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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s? Tw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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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39 May 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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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데꼬드



  음, 그럼 내 차렌가? 하, 미안, 일단 심호흡 좀. 진짜, 이 이야기만 생각하면 가슴이 막막해지거든. 아니, 그러니까, 내가 그걸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거든. 갑자기. 정말 부끄럽고, 남들한테 절대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건데, 너니까 이야기해주는 거야.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네 비밀.

  아냐. 용서해줘서 고마워. 들어줘서, 또 고마워.

  그래도 좀 놀랬어. 설마 그런 이야기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 내가 모르는 네가 있구나, 이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네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어떤 각오였는지 생각하니까, 나도 내 비밀을 네게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자, 시작할게. 아, 이거 물어봐도 돼?

  뭐?

  초능력, 믿어?





Twins? Twins!
미안한데, 너 말야, 여자로 좀 살아줘야겠다!





  유진이 알지? 내 쌍둥이 동생. 애 엄마. 아니, 누나 말고 동생. 아니, 삼 쌍둥이 아니야. 아니, 동생 맞아. 동생이야. 뭐? 잘 품어주는 좋은 누난 줄 알았다고? 그래, 지금은 좀 많이 누그러들었지. 그런데 어릴 때는 장난 아니었어. 그 녀석 때문에 난 머리카락을 못 잘랐다니까. 항상 그 녀석 미용실 가는 날 같이 가서, 똑같은 길이로 잘랐으니까. 중학교 때 학주가 내 머리카락 자르려고 할 때, 막 달려들어서 손가락 잘릴 뻔한 적도 있었어. 그 사건 때문에 선도랑 학주가 항상 주의를 주면서도, 잘리지는 않는, 뭐 좀 이상한 경우였지. 그래도 남자니까 좀 짧게 보이려고 이리 저리 뒤로 틀어 올리고 해서 , 어릴 때 별명이 똥머리가 됐어. 유진이는 내 머리가 긴 게 어울린다고 했고, 내가 유진이랑 얼굴이 똑같게 생긴 건 맞지만 난 남자잖아. 진짜 창피했어.

  그래도 고등학교는 두발자유화 시행학교라 유진이 손가락 잘릴 뻔한 사건은 없었지. 그래도 항상 주의를 받았지. 유진이 가 장발을 고집해서 또 똥머리로 다녀야 했어. 남자가 머리를 기르고 다니니까, 맨날 놀림거리가 되서 친구를 못 사귀었어. 아는 사람이야 많았지만 그래봐야 성별 다른 일란성 쌍둥이로, 유진이랑 한 세트로 아는 녀석들이나 남자주제에 머리카락이 허리 덮을 기세.jpg 로 놀림거리 삼았을 뿐이었지.

  아, 있잖아. 원래 성별 다른 일란성 쌍둥이는 흔치 않은 데에다가, 만일 그렇게 나오면 여자애 쪽에 유전병이 있는 게 보통이래. 그런데 유진이는 그렇지 않았어. 진짜 기적의 아이라나, 뭐라나. 어릴 때 과학 잡지에서 취재 해 간 적도 있었어. 왜 나까지 여자애 옷을 입어야 됩니까, 하긴 하는데, 그땐 어려서 생각이 없었나봐.

  아무튼, 진지하게 나랑 친구가 되 준 건 진영이 뿐이었어. 진짜, 같이 게임할 때, 정말 재미있었는데… 미안, 나 말야, 너보다 그 녀석이랑 있었을 때 더 많이 웃었던 것 같애.

  용서가 안 되네. 자기, 혹시 게이거나 그런 거 아니지?

  절대 아냐. 절대. 분명 말해두는데, 내 얼굴이 이래도, 나 무척 상식적인 남자야. 

  이야기 계속할게. 어떻게 친구가 됐냐면… 그 녀석 덕분이었지. 갑자기 귀여운 척을 하면서 나한테 묻더라고. 그 잘 생긴 애랑 친하냐고 말야. 친할 이가 없었지. 누구누구 때문에 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해줬어.

  그래도 네가 오빠잖아? 연결시켜줄래? 조금 기다려줄 테니까, 확실히 포섭해. 대신 예쁜 애 소개시켜 줄 게.

