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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 부서진 세계의 미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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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31 May 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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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넨린짱
협업 참여 동의

교실에는 연필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가 가득했다. 깨진 창문과 부서진 책상. 교실로서의 기능은 이미 없었다. 그 가운데 한 남학생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또 그런 쓸모 없는 것에 시간을 쏟는거에요?”

 

멈칫. 바쁘게 움직이던 손놀림이 멎었다. 부서진 문가에 한 여학생이 서있었다. 남학생은 멋쩍은 표정으로 뺨을 긁으며 말했다.

 

“미술부 활동이야.”

“종이도 연필도 한정된 자원이라구요.”

 

널브러진 책상과 책들을 걷어차며 여학생은 남학생 쪽으로 다가왔다. 풍경화였다. 창문 밖의 조각난 풍경. 연필로 남학생은 그것을 그려내고 있었다.

 

“오늘도 풍경화네요.”

“응. 그리고 싶으니까.”

 

하지만 조금은 달랐다. 그림의 창문은 깨지지 않았고, 창틀도 멀쩡했다. 창문 밖은 현실과 그대로였지만 아주 조금 보이는 교실 내부는 달랐다.

 

“풍경화가 아니라 상상화잖아요.”

“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림이라는 점에서는 그렇지만.”

“상상따위는 제발 그만 둬요. 이젠 그런건 이 책들만큼이나 의미가 없다고요. 식량이 급하다고요.”

 

여학생은 종이에 자필로 쓴 목록을 보여주며 말했다. 적진 않았지만 이 학교 내의 사람들 수라면 일주일 정도치 밖에 남지 않은 듯 했다. 남학생은 머리를 긁적이며 구석에 널브러진 가방을 가리켰다.

 

“오늘 치 담당량만큼은 구해왔을텐데.”

“이럴 시간에 더 구해오라는 뜻이에요 바보선배야... 무거워!”

 

 여학생은 가방을 짊어지고는 문가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식량 창고에 갖다두려는 것이리라. 남학생은 여학생에게 던지듯이 물었다.

 

“사건 이전의 세계. 아직도 궁금하지 않아?”

 

멈칫. 여학생은 발을 멈췄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목소리중 제일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전혀요.”

 

멀어져가는 발걸음소리에 남학생은 조용히 말했다.

 

“떠올릴 수 있게 되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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