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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차 프롤로그 대회 닫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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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43 May 20, 2019
  • 81 views
  • LETTERS

  • By 까치우
협업 참여 동의 아니오



  여섯 번째 프롤로그 대회가 끝났습니다. 지난번 대회 때는 예상 외의 성황에 발표 기한을 못 지켜 죄송했던 터라 이번에는 기한을 넉넉히 잡았습니다만 기우였네요. 주최자로서는 참가작이 너무 적어도 걱정이고 너무 많아도 걱정인데 이번이 딱 좋은 정도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지난번에는 좀 힘들었거든요. 귀찮아서 다시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이게 또 마음이 바뀌지 뭡니까. 뭐든 시간이 흐르면 달라지는 법 아니겠어요.

  웹연재소설이 새롭게 주류 장르로 떠오르고 대형 온라인 서점의 판도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단연 표지디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시대의 책표지는 잠정 구매자가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어떻게 보일지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으로, 웹사이트에서 축소된 썸네일로 보일 때 어떻게 보일지를 고려해야 하게 되었으니까요. 책의 첫인상을 결정짓고 구매하게 만드는 데에 책표지만큼 중요하게 관여하는 부분이 없으니만큼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책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것이 책표지라면 글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당연히도 글의 첫부분이겠죠.

  좋은 첫부분이란 뭘까. 그걸 생각하는 일에 프롤로그 대회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제 본론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번 프롤로그 대회 우승작은 「스웨터 사냥」입니다. 재미있는 글 내주신 klo 님 감사드립니다.



  어째서 「스웨터 사냥」이 우승작인가? 에 대해서는 달리 부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저 좋은 글 내주셔서 고맙고 축하드린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문화상품권 코드는 경소설회랑 쪽지 확인해주세요!

  참가해주신 열 분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그리고 경소설회랑 운영해주시는 노벨릭 님께 감사드리며 모두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라겠습니다.

  이하, 개별 작품 감상입니다.






  무기를 만드는 EX급 회귀자, chany


  독백을 사용한 도입부는 제사에 비해 담백하고 진솔한 느낌을 줍니다. 한껏 치장한 제사와 달리 서술자의 말을 생생하게 서술할 수 있으니까요. 강렬한 감정과 그 이유, 이에 따른 목적이 모두 드러나 있고 사건이 이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어 글에 흥미를 일으키는 한편 어떤 글인지도 보여주는 점이 좋습니다. 이후 너무 높아진 감정선을 처리하기 위해 내용을 바꾸면서 맥락을 끊은 것도 좋네요. 이렇게 서술투가 달라지면 독자는 서술자가 달라진 게 아닌지 궁금증부터 들게 되는데 궁금증 유발 측면에서도 성공했습니다. 이어지는 싸움 중에 연성이 나오길래 부드럽고 탄력적이라는 소린가? 싶었는데 제목을 깜빡. 모범적 클리셰를 사용하며 단락 마무리하며 글이 딱 끊기네요. 클리셰는, 말할 필요도 없이 힘이 있으니까 클리셰인 거죠. 정석만큼 강력한 흥미유발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수혁이 당연히 이렇게 죽진 않을 듯한 분위기로 끝났지만 이후 내용은 또 모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잘 읽었습니다.



  마녀의 아이, 019


  유쾌하게 시작하는 듯 싶었던 글은 단 몇 줄만에 부자연스러운 분위기로 바뀌면서 이면의 팽팽한 긴장을 느끼게 합니다. 점점 고조되는 긴장은 사건과 함께 갑작스레 끊어지며 탈력감을 선사했다가 다시금 순식간에 당겨집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독자를 붙잡고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드는 글이에요. 솜씨가 좋군요. 웃으며 대화를 나누다가 태연하게 죽이고 죽으며 병 주고 약 주는 등 부조리를 사용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내막을 알고 싶다는 궁금함을 일으키는 점이 좋습니다.

  첫문장으로 사용한 대사가 괜찮네요. 머리속에서 동영상으로 재생이 돼요. 드라마스러운 느낌이 물씬 납니다.



