았다.

가장 선두에 선 사내가 체인으로 세라하를 내리치려 했을 때였다.


이곳은 나의 전장, 너희들의 묘지. 너희의 묘석에 쌓인 먼지는 너희의 어리석음의 증명일지니!”


주문이 끝남과 동시에 세라하 주위의 콘크리트 바닥이 폭탄을 맞은 것처럼 솟구쳐 올랐다. 묘비 세우기의 상위마법, 매장식[Burial Ceremony]이었다. 지축이 뒤흔들리면서 쓰러진 양아치들의 머리 위로 치솟아 올랐던 흙이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강희의 집 앞길이 도로보수공사판처럼 변해버렸다. 흙더미에 뒤덮여 신음하거나 발버둥치는 양아치들을 보며, 세라하는 실소를 지었다.


아아~. 시시해. 시시하다고! 좀 더 날 재미있게 해줄 녀석은 없는 거야?”


우쭐거리던 것도 잠시, 세라하는 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깨닫고 돌아섰다. 흙먼지를 뚫고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육중한 소리를 내며 다가온 그것은 할리 데이비슨이었다.

그리고 할리 데이비슨에서 내린 것은, 신장이 2미터는 훨씬 넘어 보이는 사나이였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 검은 선글래스, 각진 턱이 눈에 띄었다. 쇠사슬이 주렁주렁 달린 검정 가죽점퍼와 군용바지 차림의 사나이는 온몸에서 전의를 내뿜고 있었다.

그는 다짜고짜 세라하에게 다가오자마자 주먹을 날렸다. 뒤로 훌쩍 뛰어 피한 세라하는 미소를 흘렸다. 그녀의 직감은 사나이가 자신을 재미있게 해줄 녀석임을 알려주었다.


좋아, 매우 좋아! 나로 하여금 실망케 하는 것은 네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세라하는 대기계 상급마법 바람 칼날을 날렸다. 그러나 그건 그의 점퍼 일부를 찢는 것에 그쳤다. 세라하는 뜻하지 않은 결과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 녀석, 뭐지?

사나이는 크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것은 번번이 세라하를 헛쳤다. 신속을 걸어둔 덕에 세라하는 파퀴아오도 혀를 내두를 만큼 빨라져 있었다.

끈질기게 달라붙는 사나이에게 진력이 난 세라하는 훌쩍 날아올랐다.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나이의 얼굴이 밉살스러웠다. 세라하는 지옥불()을 불러내 날렸다.


받아랏!”


사나이는 놀랍게도 지옥불()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지옥불()은 산산이 흩어져 사라졌다. 세라하는 살짝 긴장했다. 지구에는 이런 녀석이 잔뜩인 건가?


보석처럼 빛나고, 달빛처럼 희어라. 네 자태에 혹한 자들이 후회할 사이도 없이 얼어붙게끔!”


세라하는 사나이를 향해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바닥에서부터 다이아몬드 더스트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남극의 눈보라에 비견할 만한 것이었고, 그에 맞은 사나이는 얼마 안 가 얼음조각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한겨울이 되돌아오기라도 한듯, 골목길은 서리로 충만해졌다. 지상으로 내려온 세라하는 냉혹한 광풍[Frozen Blast]이 만들어낸 거상을 예술품 감상하듯 바라보았다.


흐응, 역시 별 것 아니었잖아? 하지만 노력은 가상했어. 그 노력을 치하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이정도로 봐줄게.”


세라하는 사나이의 가슴을 톡톡 두드리며 돌아섰다. 그때였다. 사나이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설마?! 놀라 돌아선 세라하는 사나이의 깍지 낀 손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


세라하는 철의 장막을 펼쳤다. 아슬아슬하다. 아니, 늦었나?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사나이의 손이 이마 앞 10센티미터도 안 되는 곳에서 멈췄다. 사나이의 몸이 옆으로 기우는가 싶더니 썩은 나무토막처럼 쓰러졌다. 놀라 눈만 깜박이던 세라하는, 사나이의 뒤에 가려져 있던 인물을 발견했다.


, 너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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