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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ning Saviors 휴대전화와 하늘을 나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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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15 May 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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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데꼬드


  난 아버지를 사랑했다.

  이틀에 한번 얼굴 도장 찍기도 어려웠지만, 어떤 사건만 생기면 몇 날 며칠 얼굴 한번 볼 수 없는, 가장으로써는 최악일 지도 모를 아버지였지만,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던 나는 아버지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을 해결하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감겨 잠든 모습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한번 집에서 자면 그 다음 날 신문엔 굉장한 일이 일어났다며 대서특필된 사건 틈에 항상 끼여 있는 것이, 마치 마술사 같았다.

  언론에선 아버지를 ‘도살자’라고 불렀다. 살인을 해서가 아니고, 누구든 범죄를 저질렀다면 가리지 않고 때려잡기 때문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 손에 도살되었다. 심지어 대통령의 아드님까지도 도살당해버렸다.

  이번엔 정말 큰 녀석을 잡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마피아들의 두목을 체포했다고 한다.

  “미안하다. 이번 달엔 집에 거의 못 들어갈 것 같구나. 정리할 게 너무 많아서 말이다. 엄마랑 잘 있어라. 알았지? 학교 잘 나가고.”

  “네, 걱정하지 마세요.”

  “고맙다. 이런, 슬슬 가 봐야 될 것 같구나. 사랑한다, 자랑스러운 우리 딸.”

  제가 아버지 딸인 게 더 자랑스러워요.

  그런 아버지가 도살되었다. 아버지가 잡은 마피아 두목이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됐다는 소식이 짤막하게 남자 기자의 목소리로 전해진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사인은 당연하지만 교통사고였다. 잠깐 집에 들러 보려고 욕심 부렸다가 3중 추돌 사고를 당했고, 사고를 당한 그 순간 목숨을 잃은 것 같다고 한다. 어머니께서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쓰러지셨고, 그대로 아버지 곁으로 떠나 버렸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마피아 두목의 혐의 입증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는 장래가 촉망되는 운동선수와 나이 많은 이혼녀 연예인의 결혼 발표 소식으로 도배된 언론기사의 틈바구니에 잠시 머리를 내밀었다, 망치가 내려쳐지려는 순간 쏙, 하고 들어갔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다.

  딸아이가 유괴를 당해, 처참하게 강간당해 살해당한 일이 있었다.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해 범인을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철저하게 법의 잣대를 들이댔고, 심신 미약을 비롯한 각종 이유가 붙고 붙어 종신형이던 그의 형량은 고작 벌금형에 집행유예로 떨어져 내렸다. 분노한 아버지는 법원에 재심을 요청했고, 국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모든 것이 허사였다. 딸을 죽인 남자가 멀쩡히 살아 돌아다니는 것을 참다못한 아버지는 국가에 살인 예고장을 보낸 후 남자를 살해하고 세상에서 도망쳤다. 사람들은 그 아버지야말로 악을 심판한, 진정 정의로운 아버지였다고 했다.
 
  세상에서 도망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어느 봄, 아버지는 하수 물이 쏟아지는 곳에서 칼에 찍힌 상처에서 쏟아져 나온 핏물을 입은 채, 썩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누가 그를 그렇게 했는가는 밝혀지지 않았다.


  슬프다는 감정마저도 잃고 모든 걸 상실했다 느낀 순간, 하객들 사이로 그 남자가 보였다. 그 남자가 가면 속에서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랬구나. 우리 아버지는 살해당한 거였구나.

  자의식 과잉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아버지와 다른 운전자들의 실수로 교통사고가 났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면 속의 그 웃음은 분명한 진실이었다. 소리만 없다 뿐 완벽한 승리의 미소. 정말 비참한 패배였다. 난 다시 그 사람을 바라보지 못했다. 하객들이 모두 떠난 뒤,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란히 누워있는 그 곳에서, 하늘을 보았다. 지나치게 맑은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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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수업은 자체휴강으로 처리하고 패스트푸드 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슬슬 자퇴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교수들과 말을 섞는 것도, 전우인지 적인지 분간하기 힘든 녀석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지쳤다. 이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무언가 달라질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교수는 내게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했다. 사람을 ‘비의도적으로’ 살해한 심신미약의 노인에게 몇 년형을 부과하는 게 옳은가에 대해 법적인 근거와 판례를 들어 자세히 조사하라는 거였다. 나는 거기에 ‘사형’ 이라고 썼고 당연하지만 D-를 받았다. 판례도 근거도 없다는 이유였다. 죽은 사람의 감정만 생각하면 노인을 죽여도 시원치 않지만 그건 그거고, 우리는 법이라는 것을 통해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는 평이었다.

