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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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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56 Nov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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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까치우
스포일러 YES
주의사항 미리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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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교쿠 이즈키, 역자 문기업, 출판 길찾기

 

 

가든 로스트는 네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연작입니다. 고등학교 방송부원인 네 명의 여자 수험생이 각각 단편의 화자를 맡아요. 성격은 모두 달라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네 명 모두 성격에 한 군데씩 결함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네 명 모두 나름의 고민을, 갈등을 품고 있는데요. 소―녀들이 이걸 헤쳐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라이트 노벨이 문학 코스프레 할 때 가장 잘 써먹는 세 낱말. 청소년, 갈등, 성장. 이거 참.. 벌써 소설 다 읽은 기분 아닙니까?

십 대는 불안정, 미완성 속성으로 많이 쓰이는 상징입니다. 주로 성장과 결부하여 사용하고 이 소설 또한 그렇죠. 이십 대라고, 삼십 대라고, 칠십 대라고 완성되어있거나 안정적이진 않습니다만 여하간 이미지가 그러하더군요. 쓰기 손쉽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힘없는 나이대이기에, 작가 본인이 십 대가 아니기에 거리를 둘 수 있음이 제일 큰 이유 아닐까 싶네요. 언제나 자기 이야기가 어려운 법이죠. 십 대가 쓴 십 대 성장소설 읽으신 적 있으십니까? 어른들이란.. ..하여튼 이야기가 샜는데, 소설 이야기를 하도록 합시다.

 

에카는 부탁만 하면 모두 들어주는 착한 성격입니다. 다정하며 늘 타인을 감싸고 배려해주죠. 하지만 이는 에카가 성인군자라 그런 것이 아니고 타인이 본인을 필요로 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위선자이기 때문입니다. 미움받고 싶지 않기에 옳은 말이나 필요한 말이 아닌 감언과 위로만 쏟아내는, 속칭 좋은 말 머신인 셈입니다. 본인도 이에 대한 자각하고 있어요. 이러한 위선이 에카쟝의 고민이죠.

마루는 애정결핍이라고 하나요, 관종입니다. 따땃한 관심과 사람의 온기를 갈구하기에 외롭고 싸늘한 밤을 함께 해 줄 사람만 있다면 누구든 상관치 않습니다. 생계활동에 급급한 이혼남인 아빠만 빼고요. 늘 자기를 소중히 여기고 예뻐해 줬으면 하지만 그렇다고 내면을 건드리면 싫어합니다. 본인이 싸구려 인간임을 깨닫게 되잖아요. 그래서 진심으로 다가오는 사람에게서는 도망칩니다. 작중에선 이를 마루가 키스를 싫어한다는 점으로 상징하는데요. 제비 격언인가 뭔가 중에 아래는 일, 중간은 몸, 위는 마음이라나 하는 다소 천박한 표현이 있다던데 통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다 싶군요. 하지만 이래서야 현상유지에 급급할 뿐, 결핍된 애정이 충족되진 않습니다. 이러한 관종의 딜레마가 마루쟝의 고민입니다.

오즈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괴로워하는 사람입니다. 꿈은 큰데 현실의 본인은 조악하기에 마음에 차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사에 한 걸음 물러나 붕 뜬 채로 지냅니다. 정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인생에 대한 욕망은 있지만, 그래야 할 주체인 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기에 연극으로 욕구를 해소할 뿐입니다. 반면 옆집 사는 에이 오빠는 밴드의 베이스 보컬입니다. 자신감을 지니고 오즈가 꿈꾸듯 정열적이고 생동감 넘치게 인생을 살아갑니다. 부러워하죠.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마음에 안 드는 ‘나’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러한 갈등이 오즈쟝의 고민입니다.

