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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 생명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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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봐, 퍼렐 지금 자고있나?"

유리 막대로 비커를 두드리자 비커는 맑은 소리를 내며 떨었다.

 "나는 낮엔 자지 않는다고 몇 번을 말하나? 그 놈의 유리 막대는 쓰지말라고... 이런, 소금 좀 주겠나?"

 비커 속 액체가 웅웅거리며 파문을 그리자 탁상 위에 놓인 스피커에서 말소리가 나왔다. 나는 잠깐 고민하며 말했다.

 "퍼렐, 자네는 소금을 너무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어, 나는 지금 용건이 있어 자네를 부른 것이니 그것부터 들어보는 건 어떤가?"

 "어차피 저번에 준 시덥잖은 수학 공식 몇 가지겠지. 걱정말고 소금이나 주게, 딱 2g이야 알겠나?"

 나는 비커에 담긴 전극을 꺼내어 소금 반 티스푼을 넣었다. 비커의 액체는 소금이 쏟아지자 소금이 바닥에 가라앉기도 전에 게걸스럽게 녹여버렸다. 비커의 액체는 두 배는 커 보일 정도로 끓어올랐다가 가라앉았다 나는 전극을 다시 비커에 담그며 말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은 어떤가? 머리가 없지만 말야."

 "딱 2g이라고 했는데... 못들었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좀 전과 달리 느릿하게, 꼭 취한 것처럼 들렸다.

"들었지. 들었고말고 자네는 좀 더 주제를 알 필요가 있어, 자네는 나의 채집품이지 손님이 아니란 걸 언제 쯤 깨달을 건가?"

  "알고있으니 심술 좀 그만 부리게, 내가 20분이면 풀 수 있는 그런 간단한 문제 가지고 너무 조바심을 내는 것 아닌가?"

 "한 컵의 물이 20분이면 풀 문제를 사람들은 70년 간 붙든 사람들은 조바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걸세."

 "나는 물이 아니야, 우리 몸엔 산소라곤 일개 분자조차 없다고."

 나는 그의 풀이를 받아 적고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았다. 창 밖으로 푸른 숲이 펼쳐져있었고 시선에 지평선에 이르자 햇빛이 비쳐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호수가 있었다. 그를 처음으로 채집한 곳, 그의 고향... 그리고 때때로 물에 빠진 짐승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삼켜버리는 아가리... 

 "집에 돌아가고싶진 않나 퍼렐?"

 "휴가라도 줄 생각인가?"

 '그럴수도 있겠지'

 나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못하고 몸을 돌려 실험실을 떠났다. 연구소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기 위해 열쇠를 찾다가 볼펜을 두고 온 것을 깨닫고 실험실로 돌아가야 했다. 문을 열자 누군가가 창가에 기대어 있었는데 그의 육은 마치 수정같이 투명해 황금빛 석양을 여과없이... 젠장

 "퍼렐, 자넨가?"

 "돌아올 줄은 몰랐는 걸..." 

 "나는 자네가 사람처럼 변할 수도 있고 말할 수도 있고... 그렇게... 아름다울 줄도..."

 물의 소녀는 창가에서 살짝 물러나 커튼으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

 석양은 이윽고 저 너머로 가라앉아 사과처럼 붉은 빛이 퍼렐를 감싸자 그녀는 마치 부끄러워 하는 것처럼 투명한 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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