  조금 용기를 내 봤어. 진영이 말야. 진짜 엄친아, 였거든. 내 기억에 그 녀석보다 잘 생긴 1학년은 없었어. 상급생들 중에서도 없었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 하고, 싸움도 잘 하고. 진짜 만능이었어. 선생이 성적순으로 실장을 뽑는 바람에 실장도 했지. 어떻게 친해졌는지 모르겠어. 아, 기억났다. 점심시간에 달려가서, 고개를 90도로 숙이고,

  치, 친하게 지내고 싶어!

  아, 진짜 부끄럽다. 어떻게 그렇게 친구 하자는 부탁을 했는지. 그런데 그 녀석, 진짜 받아줬어. 너무 고맙더라. 유진이 부탁으로 한 거긴 하지만, 그래도 기뻤어. 녀석이랑 친해지면서, 학교생활도 나름 즐거워졌고. 친구를 더 사귀진 못했지만 이대로, 진영이랑 친하게 지내기만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니까. 되려 진영이가 다른 친구들이랑 소홀해지고, 나랑 친하게 지낸다고 나쁜 말이 오가기도 했지만. 반장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오호, 동생. 대단한데? 진짜 순식간에 함락시켰잖아?

  뭐? 너한테는 호호호, 아녜요, 언니 하면서 존댓말 쓴다고? 그래, 그 녀석 나한테만 반말에 욕질이지… 아무튼 부탁받은 대로, 작전 시행했어. 부탁했지. 일요일에 시간 있냐고.

  어떻게 시간을 내 줬어. 내가 나오기로 하고, 대신 유진이가 나가는 걸로. 나는 주변에서 대기. 진영이가 오자마자 바톤 터치하고 나왔지. 일단 바깥에서 기다리기로 했어. 몇 분 기다렸나 몰라. 슬슬 분위기가 좋아졌겠거니 해서 콜라 버리고 가려고 했는데, 유진이가 뛰쳐나오더라고. 뭐라 말 걸려고 하는데, 갑자기 내 뺨을 쳐 올렸어. 진짜 벼락 맞은 것 같았다니까. 사람들도 많았는데… 때린 다음에 흘겨보더니만,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나쁜 새끼. 왜 너같은 게 태어나서…

  뭐가 나 때문이라는 건지 모르겠더라. 자기가 세운 작전대로 해 줬는데 말이지. 진영이가 따라 나왔지만, 유진이는 그냥 뭐 할 새도 없이 저기 도로 끝까지 뛰어갔어. 진영이가 말하더라고.

  미안. 괜찮아?

  아니, 내가 더 미안해. 너한테 제대로 말했어야 했는데.

  모조리 고백했어. 여동생 때문에 너한테 접근했었다고. 그런데 이제 그런 거 상관없지 않냐고 하더라고. 고마웠어.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바로 절교당했을 지도 모르는데 말야. 그냥 얼굴에 단풍잎 붙이고 둘이 같이 놀러 다녔어. 영화 보고, 오락실 가고, 그러다 이벤트 도전해서 상품 따고. 진짜 다트 잘 던지더라. 2등상으로 받은 프라모델은 선물 받았어. 자긴 필요없다면서.

  문제는 그때부터였어. 소개시켜 준다는 여자애는 커녕, 점심시간마다, 저녁시간마다 학식에서 기다리다가 날 잡아갔어. 어디 빈교실로 데려가서, 막 때리더라고. 진영이가 고백 안 받아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엔 좀 가혹할 정도였어. 뭐? 그 얼굴에 어떻게 그러냐고? 그럴 수도 있어. 정말 죽는 줄 알았다니까. 매일 매일,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 그때는 진짜, 맨날 반쯤 울다가 나왔어. 왜 때리냐고, 아프다고, 그만 때리라고 아무리 사정해도 안 봐주더라고. 다 끝나면 입에 빵 하나 물고 들어가는 게 일상이었어. 잘못 때려서 얼굴에 멍이 들어서 돌아오기도 했어. 그러니까 진영이가,

  야?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어떤 새끼가 이랬어?

  진짜 화가 잔뜩 나서, 남자 반 전체를 뒤집었었어. 분명 남자들 중에서 누가 날 때렸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심지어 상급생들까지 다 뒤졌는데 날 때렸다는 사람은커녕, 날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봤다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더라고. 설마, 설마 하면서 나한테 묻더라.

  설마 유진이가 때리는 거야?