시바는 시발년입니다. 학력 강박증이 있는 모친에게 낳음당한 시바는 어머니의 대리만족을 위해 중압감 속에서 수험생 생활을 이어나갑니다. 스트레스 탓에 성격이 몹시 예민한 시바는 타인의 그릇됨을 빌미 삼아 극딜을 넣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씨발련.. 혐성 그 자체인 시바는 매사가 짜증입니다. 방송부 친구들의 모순도 짜증을 참지 못하고 날카롭게 지적하곤 하죠. 정말 싫다고요. 시바의 이런 극딜은 방송부 친구들이 본인의 문제를 직시하는 계기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바 또한 모순을 안고 있긴 마찬가지예요. 노답인생인 시바가 잠시나마 행복을 맛볼 수 있는 건 방송부에 있을 때뿐이거든요. 위선적이건 뭐건 친구들은 시바쟝을 따뜻하게 대해줍니다. 시바는 여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마음에 안 드는 군상이지만 떠날 수가 없는 거죠. 이는 가든 로스트라는 작품 제목이 뜻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소설은 네 명이 각각의 고민과 갈등을 직시하며 마무리 짓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작중에서도 나오듯 문제의 해결을 원하는 대부분 사람은 문제의 해결법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문제의 해결이 문제보다 더 고통스럽기에 해결을 못 하고, 견디고, 미뤄둘 뿐이죠. 가든 로스트의 좋은 점은 이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단 점입니다. 많은 일본식 성장물과 성장부가 그렇듯 ‘지금은 우선 할 수 있는 일을 힘껏 할 수밖에 없어~’ 라거나, 문제와 갈등을 상징화했을 뿐인 적을 박살 내고 ~이렇게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면서 슬쩍 넘기지 않습니다. 역내청처럼 교묘하게 문제의 본질을 바꿔버리지도 않고요. 단지 어중간하게 문제와 타협합니다. 소설은 ‘어쩌겠어’와 ‘그래도’를 이야기합니다. 외면했던 문제가 삶 앞으로 튀어나올 때마다 조금씩 타협하며 살아가는 겁니다. 불완전연소인 셈이지만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할 바엔 이편이 더 낫지요. 그런데 왜 재미는 없을까?

 

줄거리는 대략 정리가 끝났으니 이제 참 재미없었다를 쓸 차례군요. 가든 로스트는 철두철미한 성장물입니다. 애자같은 졷이트 졷벨계라지만 성장물만큼은 킹킹킹킹 킹킹킹킹킹 킹킹이라든지.. 손에 꼽을 정도로는 갓―작품이 있고 이는 라이트 노벨 중에선 비교적 성장물이 갓―작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기도 할 테지만.. 하여튼 어째서 가든 로스트는 재미가 없을까요?

상술했듯 소설은 철저하게 성장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반쪽 달처럼 보이밋걸을 끼워넣지도, 크레이지 시리즈처럼 향수를 끼워넣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보이밋걸과 향수 빼면 가든 로스트가 저 둘보다 낫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래요. 인물이 나오고, 갈등하고, 한 발 더 나아가는 과정이 전부입니다. 소설은 이를 네 번 반복하는 내내 어떠한 불순물도 첨가하지 않습니다. 등장 인물 간 관계가 삐걱거리는 과정을 불안하게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사건이 위기로 치닫고, 고조되고, 해결하는 과정에 초점을 돌릴 수도 있었을 거고요. 사랑을 느끼며 설레하는 묘사도 가능했을 테죠. 그러나 어느 것도 그러지 않습니다. 부연할 뿐입니다. 오로지 네 명의 인물, 품은 문제, 그로 인한 갈등, 한 발 더 나아가는 결말에 집중합니다. 화자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채 소설 내내 이를 유지하죠. 소설은 독자가 화자에게 이입해 같이 아파하고 성장하도록 하는 데에 전력을 다하며, 따라서 이의 성공 정도에 따라 소설의 재미가 결정되는 셈입니다.

인물의 갈등이 인물의 것으로 그쳤을 뿐 이입이 어렵다는 것. 이 점이 재미없는 이유의 핵심 아닐까 싶습니다.

 

왜 어려운지를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문제는 상황이 따라가지 못하는 감정선에 있습니다. 감정선이 높이 치솟을수록, 복잡하게 꼬일수록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상황 정보를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 가든 로스트의 경우 보여준 상황에 비해 감정이 과도합니다.

