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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하고 소심한 로맨티스트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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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밤에 있었던 소란은 결국 뒤늦게 경찰들과 같이 온 영웅들이 난장판이 된 현장에서 신가인을 무사히 구조하며 끝났다.

신가인 납치 시도를 포함한 대부분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관련된 영웅들은 전부 구속되었으며, 그 전까지 보험가입자수 1위를 자랑하던 트와일라이트 보험그룹은 이 여파를 감당하지 못한 채 말 그대로 해체되고 말았다.

 참고로 이 계획에 가담한 영웅 중 대부분이 서류와 달리 실제로는 초인 능력이 없거나 매우 낮은 등급의 초인력을 지니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연하게도, 이들의 거대한 음모를 밝혀내고 막은 라이징스타, 신가인의 주가는 더욱 상승했다. 그녀의 보험을 들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지만, 라이징스타는 오히려 당분간 몸조리를 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가입자를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덕분에 트와일라이트 보험그룹이라는 거대한 세력과, 떠오르는 별이었던 라이징스타마저 사라진 영웅보험업계는 말 그대로의 혼란에 빠져들었고, 실적보다는 실력 위주의 재평가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 조직은 어떻게 되었냐고?

 말하지 않아도 뻔하지.

 여전하다.

 연구소에서는 연이은 폭발 때문에 검댕이가 가득 묻은 얼굴로 돌아다니는 망할 꼬맹이가 있고, 총 한 자루로 자랑을 한 시간이나 해대는 누님도 있다. 이상하게 말하는 비싼 몸값의 인공지능 컴퓨터 역시 물론이다.

 이번 작전으로 금고 안의 금괴는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이것도 내 사랑을 이루기 위한 거라면 싼 가격이지.

 아직도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느냐고?

 뭐, 처음에는 진심으로 떠나보낼 생각도 했었지만, 같이 이런저런 일을 겪고 나니까 오히려 포기할 수 없게 되었다고나 할까. 오히려 집착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렇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악당이고 그녀는 영웅이긴 하지만,

 달리 보자면 나는 아직 소년이고 그녀는 소녀인 셈이니까.


****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문을 열었다.

 "저기…."

 문 밖에는 모자를 쓴 신가인이 서 있었다.

 양 손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무장갑을 끼고 있는 상태다.

 "시간 있으면 싱크대 청소법 좀 가르쳐 주실래요? 아무리 힘을 써도 잘 안 닦이네요. 에헤헤."

 나는 그녀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신가인.

 방을 어지르기나 하고, 울보에다가, 심심하면 중요한 걸 잊어버리고. 영웅이라는 이유로 홀로 전국을 떠돌던 바보다.

 누구보다 뛰어난 영웅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기 또래의 평범한 소녀들처럼 겁에 질리고 마는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한 녀석이었다.

 뭐, 한 눈에 반한 이상, 그런 사소한 결점은 내게 있어 아무 문제가 안 되지.

 게다가 할 때는 하고 마는 녀석이니까.

 "걱정할 거 없어!"

 나는 그녀를 향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

 "내 이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 놓은 게 있거든!"

 "정말요?"

 "그럼~! 이거라면 외계인 비둘기가 싸질러놓은 외계 새똥조차도 말끔히 닦일 정도라니까?"

 "와~그거 정말 끝내주네요!"

 "내가 아는 꼬맹이, 아니 박사가 만든 건데, 뭔가 부작용이 심하게 걱정되긴 하지만……일단은 한 번 믿어보자고!"

 뭐, 그런 어마어마한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사랑의 진전은 보다시피 아직까지는 한심한 수준이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사악하지만 소심한 로맨티스트니까.


 "어라, 그런데 제 몸에 있는 이 붉은색 점들은 뭐죠?"

 "붉은색 점?! 레…레이저 포인트야! 평범한 레이저 포인트! 그래! 문방구에서 파는 거! 버튼 누르면 레이저가 나가거든? 요즘 초등학교에서 대인기라더라! 초딩들이란!"

 "초등학생이 이런 곳까지 올 이유가…."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가기나 해! 누가 얼굴 알아볼라!"

 "꺄악~!"

 그녀를 억지로 집 안에 밀어 넣은 나는, 반대쪽 건물 옥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홍미나와 저격수들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거 아무래도….

 내 사랑은, 앞으로 좀 더 힘들어질 모양이다.

 

 (끝)










가람해무입니다!
이야~드디어 '사악하고 소심한 로맨티스트' 도 완결이군요!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글의 스피디함이었습니다. 과장될 정도로 대사가 많은, 빠른 템포의 개그물을 써 보고 싶었는데요. 아무래도 첫 시도였다 보니 문장 자체에서는 아쉬움이 듭니다만, 개그 자체는 여러 시도를 해봐서 좋았네요. 개인적으로 정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신가인과 홍미나와의 전투 개그 부분이었죠.

지금까지 '사악하고 소심한 로맨티스트'를 봐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특히 댓글을 달아주신 미카엘대공님, 마리님, 하루카나님에게 특별히 감사를....

다음에는 다른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comment (4)

마리
마리 12.12.03. 22:55
잘 봤습니다~ 재밌었어요. 다음 작품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cloud.9
cloud.9 12.12.04. 22:46
잘 봤습니다 간만에 들어왔더니 완결이네요
cloud.9
cloud.9 12.12.04. 22:49
간단하게 감평을 좀 하자면 전투파트나 개그파트는 좋은데 연애파트가 좀 아쉽네요.
미카엘대공 12.12.08. 12:13

지금까지 읽은 한국 라이트노벨 중에서 제일 재밌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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