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어느날 눈을 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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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9:12 May 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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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칸나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축 늘어지는 몸에 컥컥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몸이 무거웠다. 머리는 불타는 듯이 뜨거웠고, 몸 이곳저곳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자연스럽게 내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프다.'
쉭쉭.
입을 열어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성대에서는 쉰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이렇게나 몸이 무겁고 아픈 것일까.
나는 어젯밤에도 언제나처럼 잠자리에 들기 전, 새벽 3시까지 수학 문제집 10페이지 가량을 풀었었다. 남들이 보면 꽤나 늦게까지 깨있는 녀석이라고 말 할지도 모르겠으나,
올해로 고등학교 3학년 생, 그러니까 고3으로써 한창 입시열기에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 내 입장에서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새벽 늦게까지 공부한다.
그것이 고3인 나의 일상이었으니까.
그래서 어제도 평소처럼 새벽 늦게까지 공부를 한 셈이다. 뻐길 마음은 없지만 적어도 그게 진실이었다.
그래서다.
나는 몸이 무거운 것을 '감기 몸살'로 단정했다. 벌써 계절은 4월. 3월 새학기가 시작했을 때부터 한달 정도를 이런 강행군을 펼쳐왔으니 몸이 버텨내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던 셈이다.
게다가.
휘이잉~ 하고 어쩐지 모르게 닫혀있어야 할 창문으로부터 찬 바람이 불어닥친다.
창문이 열려있었다. 아무리 4월의 봄날이라고해도 지구 온난화 덕분인지 계절 기온은 제멋대로라, 4월 초순의 아침바람은 분명 매섭고 추웠다.
잠들기 전에 창문을 열고 잠든 것일까? 내 기억으로는 창문을 닫았던 것 같은데.
어쨌거나 열려 있다면, 4월 초의 찬바람도 내 감기몸살을 일으키는데 일조 했다고 생각해도, 뭐 별로 틀린 생각은 아니겠지.
나는 일단 먼저 침대에 누워 전혀 미동 하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이 아프니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았다.
오늘이 토요일인게 그나마 천만 다행이었다.
만약 평일이었다면 아무리 질병 결석이라고는 해도 학교에 빠지는 것으로 생활기록부에 쓸데없는 게 추가되고야 만다.
그것만은 반드시 피하고 싶었다.
뭐, 나도 일단은 인서울 4년제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몸이고.
이 이상 쓸데없이 생활기록부에 필요 없는 기록을 남기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간신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엄마를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컥. 커컥."
목에서 내가 가진 특유의 중저음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간신히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컥컥거리는 신음뿐. 목이 칼칼했다. 감기 몸살의 영향때문일까? 물이라도 마시면 그나마 괜찮아지는 걸까?
왠지 모르게 머리가 멍했다. 몸살 때문이겠지.
목은 아파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고, 눈앞은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흑백색으로 채색되어있었다.
이런걸 모노톤…이라고 부른다고 어느 미술책에선가 본것 같다.
이래보여도 예체능 계열의 내신도 확실히 챙기고 있었던 만큼 헷갈릴 일은 없다.
온통 회백색. 회색. 그저 단색으로만 표현되어 있는 내 시야의 풍경은 왠지 모르게 세피아의 색을 떠올리게 만드는 암울함이 섞여있었다.
이상하다.
어째서 세상은 이리도 어두운 것일까.
이것도 감기 몸살 탓일까?
나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곧추세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삐걱 삐걱 질척질척 여러가지 소리들이 들려왔다.
침대가 삐걱거렸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옆에서 아이들이 뛰어놀아도 침대에 앉아있는 사람은 커피 한방울 흘리지 않는다고 엄청나게 광고해대던 침대인데