  거짓말했어. 그런데 말했잖아. 벌써 상급생까지 다 뒤졌다고. 결국 자백했지. 그냥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미안할 거 하나도 없는데 말야. 그날부터, 진영이가 매일 날 데리고 다녔어. 점심시간 종 땡 치면 바로 운동장 끌고 가서 축구하고, 농구하고, 저녁시간 종 땡 치면 최고속도로 달려서 밥 먹고 바로 문구점 앞 오락기에 붙고.
  그러니까 아예 수업 끝나기 전에 화장실 간다고 거짓말하고 남자교실에 와서 미안한데, 오빠 좀 빌려 갈께, 하면서 온갖 귀여운 척을 하더라고. 그리고 또 때리고. 진영이도 모양새가 나빠서, 그리고 유진이 직접 보니까 영 그래서 날 못 도와줬어. 그래도 전보다는 좀 줄어들었지. 때리는 시간이. 몇 대 맞고 나와서 진영이랑 같이 밥 먹고, 같이 오락기 하는 게 낙이었어.

  저, 있잖아. 지금부터가 진짜야. 오해, 진짜, 절대 오해 하지마.

  내 이야기도 들어줬잖아. 계속 들어줄게.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지금도 후회하고 있어.
  그날, 비가 엄청 왔어. 장마였거든. 그날도 때리는 강도가 장난이 아니었어. 자기 교실로 끌고 와선 구석에 던진 다음에 빗자루로 때리더라고. 진짜 맞다맞다, 이젠 안 되겠다, 이러다간 죽겠다, 싶어서 빗자루 붙잡고 말했지.

  나 죽어, 나 죽어, 그만, 제발 그만 때려. 해 달라는 대로 다 할께. 제발, 살려줘. 응?

  비굴하지만 그래야 될 것 같더라고. 여자애들도 몇몇 있었는데, 바보 취급 받아도 그래야 될 것 같더라고. 그런데, 금마가 갑자기 내 자지를 밟더라. 남자란 거 있잖아. 너무 두들겨 맞으면 그게 설 때도 있어. 내가 딱 그때 그 짝이었고.

  변태새끼. 맞는 거 싫다면서, 존나 좋아하고 있었잖아?

  그러더니, 갑자기 날 벗기더라고. 좀 말리지, 말리지도 않고 막 꺅꺅 소리만 지르고. 진짜 여자애들 너무하더라. 그 와중에도 팬티는 남겨줄 줄 알았지. 진짜 다 벗겼어. 우와, 진짜 죽고 싶다, 싶었는데,

  싶었는데?

  자기 사물함을 열어서 여분 교복이랑 속옷을 꺼내더라고. 설마, 진짜 설마 했는데 막 때리면서 억지로 입혔어. 분명 전생에 일본순사였을 거야. 얼마나 겁나게 때리면서 입히는지, 안 입으면 분명 여기서 죽을 지도 모르겠다, 싶었거든. 아무튼 얼추 다 입었어. 진짜, 브래지어까지 다 했다니까. 머리 묶은 것도 풀렸고. 그렇게 하고 일으켜 세우더라고. 여자애들이 아까보다 더 꺅꺅거리는데, 진짜, 그러는 거 아니다, 라고 맘속으로만 말했지.

  우와, 진짜 기분 나빠. 변태새끼, 기분 좋아?

  만지더라. 주저앉았어. 아, 아니, 진짜 여자 교복 입었는데 말짱하면 그게 진짜 성인 아니면 변태지. 만지기까지 했잖아. 아무리 쌍둥이 동생이지만, 아무튼 여자애니까. 거기까진 그렇다 치자. 진짜, 그렇다 치자…

  갑자기 내 옷을 빗자루 통에 담더니, 확 바깥에 집어던졌어. 우와, 진짜 울었던 것 같아.

  왜 이래! 왜 이러냐고! 나 어떡하라고!

  갑자기 웃더라.

  꼬우면, 직접 주워서 입으시던지.

  내가 바보였지. 진짜 그 말대로 주우러 밖으로 나갔어. 비가 펑펑 오는데, 정신이 나가서 그랬는지, 우산도 안 쓰고 나갔어. 비는 오지, 옷은 젖지… 옷은 어디 떨어졌는지 모르겠지… 비가 너무 와서였는지, 아니면 내가 정신이 없어서였는지, 넘어졌어. 그러니까 누가 갑자기 소리 지르더라고. 남자새끼가 여자교복 입고 돌아다닌다고. 여자애들, 아까처럼 소리 지르고, 남자들은 더 난리 났지. 그 머리 길이에, 남자면 나밖에 없잖아. 그냥 흘끗 보면 유진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어떻게 눈치 챘는지는 모르겠어. 옷 찾을 힘이 안 나더라. 눈물이 쫙쫙 나더라고.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 하고 말야.

