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이정표

#6. 후일담ㅡ 3월의 끝, 에서 조금 전. “자아, 모두 자리에 앉아라. 조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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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51 May 0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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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호성軍

며칠 후, 아침 조례시간.

현상은 늘어지도록 하품을 하고는 아직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지 않아서 혼란한 교실을 둘러보았다. 슬슬 새 학기의 첫 달이 지나가서인지 들뜬 마음도 가라앉을 때가 되었건만, 오히려 애들끼리 더더욱 친해져서인지 교실 안은 난장판에 가까웠다. 이것들은 아침부터 기운이 넘쳐흐르는구먼. 아침잠도 없나.

그러다 현상의 눈동자가 반 구석에 있는 빈자리에 멈춰 섰다. 그 빈자리만 소란스러운 교실의 분위기에서 혼자 동떨어져있는 느낌이기에, 현상은 약간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세영은 그런 현상의 시선을 따라가다 빈자리를 발견하고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현상을 바라보았다.

뭐, 잘 됐으니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그러나 현상은 곧 그런 우울한 마음을 지워버렸다. 뭐 잘 살겠지. 언젠가 연락 할 테고. 오히려 어떤 의미로는 잘 됐다. 이제는 그 성격에 귀찮게 휘둘릴 일도 없고, 억지에 따라주지 않아도 되겠지. 앓던 이가 빠진 느낌이다. 아이고 좋아라. 현상은 이제는 역으로 즐거운 마음에 들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렵, 담임선생님이 앞문을 열고는 자리로 들어왔다.

“자아, 모두 자리에 앉아라. 조회 시작하자.”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세평고교 2학년 3반의 전원은 자리에 앉았다. 물론 자리에 앉았다는 거지 조용하다는 뜻은 아니다. 혈기왕성한 고등학생은 선생님의, 일갈도 아닌 부드러운 말에 기가 꺾이지 않는다. 벌써 40년 이상을 교직에서 종사한, 명예퇴직 직전의 늙은 선생님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굳이 정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방법이 없는 건 둘째 치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필요성도 방법도 있었다.

“그게, 오늘 전학생……. 이랄까가 왔다. 뭐, 전학생이라고 해야 하려나, 귀환생이라고 해야 하려나. 전학 가기로 되어있던 학생인데, 잠깐 더 머물기로 한 모양인데.”

학생들의 동요. 그게 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선생님은 나이와는 안 어울리는 어깨 으쓱 제스쳐로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 대답에, 현상은 완벽하게 굳어버렸다. 뒷자리에 앉은 세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들어왔다.

화사한 걸음. 평범한 춘추용 교복이 마치 몸에 잘 맞춘 잘 만든 드레스 같이 느껴지게 하는 슬림하고 어딘가 여린 선의 몸. 허리 정도까지 오는 희귀한 은발의 트윈테일. 붉은색 눈동자는 타오르는 듯이 빛나고 있었고, 매끄러운 입술은 아름다운 투명한 레드와인의 빛깔을 띠고 있었다. 어디에 내놔도 자신감이 있을듯한 외모와, 약간 긴장한 듯한, 그러면서도 뭔가를 기대하는듯한 표정은 정말 반칙이었다.

즉, 무지막지한 미소녀였다. 약간 여린 선의, 남성의 보호욕구와 부성본능을 자극하는.

<SYSTEM>: 2학년 3반 남학생들은(는) 혼란에 빠졌다!

<SYSTEM>: 2학년 3반 남학생들은(는) 전학생에게 매료되었다!

<SYSTEM>: 2학년 3반 남학생들의 망상력이 100 증가되었다!

“아, 아, 아아아!”

현상과 세영은 자리에서 튀어나가듯 일어나 약속이라도 한 듯 손가락질을 하며 외쳤다.

““유이 니가 여기 왜 있어!””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잠깐만, 그러고 보니 유이 니가 여기 왜 있어?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어? 그 어디냐……. 로.”

“우와, 오랜만이다! 잘 있었어? 잠깐, 그 모르겠다는 눈빛은 뭐야?”

“나, 나에게도 희망은 있었어!”

그렇게 외치며 우후죽순으로 일어나는 반 학생들. 선생님의 제제로 겨우 소란은 진정, 될 리가 없이 모두가 떠들고 왁자지껄하지만 천천히 자리에 앉는 사이, 유이는 머리를 문지르며 쑥스럽다는 듯 말했다.

“아니, 그게, 좀 정리할게 있다고 했더니 보내줘서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오냐…….”

푹, 하고 고개를 숙이는 현상. 방금 전까지 들뜬 마음? 그게 뭡니까? 분명 돌아온 유이의 모습에 기뻐해야 맞겠지만, 현상은 예상치 못한 사태에 완벽하게 얼어버렸다. 그리고 유이는 단지 빙긋 웃으며, 조용히, 하지만 반 전원에게 들리도록 확실하게 말했다.

“근데, 대답은?”

“어, 으헝?”

단숨에 얼굴이 새빨개지며 완전 정지하는 현상. 그리고 그 말에, 반 전원이 다시 벌떡 일어나며 괴성과 탄성이 섞인 복잡 미묘한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그 소란 사이에서, 세영은 책상 위에 감히 발을 올리며 외쳤다.

“너! 다음번에 오면 다리를 붙잡고 빌게 해주겠다고 했지!”

끓어오르는 분노. 그 분노가 넘쳐흐르는 세영의 말에 모두는 조용히 세영과 유이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나 유이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세영의 시선을 외면하고는 귀를 후볐다. 빠직, 하고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모두에게 들렸다.