오늘따라 삐걱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들리는건 어째서일까.
아니, 그런건 아무래도 좋더라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건 침대뿐만이 아니었다.
몸 쪽에서. 특히 관절쪽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신기하네. 몸살에 걸리면 원래 관절도 딱딱해지는 건가? 그런 실 없는 생각을 하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질퍽 질퍽.
발바닥이 축축해졌다. 뭐야. 나는 움직이지 않는 목을 억지로 들어 모노톤으로 물들어있는 세상을 쳐다보았다.
어둡다. 그런 주제에 질척거린다. 창가에는 창문의 파편으로 보이는 유리조각들이 뿌려져있었다.
엑. 뭐야. 설마 창문이 깨진 건가. 게다가 창문 아래로는 무언가 액체로 보이는 것이 잔뜩 뿌려져있는 것이 창문이 깨진 간밤에 폭풍우라도 내린 것만 같았다.
그것만이 아니다. 폭풍우는 내 방도 활퀴고 지나간 건지, 방 안은 여러 잡동사니가 부서지고 깨진 채로 널부러져있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연상시켰다.
'뭐야. 이게.'
간밤에 밤손님이라도 왔다 간걸까? 아까부터 의문만 떠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지도 못한채 나는 소리 높여 엄마를 부르려고 했다.
"컥, 크악 컥컥 크르르ㅡ륵."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성대에서 흘러나오는건 컥컥 거리는 소리와 가래가 끓는 것만 같은 더러운 소리 뿐이었다.
아무래도 상황은 내 생각보다 더 나쁜 것 같았다.
몸은 여전히 삐걱거리고 방안은 난장판이고 몸은 너무나도 무거운데다가 방안은 쓸데 없이 어두웠다.
이상하다.
방안이 조용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돌려 간신히 벽면을 쳐다보았다. 다행히도 거기에는 폭풍우를 피해간 건지 멀쩡한 뻐구기 시계가 지금의 시간을 알려주고 있었다.
9시 40분경.
비록 회백색으로만 보이기는 했지만 밖이 어둡지 않은 걸로 보아, 현재 시각이 밤 9시가 아니라 오전 9시인것만은 분명했다.
그런데 어째서 방안은 이렇게나 조용한걸까
지금쯤이면 엄마가 성화를 부리며 어째서 지금까지 자고 있는 거냐. 공부 안하냐. 이런 식으로 화를 내며 방안으로 들이닥쳐야 했는데
어째서 집안은 이렇게나 조용한걸까.
나는 몸을 움직였다. 내 방문으로 다가가 방문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손은 몇번이고 실패를 반복하고서야 간신히 방문을 잡는데 성공해냈다.
끼릭 하고 돌아가는 손잡이. 그리고 나는 투둑투둑 맥이 끊어지는 발걸음으로 거실로 나오는데 성공했다.
거실은 내 방보다도 더 참혹했다.
여기저기 부서져있는 잡기들과 여전히 방안에 뿌려져있는 정체불명의 짙은 색깔을 가진 액체들.
이상하다.
집안은 너무나도 조용했고, 너무나도 더러웠다.
"그어어억."
엄마. 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몸이 뜨거웠다. 불덩이 같았다. 아무리 발바닥에서 차갑고 축축하고 싸늘한 액체가 발을 적시고 있다해도 몸의 불길은 꺼질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엄마. 어딨어.
"그어어."
엄마를 찾았다. 엄마만이 아니다, 아빠도, 내 여동생도, 내가 키우던 강아지 동해도 찾았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어째서.
아무도 없는 거야.
"그어어어.."
목놓아 가족을 부르고 싶었는데.
몸살 감기로 뜨거운 내 목은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그때.
콰당 하고 엄마 방쪽에서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뭐지.
순간 나는 긴장했다. 혹시 방안을 이렇게 만든 누군가일까? 그게 아니라면 아직 남아있는 우리 가족인걸까.
아무래도 좋았다. 그 소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나는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대로 있다가는 몸살 감기 때문에 내가 먼저 죽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움직였다.
여전히 삐걱거리는 관절을 움직이고, 여전히 툭툭 거리는 맥 없는 발걸음을 옮겨.
"그어어어."
움직이지 않는 성대를 찢어발기듯 진동시켜 소리를 토해내고는.
덜컥.
방문에 이르렀다.
나는 다시 한번 방문을 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열리지 않는 방문을 끊임없이 공략해
찰카닥.
결국 문은 여는데 성공했다.
터벅 터벅
"그어어어,"
거기 누구 있어? 방안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밖은 환한데 묘하게도 방은 어두웠다. 아. 누군가가 커튼을 쳐놓은 모양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방안은 어두웠으니까.
그래서.