  진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비가 오는 건지 아니면 내가 우는 게 비인 건지, 모르겠더라고. 애들은 이야기 듣고 더 몰려오지, 비는 계속 추적추적 내리지, 옷 가지러 갈 정신은 없지. 얼마 동안 거기서 네 발로 서 있었는지 모르겠어.

  야이 개새끼들이! 뭐야 니들! 뭘 봐! 다 안 꺼져!

  진영이가 왔더라고. 수건이랑 자기 체육복 가지고. 그렇게 화내는 진영이 처음 봤던 것 같아. 전에 나 때린 녀석 찾을 때랑 비교도 안 될 정도였어. 나 일으켜 세워서 애들 없는 곳으로 막 끌고 가 줄 때, 진짜 너무 고마워서 또 눈물이 나더라. 진짜, 눈깔 빠지게 울었어. 그래도 애들이 없는 곳이 있더라고. 진영이가 너무 화내서 따라오지 않은 거일 수도 있지만. 고맙다고 말해야 되는데, 눈물이 너무 나서 그런 말을 못하겠더라. 진영이가, 수건으로 내 얼굴 문질러주고 머리 털어주면서 말했어.

  얼른 갈아입어. 좀 냄새는 나겠지만 그거보단 낫잖아.

  고마워라고, 몇 번 말했나 몰라. 제대로 된 말로 발사되진 않은 것 같지만. 그런데 속옷까지 뺏겼었잖아. 주워오지도 못했고. 좀 난감하더라. 벗기 그렇더라고. 어찌 어찌, 벗었는데, 진짜 노팬티로 입으면 그렇겠다 싶기도 하고, 일단 입으면 안 보이니까 그건 안 벗었어. 체육복 입고 나니까, 얼마나 좋던지, 또 울었어.

  유진이 옷 정리하고 나니까 좀 진정됐어. 그런데 수업종이 울리더라고. 나 때문에 진영이가 찍히면 안 되겠다 싶었어.

  들어가 봐. 안 그러면 선생님한테 혼나.

  됐어. 벌써 소문 다 났을 텐데. 선생님도 이해해 주시겠지. 나, 너 여기 버리고 못 간다.

  그 꼴 당하고 교실에 어떻게 돌아가겠어. 둘이 비 오는 거 보면서, 그냥 있었어. 벽에 기대서. 진영이가 뽑아서 온 음료수나 마시면서 말야. 땡땡이치는 것도, 나름 좋더라고. 그때, 정말 진지하게 말했나봐.

  왜 유진이는 날 미워하는 걸까?

  아닌 게 아니라, 미워하는 강도가 너무 지나치잖아. 난 소개 담당이었을 뿐인데, 마구 때리고 여자 옷까지 입혀서 쫓아내는 건 동서고금 어디를 막론하고 봐도 없을 거야. 진영이는 내 얼굴을 못 보더라고. 아마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일 거야.

  글쎄.

  그 정도. 상관없었어. 진영이 탓이라고 보기에도 그러니까. 내가 진영이 탓 할 입장도 아니었고. 주스, 맛있더라.

  저, 네가 오빠잖아? 그럼 오빠답게, 뭔가 보여주는 게 어때? 솔직히 유진이, 내가 보기엔 정말 심하거든. 다른 사람한테 이랬으면, 유진이 뼈라도 추릴 수 있었을 것 같애?

  아뇨. 솔직히 그럴 것 같지 않았어. 다른 사람 같았으면 진짜 짜증 폭발해서, 옷 주우러 가기 전에 일단 두들겨 놨겠지. 나야, 여자애를 건드리면 안 된다고만 생각해서, 그냥 맞고 당했었지만. 나니까 받아준다, 그 정도. 애교로 보기엔 너무 잔인했지만.

  좀 남자다운 모습 보이는 게 어떨까, 싶은데. 내 생각엔 네가 너무 쉽게 보여서 괴롭히기 좋으니까 그러는 거 아닌가 싶어. 안 그래도 너 유진이랑 비슷하게 생겨서 오빠다운 위엄 하나도 없잖아. 너무 닮아도 문제야.

  어쩌란 이야기야?