은영전 키르히아이스를 예로 들어보죠.. 왜 은영전이냐면 제가 요즘 은영전 재독 중이라 그렇다.. 은영전에서 키르히아이스가 몸에 바람구멍이 나서 죽는 장면은 그럭저럭 괜찮은 부분입니다. 키르히아이스의 죽음에 슬퍼하는 라인하르트를 연출하기 위해 은영전은 다음과 같은 준비를 합니다. 주군을 죽이며 암살을 맹세하는 안스바흐 준장을 서술해 위험을 알리고, 키르히아이스와 라인하르트의 말다툼하는 장면을 서술해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오베르슈타인의 건의로 키르히아이스가 총기 소지를 금지당하며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이 후 안스바흐 준장의 암살 시도를 막으며 키르히아이스가 쓰러지고, 안스바흐 준장의 비장함, 충정, 암살 실패의 안타까움, 키르히아이스의 우정 등으로 증폭한 감정을 라인하르트의 슬픔으로 몰아갑니다. 미리 조금씩 감정선을 높여가는 한편 특정 인물이 특정 감정을 느끼는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기에, 독자는 라인하르트의 심정에 공감하며 이건 정말 슬프다! 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은영전 또한 소설 전반에 걸친 결점인 어설픔 때문에 분위기가 깨진다는 문제가 있긴 한데. 어쨌건.

가든 로스트는 이러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봅니다. 처음부터 한껏 감정이 고조된 여고생의 시점으로 전개되고,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반응이 널을 뜁니다. 감정선을 조금씩 높이지 않고 높은 채로 전개하기에 독자가 소설(화자)에 녹아들 시간이 없습니다. 시바 편이 특히 그렇죠. 물론 이 또한 방법의 하나이긴 합니다. 무조건 나쁜 것은 없죠. 다만 이를 받쳐 줄 상황 설명 역시 부족하기에 그렇습니다. 상황 서술 후 심리 서술로 이어지는 과정에 연결고리가 없다,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를 행간에 묻은 채 넘어가고, 이 때문에 주어진 재료로 결과를 도출하는 작업을 독자가 직접 하게 되고, 독자는 아 얘가 이래서 이러는구나! 하고 의문을 해결해 ‘그렇구나’에 도달할 뿐 화자에 이입하지 않습니다. 몇몇 개별적 사건에서, 본인 경험과 비교해 일치하는 부분에서 산발적인 공감에 그치고 말죠. 〈몇몇 공감하는 부분은 있는데, 썩 재미있진 않았다〉는 감상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인칭의 차이, 단일 주인공과 군상극의 차이가 있으므로 은영전처럼 장면을 바꿔 가는 방법은 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었을 겁니다. 감정선을 통제하면서 언뜻언뜻 문장 하나씩 끼워 넣어 불안감을 조성한다든가, 아니면 문제를 깨닫고 갈등을 해결하는 정석으로 간다든가.

네 편의 단편 중 마루와 오즈 편은 지적했던 결점이 비교적 덜한 편입니다. 마루 편을 예로 들자면 이혼사유가 애정결핍으로, 애정결핍이 문어발 연애질로, 편지와 애정결핍이 에카와의 관계로, 방송부로, 준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어느 정도 화자에 이입이 됩니다. 다만 마루 편은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넣은 타카라 무지개 기억론이 작위적이기에 분위기 다 깨고, 오즈 편은 별다른 굴곡이 없고 감동도 담담하기에 재미의 한계가 있습니다. 시바 편이 특히 노답이고 에카 편은 결말부에서 복잡하게 꼬인 감정선을 분위기 깨지 않게 짤막하게 정리하려다 모호하게 끝나버린 부분이 특히 결점 아닐까 싶습니다.

아쉬웠던 점을 정리하고 독후감을 끝내는 각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연계였습니다. 어차피 연작으로 쓸 소설이었다면 각각의 단편을 좀 더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는 없었는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작중의 네 단편은 춘하추동의 순서로 이어지고 앞 편의 정보가 뒤편에서도 짤막하게 활용됩니다. 이를 더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앞 편의 내용이 다음 편에 영향을 끼치면서요. 화자에 초점을 맞춘 채 감정 서술에 집중하는 것보단 서사에 집중하는 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사건이건, 각각의 개별 사건이건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에 힘을 실으며 이에 엮어서 각 화자의 갈등과 감정을 보여줬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리하자면 일 년에 걸쳐 네 편의 단편이 이야기 면에서 유기적으로 얽히며 각 화자의 변화를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은 쉽지~ 가 되겠네요.

 

독후감 쓰다 보니 오쿠다 히데오의 Girl이란 소설이 생각나더군요. Girl은 30대 여성을 다룬 단편집인데요. 재미는 몰라도 공감은 그럭저럭 잘 되었던 소설로 기억합니다. 이입이나 공감에 관해 본작과 함께 이런저런 생각해볼 거리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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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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