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흙범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산 속의 어둠은 빨리 찾아왔다.

드디어 찾아온 암흑에 사호는 17호의 목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날이 밝으면 사호는 사냥을 떠난다. 호랑이 사냥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름이 불리우는 전설적인 사냥꾼들은 단신으로 총 한 자루만 가지고 호랑이를 수 마리씩 잡았다고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닐뿐더러 사호는 아직 애송이 사냥꾼에 불과했다. 나이로 따지자면 사냥꾼이라는 칭호가 부끄러울 정도의, 그저 평범한 꼬맹이다.  본래대로라면 사호는 집 안에서 안전하게 가족의 품에 안겨 있어야 하는, 그런 13살의 꼬맹인 것이다.

하지만 사호의 집안은 환회마을의 무보가(無家)였다. 부모님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던가 하는 여타의 이유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거두어 기르는 족보 없는 가문. 촌장이 가주를 겸하고 가문 아이들의 육성은 마을에서 도맡는 대신, 자라나서는 키워준 댓가를 마을의 궃은 일을 도맡아 하는 것으로 갚는 가문. 특히나 호랑이가 득실대는 산골마을인 환회마을에서는 마을의 포수 겸 수렵장을 사호의 가문에서 도맡아 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약 창고의 보수 문제로 사호의 오빠가 촌장님과 장시간에 걸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울타리를 보수하기로 한 목재로 화약창고를 튼튼하게 짓고, 낙뢰방지용 철침까지도 세웠다. 그리고 다음 날 덫을 점검하러 나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어버렸다.

무보가 소속의 정식 호랑이사냥꾼은 이제 사호밖에 남지 않았다. 

나라가 허가를 내어준 호랑이 사냥꾼이 모두 죽어버리면 나라에서 호랑이 퇴치를 위해 마을에 산악유격대원을 파견해 준다. 나라가 왕국과 제국을 거쳐 공화국이 될 동안에도 주욱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수행했던, 그리고 지금도 쉼없이 수행하고 있는 이 부대는 부대원 각자가 노련한 검사와 총잡이면서 뛰어난 사냥꾼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그 부대의 파견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

그래서, 사호는 내일 떠나야 한다.

사호가 죽어버리면 이제 마을에 호랑이 사냥꾼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되니까.

사호는 17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호랑이에게 28호가 죽어버린 지금은 17호가 수렵견의 우두머리를 맡고 있다. 28호보다는 못하지만, 17호는 멧돼지 사냥에도 여러번 나선 노련한 수렵견이다. 사냥에 있어서는 사호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날이 밝으면 상대해야 하는 것은 멧돼지가 아니다, 호랑이다. 진짜 맹수다. 어설픈 사냥꾼과 수렵견 몇 마리가 덤빈다는것은 그야말로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미는 격이다. 하지만 사호가 슬퍼하는 것은 그 점이 아니었다.

사호가 갇힌 창고 문 밖에서 들리는 불침번의 코 고는 소리에 사호는 살짝 울분이 치솟았다.

comment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최종 글
공지 『경소설회랑 창작공간』 비영리 공간 선언 (1) file 수려한꽃 2012.05.17. 78544
공지 글 올리기 전에 꼭 읽어주세요!! (3) file 수려한꽃 2012.01.21. 84216
13 프롤로그! (가제)팡팡 월드 (3) 히노카케라 2010.05.31. 5834
12 프롤로그! Lightning Saviors 휴대전화와 하늘을 나는 소녀 데꼬드 2010.05.31. 4910  
11 프롤로그! 공돌이만이 세기말에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종족이다. 안녕 내이름은 김삼식 (1) latte 2010.05.30. 5119
10 프롤로그! 무신론의 군대 (2) 이웃집드로이드 2010.05.22. 4727
9 프롤로그! 터키석의 소년기사 이웃집드로이드 2010.05.22. 5169  
8 프롤로그! 기적 따윈 없어 칸나기 2010.05.21. 4789  
7 프롤로그! 경소설회랑·프롤로거오픈&부처님오신날 기념 엽편: 프롤로그 (2) 위래 2010.05.21. 5393
6 프롤로그! Twins? Twins! 데꼬드 2010.05.21. 6525  
5 프롤로그! 인형 살해자 샤유 2010.05.21. 4884  
4 단편 흡혈귀 효요와 소설가 시호(1) (4) 칸나기 2010.05.09. 7810
3 단편 본격 어째선지 이능력 배틀하는 소설 (2) 칸나기 2010.05.09. 7160
2 단편 어느날 눈을 떴더니 (2) 칸나기 2010.05.09. 7261
1 단편 모기와 가설 (6) 위래 2010.05.09. 12665
prev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55'이하의 숫자)
of 55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