  솔직히 말할게. 내가 보기에 너, 힘으로만 치면 유진이 정도는 그냥 때려눕힐 수 있어. 진짜 두들겨 패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만만하게 당해주는 사람 아니라고 각인을 시키라, 그 말이야. 있잖아. 여자애들 생각보다 힘 그렇게 안 세. 너 나랑 축구하고 농구했잖아. 그 정도 힘이면 유진이 정도는 쉽게 눕힐 수 있어. 때리려고 하면 어깨 붙잡고 밀어. 그러면 효과 만점일 거다. 내가 보증할게.

  저, 그러면 난 여자애를 때린 게 되는데요.

  오늘 일 생각하면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 할 거야. 아 맞아. 이왕된 거, 머리 자를 생각 없어? 뭐, 나도 너는 긴 게 더 어울리지 않나 싶긴 한데, 그래도 녀석이랑 확 차이가 나게 하는 게 그 녀석한테 어필하기 좋을 거야. 지금 같이 나가자. 선도 정도는 내가 어떻게 구워삶을 수 있으니까.

  그래, 그러자, 했어. 진짜 이대로 당하고 살면, 나 진짜 며칠 내로 속병 들어 죽을 지도 모르겠다, 생각해서. 미용실 혼자 온건 어릴 때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아. 적당히 숏컷으로 해 달라고 했는데, 다 깎고 머리감고 탈탈 털고 나와서 거울 보니까 여자머리더라고. 아깐 정신이 들었던 것 같은데, 깎을 때도 제정신 아니었나봐. 진영이가 만화책 보다말고 어깨 감싸면서 말하더라.

  야, 자알 어울린다.

  그 말 듣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겼어. 아니, 분명 여자머리였는데 어디서 사내다운 자신감이 나왔나 몰라. 그대로 유진이랑 싸우자고 생각했어. 일단 교실로 와서, 선생님한테 좀 주의 받은 다음, 나는 화장실 좀 쓰겠다고 하고 빠져나왔어. 그리고 유진이 불러냈어. 여자애들이 뭐야 뭐야 꺅꺅거리는 거, 듣자마자 혼수상태에 빠질 뻔 했지만. 나 보고, 진짜 놀래서 막 뛰쳐나오더라고. 선생님이 뭐라고 하는데 정말 큰 일 생겼다면서, 뒤돌아보지도 않고 예전에 나 때리던, 사람 아무도 안 오는 곳으로 끌고 가더라. 뭐야 이거, 벌써 지는 건가, 싶었지만, 용기 내기로 했어.

  야, 너 뭐야?

  뭐냐고 물으니 대답할 건 없었지만.

  누구 맘대로 머리 자르래!

  뺨, 또 맞았어. 전에는 맞고 나면 제발 때리지 마세요, 라고 했는데, 진영이가 한 말 되새겼어. 남자답게, 세게, 오빠답게.

  왜 때려? 내가 뭘 잘못했길래?

  너 자체가 잘못이야!

  또 날아오더라. 이번에 또 맞으면 안 된다. 진짜 그러면 안 된다. 붙잡았어. 어쭈? 하면서 또 날리더라. 그것도 붙잡았어. 그리고 아래로 확 꺾었지. 얼굴이 확 달라지더라. 나도 달라졌을 거야. 생각보다 훨씬 쉽게 제압됐으니까. 내가 힘이 좀 세졌던 건지, 아니면, 유진이가 원래 약했던 건지. 남자애란 게 원래 여자애보다 더 센 거였는지.

  다신 나 때리지 마. 자꾸 그러면 가만 안 둘 거야.

  가만 안 두면 어쩔 건데? 뭐? 뭐? 뭐!

  진짜 빡, 하고 사람이 도는 거 있잖아. 그 동안 맞았던 곳이 다 아파오고, 아까 쪽팔린 거 기억이 다시 나고. 갑자기 미쳤던 것 같아. 그대로 몰아붙여서 책상에 눕혔어.

  니가 남자야? 니가 남자냐고! 그냥 확 자지 때 버려! 병신 새끼야!

  돌아버리겠더라고. 진짜 눈물이 나더라. 이딴 게 내 동생, 아니, 우리가 말마따나 몸을 나눈 쌍둥이 맞냐, 하고 말야. 사람을 병신 취급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아니, 아까 그런 짓을 하고, 잘못이란 잘못은 다 해 놓고 이젠 병신으로 몰아버리니까, 진짜 미치겠더라고.