  그리고 덧붙여진 첨삭 한줄.
 
  ‘법을 제대로 공부하게.’

  법 같은 쓰레기가 우리를 지켜줄 이 없잖아. 사후약방문, 죽은 다음에 와서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들쑤신 다음 이미 사람은 죽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하는 그 녀석과는 말을 섞기 싫었다.
법은 일종의 히어로라고 생각한다. 아니, 힘에서만큼은 슈퍼히어로 따위 저리가라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강한 녀석이다. 슈퍼히어로랑은 달리 맘만 먹으면 온 세상 사람들을 다 구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사람들을 구하려는 생각 대신 다른 쓸데없는 생각부터 하고 보는 게으름뱅이에 놈팡이다.

  도와줘요, 라고 하면 곤란하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

  너 이 자식, 수정해주겠어, 하면 곤란하다, 절차를 따라 달라.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가 극장가에 걸릴 때마다 사람들이 환호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그는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비비 꼬다 결국 악당들을 놓친다. 하지만 극장의 슈퍼히어로들은 그렇지 않다. 주먹질을 하든 붙잡아 모든 증거품과 함께 경찰에 잡아 넘기든 결국 악을 막아내거나 심판해 사람들을 지킨다. 그 카타르시스 때문에 사람들이 그들을 극장에서 찾는 게 아닐까?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의의 승리가 확실히 나타나니까.

  법의 힘을 강하게 만들어 줘 봐야 의미가 없다. 이 놈 저 놈 사정 다 들어주면 대체 어떻게 정의를 세우고,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단 말인가. 살인자의 사정까지 다 들어주는 거 보면 성격은 참 괜찮은 것 같지만 그래서야 쓸모가 없다. 잡쓰레기들은 그를 두려워하겠지만 진짜 악당이라면 그 정도는 가볍게 씹어 드시고 되레 주먹 한방 날려주는 센스까지 발휘해 주니까. 심판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저 게으름뱅이를 부르느니 차라리 악당들 얼굴에 주먹 한방 세게 치는 게 더 낫지 싶다.

  법 위에 선 슈퍼히어로가 진짜 세상에 있다면 어떨까.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살고자 하는, 정의롭고 순수한 힘이 진짜 세계에 존재한다면 착한 사람들, 옳은 사람들이 승리하는, 결국 온 세상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자신을 관철할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진 사람,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법이 휘두르는 주먹 한방에 비틀거리다 그대로 쓰러질 힘없는 사람.
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절망스러웠다. 콜라가 위로 내려가면서 부글부글 끓었지만 금방 싸해지면서 사라졌다. 이빨에 뭔가 끼인 듯, 뻑뻑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때, 비명소리와 함께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교통사고라도 난 거겠지. 얼마나 멋지게 돌격했기에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 걸까 싶어 유리벽 밖을 보았다. 머리가 날아간 자동차가 바퀴가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사라지고 그와 경주하듯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다. 그들이 달려왔던 곳 뒤에서 개가 달려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저렇게 큰 개는 본 적이 없었다. 비명소리가 패스트푸드 점 유리창을 흔든다. 녀석이 달리기를 포기하고 침을 질질 흘리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뭘 먹어야 달릴 수 있는 모양이다. 차츰차츰, 내가 동그란 눈동자에 담겨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모든 발자국 소리가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녀석이 뭘 입에 달고 있다. 법을 집행하는 일을 본분으로 하는 분이었다. 녀석이 입을 벌리자 그가 바닥에 떨어졌다. 온 몸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몸이 운전대에 짓이겨진 아버지는, 마지막에 붉은 옷을 입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뭔가 우지직하며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Lightning Saviors
휴대전화와 하늘을 나는 소녀


  버튼 몇 개를 누르면 그날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너무나 짧은 시간, 조준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리 저리 뒤흔들렸지만 그날의 기억을 재생하는 방아쇠로서 역할은 확실히 하고 있다. 나의 시선으로 보는 건 아니지만, 이 사진을 통해 그날, 나의 시선을 되살리는 건 어렵지 않다.

