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마흔여덟 번의 고동이 멈출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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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59 Jun 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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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까치우
스포일러 NO
주의사항 감상엔 당연히 본문 내용이 언급될 수밖에 없습니다

Cap 2014-06-06 20-16-17-485.jpg

송성준 글. Naye 삽화. 시드노벨.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와 비슷한 소설이었어요. 소설을 읽을 기분으로 책을 펼쳤는데 영화를 한 편 봤죠. 48고동 이야기 시작해봅시당.



  193쪽에서 기나긴 도입부가 끝납니다. 본편이 시작하기 전까지 전 일찌감치 날아가버린 발목의 고통에 신음하며, 앞으로도 450쪽이나 더 읽어야 한다는 정신 나간 화력의 지뢰에 끔찍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죠. 분노도, 짜증도, 웃음도, 허탈도 무엇도 없는 200여 쪽의 지옥이었어요. 오로지 고통밖에 없더라고요. 아 시/발 이게 지뢰구나.. 하는 생각만 어렴풋이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쪽 이후부터 치솟는 가속도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요.



  48고동은 영화 같은 소설입니다. 갑작스러운 재난과 비현실적인 괴물의 등장, 그에 맞서는 주인공과 사람들의 모습은 재난물이나 괴수물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들이겠죠. 저는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니라, 괴물이나 볼케이노처럼 초점이 조금씩 어긋난 비유밖에 들지 못하겠지마는.


  또한 48고동은 그런 면에서 괜찮은 소설입니다. 적절한 몰입도와 괜찮은 박진감을 선사하죠. 충격적인 반전이나 꿰뚫릴 듯 강렬한 갈등은 없어도 무난하게 즐거운, 덮고 나서 괜찮았다 하고 되뇔 수 있는 그런 글이에요. 라노벨에선 흔치 않은 무거움이 있고(늘 주장하지만 경소설이라고 묵직하지 말란 법은 없단 말이죠), 무엇보다도 인물이 주축이 아닌 서사가― 사건과 이야기가 주축이 되어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라이트노벨은 캐릭터 노벨만 있는 게 아니야 이놈들아!



  하지만 독후감을 쓰기 위해 이것저것 검색해보다 시드노벨이 성인 독자들을 위해 내놨다고 한 걸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조금 더 성장한 독자를 위한 한국 크리처 액션 스릴러.. 글쎄요, 고등학생 정도가 딱 좋은 것 같은데. 유치하다고 싫어할 고딩도 충분히 있을 것 같고 말이죠. 감상평을 검색해봐도 원래 겨냥했을 연령층인 20대 이상의 호평은 그다지 보이지 않아요. 게다가 나이트밥 님이 10점 만점에 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주신 걸 보면 처음부터 고등학생 쪽을, 더 나아가 중학생 층까지 계산에 넣고 광고를 했다면 2쇄에 그치지 않고 3, 4쇄도 충분히 노려볼 법했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나이트밥 님 분석은 정확도가 매우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쉬운 일이에요.


  좋은 부분만을 호평하기엔 턱턱 걸려요. 애매하고, 이도 저도 아닌 부분이 너무 크거든요. 48고동은 딱 둘로 가를 수 있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액션신과 여캐들이 색기 내뿜은 꼴릿신으로요. 전자의 호쾌함과 묵직함, 후자의 유치함과 가벼움은 서로 충돌합니다. 원래는 충돌이 아니라 시너지가 목적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서로가 서로의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바처럼 처음 도입부의 그 작위적이고 유치찬란한 하은, 현진, 지은, 세이의 행동과 대사란.. 진짜.. 특히 세이가 진부한 중2병 악역이 돼버린 데엔 삽화도 큰 공헌을 했다고 봅니다.


  곳곳에서 뭔가와 뭔가가 자꾸 부딪힙니다. 뭔진 모르겠는데 느낌이 그래요. 하은이 센빠이.. 바카. 하고 세이가 현진 군, 현진 군! 이러면서 오덕오덕거리다가 지은이랑 현진은 여성향 로맨스를 찍고 H신이 나오질 않나(수위가 상당히 높던데;) 그렇게 연애 노선을 보여주나 싶더니 쇼핑몰에서 예지은은 버기가 되어버리죠. 동강동강 열매.. 그 후로 계속 이야기가 (진지) 하면 세이가 (크큭..) 하고 쾅쾅 액션신이 나오나 싶으면 과거를 회상하고.. 하은이 훌쩍대고.. 마지막에 윤희가 헉 나 고딩 안 좋아하거든!! 할 때가 클라이맥스죠.. 다만 극에 몰입이 안 될 정도로 삐걱대는 건 아니고 틱틱 부딪히는 게 신경 쓰이는 정도예요. 절정에서 카타르시스가 촥 올라오기엔 부족한 느낌.


  액션신을 비롯한 괴물 부분 자체도 장황한 묘사로 흥을 깨지 않고 굳이 치밀하게 개연성 안 붙잡으며 슥슥 전개한 건 좋은데 감성이 중2 감성이에요. 오글거립니다. 세이는 상처가 있는 청소년보단 비틀린 중2병에 가까운 인물상이고 현진이 싸우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심장이 한 번 덜컹 하면 이치고인 듯 파워업을 하죠. 현실성이나 개연성 안 따지고 가볍게 휙휙 나가는 건 좋았습니다만. 쇼핑몰 묘사나 그 외 작품 곳곳에서 보이는 작가의 치밀한 사전조사와 배경지식 공부의 흔적 같은 호감도가 여가서 오감도로 바뀌어 버립니다.



  일본식으로 전개가 좀 막힌다 싶으면 여캐 옷 벗기거나 머리 날려대면서 자극적! 자극저어어억! 하는 공포재난괴수물이 아닌 제대로 암울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시원한 전개로 팍팍 나가는 글이라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그런가 아쉬운 부분만 자꾸 지적한 글이 돼버렸네요. 결말의 경우 억지스러운 속편 예고라는 비판도 있던데 그런 게 아니더라도 주인공이 결국 계속 살아간다는 결말로는 꽤 좋지 않나 싶습니다. 현진은 끊임없이 시달리며 살아야겠죠. 어중간한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면 실망했을테니 전 이 편이 더 마음에 들어요. 진짜 속편이 나와버리면 할 말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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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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