“좋다! 오늘 승부를 가리자! 덤벼 이것아! 이번에야말로 울고불고 짜게 만들어 줄 테다!”

“에이ㅡ, 뭘 흥분하고 그래? 그보다 저ㅡ 유학생이라ㅡ 한국말ㅡ 몰라요ㅡ”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당장이라도 유이를 향해 달려들려는 세영과, 그런 세영을 말리는 반 친구들과, 양손을 들어 올리고는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쳐를 취하면서 묘하게 미소 짓는 유이를 보면서, 현상은 그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3월은 아직은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ㅡ‘세평고교 문학창작부! 3월호(창간호) - 본격 판타스틱 매지컬 소녀 액션 전투기’ 完.

Writer

호성軍

호성軍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친구 우리들의 친구 게으른 호성軍입니다.

comment (9)

cloud.9
cloud.9 11.11.02. 13:15

재미있게 잘 봤어요. 지난 5월 제 100일휴가의 마지막을 불태운 소설인데 시간여건상 감상평 하나 못 달고 들어갔네요. 지금에서라도 이런 재미있는 글을 읽게 된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호성軍
호성軍 작성자 cloud.9 12.01.22. 02:11

몇달이 지나서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신데다 이런 후한 평가라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더 나은 글로 다시 뵙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Magus 12.08.03. 01:30

흐아아으으아아으 여기에는 여왕님은 안올리시나 보네요 ㅋ 호성군님이 기분 나쁘시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저한테는 무난한 글이다 라는 느낌이에요 ㅎㅎ 문장력이나 작품구성은 좋은편인데... 아쉬운점이 리얼리티가 약간 부족한것 같네요 ㅋㅋ

호성軍
호성軍 작성자 Magus 12.08.03. 01:36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으... 처녀작을 보이니 부끄럽군여... 리얼리티야 판톼지니까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좀 억지가 강하죠? 그리고 무난함은 이때부터의 고질병(...) 여왕님은 언젠간 경회에 올리고 싶지만 사실 앞부분이 단편 연작이라 올려도 되는지를 몰라서(...) 조금이라도 재미지게 읽으셨다면 좋겠네요!

Magus 12.08.04. 00:49

음 저는 2008년 정도인가? 조아라에서 세평고교를 처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여기있는것은 왠지 짧아진듯한 느낌이지만... 음... 호성군님 그래도 조아라 라이트 노벨란에서는 탑 5명에 드는 구성력과 문장력을 가지고 계시다고 생각해요...

요새 호성군님의 사기꾼과 여왕님을 보면서 아쉬운 점은 어쩔 때는 글에는 군더더기가 많아 보일때가 많아요. 제 말은 글을 쓰실때 ... 음... 일상생활속에서 주인공의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행동들... 까지도 하나하나 묘사되는 느낌... 이 듭니다. 내 여귀같은 작품을 보면 아주 군더더기 없이 일상생활을 적당한 속도로 전개하고 간결한 상황 설명을 하고 있죠. 기승전결을 인체에 비교한다면 기승 부분은 약간  배에 군살이 나온다는 느낌입니다.

 반대로 호성님은 대결구조로 가는 장면에서 부터는 글의 호흡이 점점 빨라서 가빠진다는 느낌이 드네요.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스즈미야 하루히, 이야기 시리즈, 듀라라라, 금서목록 소드아트 온라인 등의 좋은 작품들은, 대결 구도에서 5~10장 정도 독자가 긴장할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서서히 클라이 막스에 오르는 것에 비해... 호성님의 글들은 독자들이 천천히 긴장하며 클라이막스를 즐기도 전에 사건이 해결된다는 느낌이 있네요 ㅎㅎ

주인공이 제 취향이 아니라는것은 물론 저의 주관적인 평가니까 별로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ㅋ 몇몇 인물들은 정말 제 취향입니다ㅋ 그리고 정말로 마음에 드는것은 사기꾼의 여러 등장인물들이 요새 라이트 소설의 정석처럼 캐릭터 성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실제 인간삶을 보는 듯히 보기 힘든 다른면... 영어로 하면 multi dimensional(다면성) 이 존재한다는 느낌이네요ㅎㅎ 우리나라 프로 라노벨 작가님들도 다면성을 가진 캐릭터들을 잘 표현해주시지 못하거든요... 필력의 부족인지, 아니면 캐릭터성을 강조한 모에 마케팅인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문창과도 아니고 국어관련과도 아니고... 외국에서 경영학과 수리 통계학을 공부하면서 소설만 많이 읽어대는 불초한 독자가 작가님을 평가한다는 점에서는 너그럽게 바라주시길 부탁드리고...

무지한 독자지만  글에 대해서는 괜히 까다로워서 좋은 말만 쓰지 못하는 점 정말 죄송합니다 ㅋ 언젠가 호성군님이 책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글을 출판하셔서 제 지갑을 열어주시면 좋겠네요 ㅋ

호성軍
호성軍 작성자 Magus 12.08.05. 21:19

으헉... 이런 장문의 좋은 말씀이라니... 부끄럽습니다(...) 지적해주신 단점 신경 쓰고 장점은 갈고 닦아 만족하실 글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achazeh 12.09.23. 20:50

역시 호성갑느님에겐 리플이라도 있구나. 프로필 이미지 크기 좀 줄여, 요. 니 닉 밀려써짐, 안정되지가 않아, 요

Machazeh 12.09.23. 20:50

아 씁... 오그라드네. 요자 붙일려니까 디시가 역시 짱인가 

Machazeh 12.09.23. 20:50

아 씁... 오그라드네. 요자 붙일려니까 디시가 역시 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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