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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라에서 잠들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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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42 Jun 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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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까치우
스포일러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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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세쿠라 이스나의 신작입니다. 전작에서 번역을 맡으셨던 박소영 씨가 다시 역자를 맡으셨네요. 내지 첫 삽화의 푸른 장미가 인상적입니다. 미리 사족을 달자면 남주의 옷차림이 꽤 특이해요. 그리고 로렌스보다 매력 없게 생김 ㅎㅎ.

 

  반전을 언급하는 감상문입니다. 안 읽은 분들은 주의하시길.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역시 하세쿠라 이스나였던 작품이었고, 결국 하세쿠라 이스나였던 작품입니다. 늑향에서 보여준 구성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소설이었어요.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광석을 연구하는 연금술사 쿠스라와 그의 감시자로 파견된 수녀 페네시스의 이야기입니다. 십자군 시대 혹은 그 직후를 배경으로 했다는데 소설의 크라디우스 기사단은 성전기사단 같은 곳을 원판으로 재창작한 걸까요. 제로의 사역마나 늑대와 향신료만큼 고증에 면밀한 소설도 드물다고 들었는데 막달라에서 잠들라 역시 같은 작가의 소설이니만큼 곳곳에서 지식이 묻어나옵니다.

 

  저도 이거 쓰다 처음 알았는데 수도녀는 없는 단어였어요. 헐ㅋ.

 

  글을 읽다가 가장 처음 마주치는 짜증은 일러와 본문의 배치背馳입니다. 요즘 미는 단어라 써봤어요. 미안합니다.. 하여튼 삽화에서 분명 쿠스라는 손칼을 차고 있을 터인데 본문에서는 품속에 손을 넣어 소금 병을 꺼내 간수들을 속이죠. 이런 오류야 경소설판에 널리고 널린 흔한 오류지만 그래도 눈엣가시처럼 걸리네요.

 

 

  막달라에서 잠들라의 장점은 전개 속에서 조용히 꿈틀대던 음모들이, 위기에서 급격히 부상하고 몰아닥친 위기를 냉철한 주인공의 판단으로 돌파하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이라는 소설의 5단 구성에 충실한 작품이란 점입니다. 아크로 선생께서 일전에 말하시길 이상적인 라노벨이란 일상 부분 속에서 전개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소설이다, 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아마 당 소설이야말로 이상적인 라노벨에 가장 부합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위에서 말한 5단 구성에 충실하면서도 라노벨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일상 서술도,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내비치는 히로인의 섹스어필도 모두 해낸다는 점에서 하세쿠라 이스나는 이름있는 라노벨 작가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작가의 전작 늑대와 향신료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줬던 하세쿠라 이스나의 가장 큰 강점이죠.


 

  그렇다면 막달라에서 잠들라의 단점은 뭘까요.

 

  만화가들에게 그림체의 완성이란 작가로서의 죽음이다, 라는 말이 있다고 하죠. 아마 신만세 작가가 한 말로 기억하는데 맞을지 모르겠네요. 그림체의 완성이 왜 작가의 죽음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해 부연해보자면, 같은 화풍의 화가는 두 명이 필요치 않듯이 같은 그림체의 히로인, 같은 그림체의 주인공은 전작보다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가 무척 힘들단 이야깁니다. 지금은 은수저로 인기 높은 아라카와 히로무가 그린 강철의 연금술사의 후속작, 수신연무가 인기몰이에 실패했던 까닭으로 바로 이 말을 꺼낼 분들도 꽤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막달라의 단점을 물어놓고 그림체 이야기만 늘어놓은 까닭은, 상기했던 것처럼 막달라에서 잠들라는 문체에서도 구성에서도 늑대와 향신료와 차별성이 없는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내용마저 각각 행상인과 화신, 연금술사와 수녀로 중세판타지라는 점 역시 똑같아요. 문체도 구성도 내용도 다르지 않은 소설이라면 하세쿠라 이스나란 작가를 처음 접한 독자들에겐 별반 문제 되지 않겠지만, 인기 소설이었던 늑대와 향신료를 읽고 후속작도 찾아 읽은 저와 같은 독자들은 과연 막달라에서 잠들라에 만족할까요? 히트작은 때로 작가를 평생 히트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세쿠라 본인은 늑대와 향신료를 뛰어넘는 소설을 썼다는 평을 들을 수 있을까요?

 

  는 고작 1권 읽고 주절대기엔 속단 개쩌는 헛소리임 ㅅㄱ

 

  하지만 1권을 읽고 2권을 읽을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헛소리로 끝나야 할 소리가 사실이 돼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써봤어요. 작가만의 특색, 그 작가만의 문체나 그 작가가 즐겨 쓰는 내용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싫어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건 취향에 좌지우지되는 이야깁니다. 하세쿠라 이스나의 신작 막달라에서 잠들라가 전작 늑대와 향신료과 거의 비슷한 소설이라면, 늑향에서 보여준 작가의 특색을 매력적이라고 느낀 사람은 막달라에서 잠들라를 살 테지만 그저 그렇다고 느낀 사람은 사지 않겠죠.

 

  그리고 전 하세쿠라 이스나가 나스나, 니시오나, 보르..자..만큼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작품을 쓰는 작가냐고 생각하느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이렇게 끊임없이 늑향과 비슷하다는 부분을 붙잡고 물고 늘어지며 징징대는 이유는 시/발 존/나 똑같아서 그래요. 나오는 인물들 성격 좀 바뀌고 남주와 여주의 공수 관계가 역전됐다고 소설이 달라지는 건 아니란 말입니다. 반전도 뻔해요. 누가 페네시스 동물 귀인 거 모를 줄 알았어요? 베일 안 벗는 거에서 알아차리면 다행이지 전 표지 보고 얘가 동물귀네 했단 말입니다. 늑향 후기에서 다음 권도 동물귀예요! 하고 말해놓곤 그걸 반전으로 써먹다니 양심이 없어도 유분수지..

 

  게다가 성모상에 불순물 섞어서 빼돌리는 거 늑향 에이브 볼란 편에서 볼란이 소금으로 석상 만들어서 밀수하던 복선 재탕이잖아.. 후..

 

  쓰다 보니 화나네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위에서 칭찬한 일상 부분 내에서 전개 잘 녹여댄다 어쩐다도 다른 라노벨들이 악 소리 나게 삐걱거리거나 아예 시도조차 못 하는 거에 비해서 그렇단 거지 참기름 바른 것 마냥 매끄럽진 않거든요?

 

  제가 이토록 징징대는 건 다 늑향이 재미있었고 막달라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걱정과.. 실망과.. 미약한 분노가 풀무가 되어 제 손가락을 불타게 하네요.

 

  게다가 작중에서 연금술사의 비정함에 대해 끊임없이 언급하면서도 쿠스라 자신도, 웰란드도 그다지 냉혈한이란 느낌이 안 듭니다. 설마 일본인 기준으론 충분히 냉정 비정 무정하다는 건 아닐 테고. 좀 더 차가워도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갈등도 세련됨이 덜한 느낌입니다. 좀 뻔하다는 기분. 오리할콘 검 부분은 좀 오글거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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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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