"죽어어어어어어!!!!"

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퍽 하고 머리가 날아갔다.
바닥에 쓰러졌다. 어찌된건지 감각은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뜨겁기만 했던 몸도 이제는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있었다.
아프지도 않았다. 무언가 질척거리는 것이 머리에서 발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죽어! 죽어!"
퍽퍽.
무언가가 나를 두들긴다.
정신을 차린 순간 나는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뭐야. 어떻게 된걸까.
나는 모노톤으로 채색된 세계에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렸다.
머리를 굴렸다.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굴렸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당연했다.


그야 내 머리는 이미 없어져버렸으니까.


"죽어! 죽어버려! 죽어버려 이 괴무우우우울!!!!"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한 명의 여자아이.
어제까지만 해도 내게 공부를 가르쳐달라고 떼쓰거나, 내 컴퓨터를 뒤지며 인커밍 폴더가 뭐야? 라며 순진하게 물어오던 여동생이다.
왈가닥에다가 푼수지만, 그래도 사랑스럽기만 했던 내 여동생이.
나를 내리치고 있다.
목이 떨어진 나는 물끄러미 바닥에 뒹굴고 있는 '내 몸'을 지켜보았다.
거기에 달라붙어 둔기─아마도 아빠가 가지고 있던 골프채를 계속해서 내 몸에 때려박고 있는 여동생.
여동생의 눈동자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건지 초점을 잃은 채로 흔들린다.
여동생은 계속해서 외쳤다.
"죽어! 제발 죽어버려! 오빠의 모습을 한 채 움직이지 말란 말이야!!!"
무슨 소리일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홀로 그리 생각하며, 문득 눈동자를 데룩데룩 굴려 옆을 바라보았다.
깨진 거울이 바닥에 널부러져있었다. 거기에 들어오는 것.
아……. 거기서 나는 이해해버리고야 말았다.
내가 보고 있는 것. 거울에 비치는 것은 단순한 것이었다.
뇌가 보일 정도로 터져나간 머리로 눈동자를 데룩데룩 굴리며.
도저히 살아있을 것 같지 않은 행색으로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 얼굴.
그것은 나를 닮아있지만, 아무리 봐도 내가 아니었다.
그래. 여동생이 말한대로.
단순한 괴물.
그렇구나. 거기에서 깨닫고야 말았다.
나. 괴물이 된거구나.

그렇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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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후에 오빠를 때려죽인 여동생이 흑흑거리면서
"뭐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하고 주저 앉아 울고 있을때
바깥에서 또다른 좀비들이 찾아오고,
마침내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린 여동생이
"……이제 싫어, 이런건 싫어…."
라며 눈을 꼭 감고 좀비들에게 살해당하려는 찰나

"……그어어어어!"

역시 여동생을 이 세상에 홀로 남겨두고 혼자 죽을 순 없잖아아!!!
라며 주인공이 벌떡 일어나서는 다른 좀비들을 무찌른다는 초차원 전개도 괜찮다고 생각함.

Writer

칸나기

칸나기

네. 나기 여신님 귀엽죠. 저도 좋아해요.

comment (2)

싱글러
싱글러 10.05.09. 10:49

이거...피자피자

칸나기 싱글러 10.05.09. 18:44

넹 황금원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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