  거대한 개의 머리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피가 시작되는 지점에 좀 작은 사람이 서 있었다. 청바지에 흰 셔츠. 아니, 붉은 셔츠. 뭔가 또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일어서 붉은 피 너머 일어나는 광경을 보았다. 작은 사람이 개의 머리를 계속 두들기며―말도 안 되는 건 나도 안다. 사람이 어떻게 괴물이랑 맨손으로 싸운단 말인가― 옆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개의 머리가 이리 저리 휘둘리며 뭉개졌다.
그러다 옆으로 날아올랐다. 개는 옆 칸 유리창을 무너뜨리며 건물 안에 들어와 그대로 혀를 쭉 내밀고, 한때 내가 담겨 있었던 눈을 감았다. 숨이 끊어졌다 인증하는 그 얼굴 위로 사람이 또 주먹질을 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두개골이 깨지고 머리 안에 담고 있던 것들이 튀어 올랐다.
사람은 생각보다 작았다. 이상 취향이거나 하느님이 잘못 점지한 게 아니라면 여자인 게 분명했다.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다. 주먹 쥔 손 사이사이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를 보고 있다. 내가 반사적으로 찰칵, 하는 소리를 내는 녀석들 꺼내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벌써 눌러버렸다.

  누구도 놀라지 않고 있다. 찰칵, 이 끝난 뒤 주변을 둘러보니, 안에 남은 건 나뿐이었다. 다시 괴물 쪽으로 돌아보았다. 여자가 반대편 문으로 몸을 꽉 움츠린 채 달려 나가고 있었다. 사이렌 소리가 사방을 포위한다. 난 천천히 머리가 터진 괴물 쪽으로 다가갔다. 온 몸에 총알과 주사기가 박혀 있었지만 머리 부분 외의 부분에서는 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꿈일 이가 없다. 유리 조각들이 깨지는 소리가, ‘그날’ 들었던 그 소리와 같았기 때문이다. 

  “뭐하는 거야! 물러서! 그건 괴물이라고!”

  뒤로 물러서기가 무섭게 총알이 쏟아졌다. 완전히 박살난 머리 부분에서 다시 피가 튀어 올랐다.

  나는 현장에 남은 유일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조사를 받게 되었고, 당연하지만 사진 파일을 내놔야 했다. 한심할 만큼 흔들린 데에다가 엉뚱한 곳을 찍었다는 것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얼른 도망치지도 않고 쓸데없는 짓이나 하려 했다며, 부주의하고 느릿하다는 엄한 소리를 듣고 풀려났다. 누가 그 괴물을 두들겨 잡았는가 물어서 솔직히 말했더니―청바지 입고 흰 셔츠 입은 여자가 와서 두들겨 패고 갔다―나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총알도 못 뚫는 걸 사람이 두들겨 잡았다고? 이봐 학생, 요즘 수업 자주 빠진다던데, 괴상한 망상이라도 한 거 아냐?”

  “그럼 누가 그 괴물을 잡았다는 거예요? 저한테 묻는 건, 여러분 중에서 그 괴물을 잡은 사람은 없다는 거 아녜요?”

  그들은 답하지 않았다. 조사 끝났으니 가 보라며 핸드폰을 되돌려 주었다. 사진은 그대로 있었다.


  다음 날, 경찰들이 거친 추격전 끝에 동물원에서 탈출한 기형 사자를 잡았다고 말하는 리포터의 얼굴은 무척 담백했다. 기형 사자가 그렇게 클 이가 없잖아. 그 순간, 내가 본 적 없는 녀석이 온 몸이 총알에 꿰뚫린 채 죽은 사진이 나왔다. 저 녀석, 누구야?
 
  사인은 교통사고, 가면 뒤의 미소.

  내가 이 괴물을 잡았어요! 라고 말하기는커녕, 얼른 도망쳤던 여자아이가 떠올랐다. 모든 건 그 아이의 공이였다. 하지만 그 아이는 도망치듯 사람들의 눈에서 벗어났고, 수사관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공은 모두 경찰이 훔쳐갔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했다. 머리 속에 저장된 사진이 갑작스레 난입하는 다른 데이터 때문에 자리를 잃고 서성이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얼른 찾아야 했다. 의외로 그녀는 무척 가까운 곳에 있었다. 가녀리고 힘없는 모습으로 위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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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고 있는 프롤로거를 깨우는 프롤로그.

실은 프롤로그가 저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대략 4만자에 달하지만 안타깝게도 킥애스 표절물이나 다름없다는 

선고를 받고  싸 버릴 수 밖어 없었던 물건. 보기 쉽게 손을 좀 봐놨지만

역시 표절이라 정을 주기 애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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