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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와라 냐루코양 2권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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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09 Jun 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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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아님이
스포일러 NO

예전에 친구가 문학소녀를 빌려준 적이 있습니다.


3년정도 지난 일이군요. 오래 전 일이라서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제 취향하고는 굉장히 맞지 않는 소설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냥 어렴풋하게 이 작가 글 쓰는 스타일이 나랑은 맞지 않는다,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그런데 얼마 전에 이 작가 차기작을 읽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히카루 시리즈하고 여장남자 가정교사물이요. 정말 신기하게도 별로 거슬리지 않더군요. 군데군데 거슬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제가 문학소녀 1권을 읽으면서 느꼈던 거부감만큼은 아닐거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두가지 가설이 있겠죠. 나이를 먹으면서 제가 바뀌었던가, 혹은 작가가 바뀌었던가. 둘 중에 어떤 쪽인지 알아보기 위해 판갤에 물어봤습니다. 님들은 문학소녀 어떻게 보셨음?


여러가지 의견이 나왔습니다만, 그 중에서 유독 특이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냐루코양을 제게 보내주신 모 판갤러분께선 문학소녀를 돈주고 살만한 몇 안되는 라노베라고 평하고, 그 이유로 재미를 떠나서 꼴릿떡칠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섹스어필로 밀어붙이지만 않으면 재미고 뭐고 나머지는 다 필요없나? 그때의 저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하면 저렇게 그릇된 작품관을 가지게 될 수 있는 건지를요.


하지만 어제, 냐루코양 2권을 읽으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런 걸 읽으면 저런 작품관을 가지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겠다고요. 


서론이 조금 길어졌군요. 제목에도 쓰여 있지만, 기어와라 냐루코양 2권 감상입니다.


섹스어필이 정말 강력한 소설입니다. 1권에서는 그냥 히로인이 좀 적극적이라는 느낌이었다면, 2권에선 정말 들이댄다는 느낌이네요. 부담스럽습니다.


이 부담스러움의 대부분은 쿠우코로부터 기인합니다. 1권에서부터 이미 그런 캐릭터라고 밝히기는 했습니다만, 2권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적극성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합니다. 쿠우코의 냐루코에 대한 애정표현은 스킨십이라기 보다는 성추행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방식입니다.


완전히 벗기는 것 보다는 적당히 가려주는 쪽이 더 야시시하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죠. 소설에서의 섹스어필도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적당히 자제를 해 주는 쪽이 읽는 쪽에서도 더 편하고 좋습니다.


섹스어필 말고도 작가가 쓸데없는 묘사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주인공이 냐루코에게 츳코미를 거는 부분입니다. 이걸 굳이 포크로 어디를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이유가 뭐죠? 츳코미가 잔인하게 느껴지는 건 난생 처음입니다.


주인공인 마히로는 두가지 이유로 쓰레기로군요. 첫째, 무능하고 남한테 짜증내는 것 말고는 하는게 없다. 두번째,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한테 폭력을 휘두른다.


이런 부담스러운 섹스어필과 거부감 느껴지는 폭력의 상승효과 덕분에, 냐루코양의 세계는 굉장히 비현실적입니다. 니알랏토텝 성인이 나오고 크투가 성인이 나와도 그 캐릭터들의 행동원리는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고 공감이 되야 하는데, 냐루코양에서는 그게 불가능합니다.


물론 제가 라노베 캐릭터들이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그렇게 뻔뻔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최소한 그 말도 안되는 라노베적 현실성이라도 좀 만족해 줬으면 한다는 거죠. 등장인물들이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아는 것. 외계인이라도 포크로 있는 힘껏 내리찍으면 아프겠다는 것 정도의 공감능력을 주인공에게 주는 것. 이거 그렇게 어려운 거 아니잖아요.


1권에서 언급했던 단점들은 굳이 다시 길게 언급하고 싶지는 않군요. 저는 패러디를 이해하는 건 이미 포기했습니다. 라노베 보면서 패러디때문에 낄낄거린 적은 정말 한번도 없는 것 같은데, 작가분들은 제발 좀 자제해 줬으면 좋겠네요.


2권 감상은 이걸로 끝입니다. 이렇게 다음권이 기대되지 않는 소설은 정말 처음인 것 같네요. 사실 1권을 보고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지만, 시험기간 버프가 크긴 크군요. 이런 추세대로라면 아마 3권을 보는건 다음 학기 중간고사 정도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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