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전생] 무직전생 레전즈
Write- 18:57 Aug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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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TERS
- By SH
스포일러 | 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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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미리 밝혀두는 바인데, 나는 라노벨 버전이 아닌 웹연재 번역 버전으로 무직전생을 3장까지 읽었다. 듣기로는 라노벨 버전에서는 프롤로그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 수정이 되었다고 한다. 로X 딸딸이 말이다. 또 분명히 밝혀두는 바인데, 웹연재 버전에서 내가 읽은 이 부분은 이 소설의 평가 자체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내가 라노벨 버전으로 다시 리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나에게 그 권당 좆같은 4500원을 보내주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솔직히 판갤에서 걸레처럼 돌아다닌 프롤로그 캡쳐짤을 보며 입이 헐도록 한 얘기긴 하지만, 주인공은 훈모다. 아니 어쩌면 야옹이일지도. PC조립을 인생 최대 업적으로 여긴다는 점이 '커브드 모니터 그 새끼'가 생각나게 할 뿐이다. 하지만 일단 이하 훈모라고 칭하도록 하겠다. 훈모도 뭐... PC에 대한 자부심은 야옹이 못지 않으니까. 비주얼 스튜디오는 디자인 툴이다!!
결국 무직전생은 훈모가 트럭에 치인 뒤 전생하여 광명을 찾는 이야기이다. 뭐 별 게 있겠는가? 판갤에서 무직전생의 왜곡된 캡처만 본 사람들은 오해 할 수 있겠지만, 무직전생은 그렇게 역겨움으로 가득한 이야기가 아니다. 무직전생은 지루한 이야기다. 존나게 지루함으로 가득한 올드스쿨? 이세계 이야기.
그런데 오해는 하지 마시라. 예방접종을 받은 인간이라는 가정 하에 지루한 이야기라는 소리다. 무슨 종류의 예방접종? '무직전생 레전즈.jpg' 라는 이름의 예방접종. 아마 저런 종류의 캡쳐들은 전부 1장에서 나온 것 같은데. 사실 소설 자체가 초반에 역겨움 정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가는 흐름이기는 하다. 당연하지. 훈모가, 훈모가 아닌 것으로 세탁되는 이야기니까. 아니 뭐 세탁 과정에서 구정물 빠져나오는 것도 존나 좆같기는 한데, (마치 훈모가 갤에 여친과 찍은 사진을 올리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세탁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아무튼, 지루하다. 설정딸이, 존나, 존나, 존나게 많다. 대체 이런 판타지를 얼마 만에 읽어보는 건지. 다행인 점? 그것은 아마 작가도 자기가 설정을 푸는 게 얼마나 지루한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불행인 점? 그 지루함을 깨보겠다고 나오는 것이 요즘 급식충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유치한 섹드립이라는 점이다.
소설의 구조는 대략 이러하다.
-존나 지루한 설정풀이
-누구 빨통이 크다
-일러스트에 대한 무한한 믿음으로 쓰여진 성의 없는 히로인 묘사
-누구 팬티 보고 싶다
-다시 지루한 설정풀이
대충 이런 느낌. 나는 지금 급식 시절이 떠오른다. 분위기 조금 싸해지면 그걸 좀 깨보겠다고 섹스섹스보지보지 거리던 한 아이의 얼굴…… 잘 모르겠다고? 나도 몰랐다면 참 좋았으련만. 작가는 유쾌한 척을 하려고 참 노력한다. 다들 급식 시절 유쾌한 척 몸을 비틀어대는 씹덕 돼지 한 명쯤 추억 속에 품고 있지 않을까? 그런 느낌……
생각해보니 그건 나였나? 대충 넘어가자. 리뷰 하다가 자해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도 3장이나 읽었는데 설정딸만 치고 앉아 있지는 않겠지. 찔끔찔끔 스토리는 나아간다. 갈등이 생기고, 훈모는- 노력한다. 이세계에 와서 최선을 다한다! 근데 뭐냐, 주인공이 그런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마저도, 많이 훈모 같다. 사회부적응자 같다고 그냥.
애비한테 훈계하는 장면은 캡쳐로 많이 봤을 테니까 됐고, 이런 전개가 한 번 나온다. 양아치를 고용해서 히로인을 납치하게 한 다음 내가 구해줘서 호감을 얻어야지~
아…… 뭐 판타지에 이런 식으로 좆집 구하겠다는 망상이 한 두 번 나오는 게 아니지만, 그걸 왜 이 새끼가 직접 진두지휘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건 훈모의 암흑판갤조종계획보다도 더 끔찍하다……
(치밀한 계획을 짜는 루디우스의 상상도)
적어도 주인공이 쿨찐이 아니라는 점 하나는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요즘’ 판타지에 나오는, 사람을 처음 죽여보고서도 입 슥 닦고 갈길 가는 쿨찐이 아니라, 울며 불며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빌어대는…… 이 녀석은 진짜 리얼한 찐따다. 작가가 얼마나 몰입해서 썼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극한의 리얼리즘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작가의 면상마저도 생생히 떠오르게 해 주는.
결론을 내리자면? 3장까지 읽어본 결과 의외로 무직전생은 핵폐기물 같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기 보다는 좀…… 특이한 생선이라고나 할까? 먹기 위해서는 이것 저것 발라낼 부위가 많지만, 어쨌든 식용이란 판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내용은 더 나아질 지도 모르고?
다만, 그런 거다. 이 생선의 뼈와 내장을 발라내고 남는 단어는 ‘굳이?’ 뿐이다. 왜 굳이 이걸? 1억받기 챌린지 같은 건가? 당신은 인터넷이 끊긴 독방에서 무직전생 전권만 가지고 30일을 버텨야 합니다…… 그런 건가? 그런 거라면 당연히 나도 하겠지만, 아니잖아. 왜 하필 이거야? 여러분 폰 없어요? 다른 즐길 뭔가가 없어?
아니면 도루묵 같은 건가? 극한의 상황에서 먹었던 생선 하나가 그토록 기억에 남아 아직도 그들을 괴롭히는 것일까? (물론 도루묵은 무직전생에 비해 맛도 좋고 먹을 부위도 풍부한 생선입니다.)
그래도, 훈련된 인간, 의지를 다진 인간은 분명 이 소설을 읽을 수 있다. 개밥 한두 번 먹는다고 죽기야 하겠는가? 정말 큰 호기심이 있다면 역겨움을 꾹 참고, 내가 보지 못한 저 너머까지 가 주기를 바란다. 진짜 보석 같은 뭔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다른 읽을 거리가 많은 사람들, 누렁이의 것은 누렁이에게!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굳이? 도서관 가기 귀찮다고 이런 거 잡고 있던 내가 레전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