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감상] 반쪽 날개의 종이학과 허세 부리는 니체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 01:43 Feb 24, 2015
  • 1226 views
  • LETTERS

  • By AERO
스포일러 YES

종이학과니체.jpg



'홍보하러 왔습니다' 라는 글을 보고, '홍보하러 왔으면 사야지' 하고 구입했습니다. 덕분에 간만에 서점도 다녀왔죠.


객관을 깔끔히 빼고 주관적인 감상으로 감평의 문을 연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잘 읽었습니다' 하는 겁니다. 뒤로 가면서 점점 즐거웠죠. 이 소설은 얼마나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반쪽 날개의 종이학과 허세 부리는 니체' 의 의미는, 이 바닥 트렌드를 아는 분이라면 빤하겠지만 두 귀요미 주인공들을 상징하는 겁니다. 또한 이 소설이 읽게끔 하는 세 요소, 감성(드라마), 설정(SF, 반전), 파격성 중, 감성을 노리고 있다는 것도 간파 못하신 분은 없으리라 봅니다.

사족으로, 다른 리뷰에서 이 소설이 프롤로그 만으로 내용이 다 예측된다고 했는데, 내용은 이미 홍보 툰에서부터 다 떠벌리고 있지 않나요? 허허. 감성을 노리는 소설 줄거리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다 똑같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책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솔직히 처음 프롤로그는 얼굴을 구기면서 봤습니다.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의 표면 주제는 '자살' 입니다. '자살' 은 무거운 주제로, 왜 주인공이 자살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왜 주인공이 자살하고 싶어졌는가? 에 대한 당위를 설명하고, 주인공에 심리에 동조하게끔 해줘야 합니다.


일반적인 소설의 구조라면 주인공이 앞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기성세대의 이해를 받지 못해 괴로운 모습을 보이며 독자가 주인공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아 이래서 죽으려는 구나' 하고 이해를 하게끔 했겠지만, 이 글은 라노벨이기에 'boy meets girl' 이라는 이 바닥의 절대요소가 그걸 틀어 막았습니다. 그래서 어쨌거나 주인공은 여주인공부터 만나게 되지요. 독자들은 사정은 모르지만 다 접어두고 어찌 되었든 주인공은 요단강을 타고 싶어하는구나 하고 납득해야 합니다. 라노벨스럽다면 라노벨스럽죠.


물론 '뒤로 가면서 즐거웠다' 는 말을 먼저 한 만큼, 뒤에 가면 충분히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즉 초반에는 어떻게든 이 소설이 홍보한데로 굴러가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야기에, 너무 갑작스럽고 개연성이 떨어지게 느껴지는 것이죠. 또 아쉬웠던 점을 한 가지만 더 꼽자면, 여주인공이 이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틀에 박힌 미소녀라는 겁니다. 미소녀는 좋습니다. 포에버죠. 하지만 이제는 클론 전쟁을 찍을 정도로 딱 전형적인 미소녀로 견적이 나오니 처음에는 그다지였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소설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제가 이 소설을 객관적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이 글이 '문장삼이' 를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우기 쉽다는 건 조금 지나치지만, 읽기가 쉬워요. 이건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라이트노벨에서는요. 횡설수설하지 않는 글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요즘은 술술 읽히는 글만 봐도 기분이 좋습니다. 초반에는 다소 어색하지만 후반에는 책장을 놓지 않고 죽 끝까지 읽었습니다.


또 주관적인 이유로는, 제가 주인공의 트라우마와 영광이 뒤섞인 민폐 없는 일탈을 좋아하는데, 이 소설이 그걸 충족시켜 줬다는 겁니다. 뭘 해도 어설픈 귀여운 두 사람의 일탈이자, 희망사항(사실은 행복하고자 했던 마음)을 버킷 리스트라는 장치로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덧붙여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를 꼽자면, 이 소설의 커다란 두 요소가 저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기에 좋았습니다. 저는 유치원 시절 저 혼자 종이접기를 하던 추억이 있습니다. 저를 뺀 남자애들은 모두 운동장 모여 공놀이를 하며 놀았고, 여자애들은 다른 곳에서 소꿉장난을 했죠. 그 가운데 저만 실내에서 선생님과 둘이 종이접기를 하고 놀았습니다. 조금 부끄러울까요?

또 한 가지는, 한고등학교에서 제가 무지 좋아했던 과목이 바로 '윤리' 였습니다. 온갖 철학자들의 사상을 좋다고 달달 외우고, 심지어 수능 1등급을 안겨 준 잊지 못할 과목이죠. 허세 철학순이 예리도 이 때문에 더욱 좋아졌습니다. 책 안에 무언가와 접점을 발견할 수록 독자는 흥미와 친숙함을 느낍니다.

같은 이유로 휴학 전에 하루도 빠짐 없이 만났던 부경사우르스도 글을 읽으며 웃음을 짓게 된 이유입니다. 이 외에도 니체나 공룡, 소심했던 과거 등의 공감요소가 있으신 분이라면 한 번쯤 글을 읽으며 저처럼 웃음을 짓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차 전 즐겁게 읽었습니다. 감평은 감평일 뿐이니 하나의 의견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은 더 좋은 글을 쓰시길 바라고, 또 독자들에게는 좋은 책을 고르는 이정표가 되길 바라는 맘에서 이렇게 자취를 남깁니다. 끝으로 이 소설에 마음에 드는 대사를 하나 꼽겠습니다.


예리: "세상 다 가진 남자처럼 나왔어."


이건 글을 읽지 않으면 왜 좋은 대사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대사가 너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Writer

AERO

AERO

짱돌을 맞아야 작가가 큰다.

comment (1)

란피스
란피스 15.02.25. 01:57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도 즐겁게 읽어주셨다니 기쁘네요! 부족한 점은 메꿔서 더 정진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ㅠㅠ

사실 저도 미소녀로는 만들고 싶지 않았고, 정말 흔한 여중생 얼굴로 만들고 싶었는데...이런저런 사정이 겹치다보니까 저렇게 되어버렸네요 ㅠㅠ 스스로도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그나저나 고생물학 관련하여 공부하고 계신 모양이네요? ㅋㅋ공룡을 매일 보신다니.... 종이학, 철학, 공룡 모두 접점이 있으신 분은 독자중에서는또 드물거 같네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9'이하의 숫자)
of 9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