  뭐 이 새끼야? 확인시켜줄까?

  돌았던 것 같아. 진짜 돌았던 것 같아.

  야, 야? 뭐하는 거야, 이 새끼가! 야, 야! 하지 마! 하, 하지 마!

  당한 대로, 되돌려주자. 그랬어. 진짜, 진짜 돌았지.

  야, 야… 야… 야아…

  여자 옷이라는 거 있잖아. 의외로 되게 약한 구조더라. 힘 줘서 뜯으니까, 한번에 뜯어지더라고. 우수수, 하고. 치마 지퍼도 은근히 내려가기 쉽고 말야. 아, 아니, 그렇다고 지금 그러겠다는 건 아니고.

  세, 세진아, 제, 제발,

  우는 소리가 조금 나는 것 같았는데, 기억에 없어. 아니,  빡 돌아버린 사람이 뭐가 보이겠어? 다 벗기진 않았어. 아니 그럴 정신이 없었지. 블라우스 찢고, 치마 걷고, 팬티 벗기고. 그쯤 가니까, 조금 정신이 돌아오더라.

  하지 마, 제발 하지 마. 세진이 오빠…

  정신이 돌아오고 나니까, 더 돌겠더라고… 저어, 그런 눈으로 보지 마. 거기까진 안 갔어. 그래도 정신이 돌아왔다고 했잖아… 진짜 비밀 이야기인 이유가 뭐겠어… 잔뜩 저질렀어. 키스도 했고. 가슴도 만지고. 거기도 만지고. 하지 말라고 그렇게 울었는데도 그랬어.

  자기, 내 이야기랑 맞먹네…

  … 계속할게. 이게 비밀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거든.

  그러다가, 결국 저질렀지. 바지 벗고, 다리에 막 문질렀어. 유진이도, 그때만큼은 아무 말도 앉고 훌쩍거리기만 하더라고. 스타킹이 엉망이 됐었어. 그럼 난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한마디 했어야 했는데, 허세 들었었나봐. 그렇게 날 때리던 녀석을, 아주 못 쓰게 만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었나봐.

  별 것도 아닌 주제에, 까불지 마!

  그냥 버려두고 나왔어. 운동부 세면실에 숨어서 처리하고. 갑자기, 유진이 괜찮을까, 싶었는데, 세면실에서 내 얼굴 비치는 거 보니까 화가 나더라고. 나는 자길 그렇게 쌍둥이고, 동생이라 생각해서 때려도 참고 참고 참았는데, 지는 그런 상황이 오기 전까진 날 오빠라 생각하기는커녕, 자기 스트레스 풀 도구로 썼다는 거였잖아. 안 갔어. 확 죽으라고 말야.

  야자 다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유진이 친구,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예나가 와서 내 뺨을 쳤어. 뭐야, 왜, 라고 하기도 전에, 눈이 새빨개져서 말하더라고.

  이 개새끼야. 그러는 거 아니야. 개새끼야. 확 죽어.

  뭐야, 싶긴 했지만, 맞을 만 했지. 진영이가 윽박질러서 보내긴 했는데, 역시 난, 맞을 만한 놈이더라. 그날 결국 유진이, 집에 안 왔어. 예나가, 우리 집에서 재울 테니 그리 알라고 연락을 해 왔더라고.
  용서 받을 만한 일이 아니었지. 다음 날 학교에서, 유진이 만나려 했는데, 그냥 흘겨보더니 확 돌아보더라. 애들이 웃는 게, 아마 사랑싸움이라느니 그런, 좀 깊은 레벨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것 같았어.
다음 날에도 들어오지 않았지. 집에선 얘가 뭘 하길래 맨날 친구 집에서 자냐면서 하시고. 역시, 내가 사과해야겠다, 하고잤어.

  그렇게, 몇날 며칠 외박? 그게 끝이야?

  아니… 저, 나도 그 다음에 그런 일을 당할 줄은 몰랐거든. 지금부터야. 진짜 비밀 이야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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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내려가기 전에 쓰는 본격 TS물 프롤로그.

당연하지만 쌌엉;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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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단편 본격 어째선지 이능력 배틀하는 소설 (2) 칸나기 2010.05.09. 7160
2 단편 어느날 눈을 떴더니 (2) 칸나기 2010.05.09. 7261
1 단편 모기와 가설 (6) 위래 2010.05.09. 12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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