  로버트 기동기, -Umvlang


  900자라는 제약이 뼈아팠네요. 어떤 글에는 충분하고도 남지만 어떤 글에는 한없이 부족한 게 분량이죠.

  서술자가, 어감상 화자에 가까운 서술자가 토하는 열변이 강렬합니다. 1인칭의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점이 좋습니다. 위대한 발견도 발명도 모두 이전 시대에 이루어져 남아있는 게 없는 미래인이라는, 독특한 정서를 다루는 글이라 흥미롭네요. 보통 재능에 대한 열등감이 편하게 쓰이는데 신선해서 좋군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격언이 뜻깊습니다. 마지막에 급격하게 흐름을 바꾸며 드러낸 반전은 글에 완결성을 부여합니다. 한 편의 완성된 프롤로그라는 감상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모피를 두른 기사와 어리숙한 종자, 네크


  마지막 한 줄의 반전으로 독자를 후려치는 글입니다. 이런 방식은 구축을 잘 할수록 재미있죠. 복선을 얼마나 잘 활용했느냐가 관건인데, 과연 과연, “현자의 도시이자 나라의 심장”은 그런 뜻이었던 거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라잖아요?

  단지 기사와 종자가 사슴을 구워 먹는 이야기 속에 아포칼립스부터 차원이동까지 다양한 떡밥이 숨은그림찾기처럼 사이사이 숨어있는 점이 좋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살포한 떡밥을 한데 묶어 매듭지음과 함께 독자에게 충격과,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알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900자 정도만 읽었음에도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진하게 오네요.



  재판, 딸갤러


  글 잘쓰시네요. 긴 말이 필요없는 글입니다. 사건만이 있고, 재미는 서사에서 나오는 글. 900자의 압축되지 않은 서사로는 흥미는 끌어낼 수 있지만 재미는, 어떠한 탁월함을 보여주기에는 서술이 힘이 달린다 싶습니다.



  부서진 세계의 미술부, 넨린짱


  구성이 훌륭합니다. 면밀하게 배치된 서술과 대사가 참 좋습니다. 점층해서 쌓아나가 완성까지 이르는 흐름이 매끄럽습니다. 프롤로그가 아니라 엽편이라고 해도 좋을 완결성이네요. 한 두 걸음만 더 나아갔으면 정말 좋을 것을. 아쉽습니다. 서술이 좀 더, 어떻게 대사를 띄워줄만큼 되었더라면. 재치가 아쉽습니다. 센—스가..



  버킷리스트-죽기 전에는 못하는 일, 투명한드래곤


  1. 나는 죽었다. 2.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했다. 3. 나는 신인가?

  이 세 가지를 논리에 맞게 연결하여 니체는 신이 죽었다고 했고, 나는 죽었으며, 그렇다면 나는 신일 수도 있지 않은가? 라는 의미를 담은 문장을 깔끔하게 써내기란 의외로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죽었다는 사실과 니체가 신이 죽었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앞뒤로 올 수 있게끔 연결하기도 까다롭고 둘 다 죽었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나도 신이 아닌가? 하는 다분히 말장난에 가까운 의미를 간명하게 쓰기도 어렵거든요. 저도 비슷한 걸 시도해본 적이 있어서 막 공감이 되고 그러네요. 제시한 답은 ‘문득 보건대’로군요.

  진지하고 심각한 상황을 던져 놓고 황당한 결론을 끌어내 유쾌함을 주는 글입니다. 유쾌함을 빛나게 하기 위해 논리를 사용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지적인 과정을 통과해 나온 결론은 본능적인 것이란 아이러니를 이루었으니까요.



  스웨터 사냥, klo


  우선 고백부터 하겠습니다. 왠지 낯익어서 당황했습니다. 기시감이 하도 짙어서 아니 이거 도자기가 아닌가, 의심을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영역투에 황정은 느낌이 섞여서 그렇게 느꼈나 봅니다. 괴상하네요.

  제목 좋았습니다. 도오꾜오 읽고 감탄했는데, 파루루루 파루루는 미쳤더군요. 기립박수 드렸습니다.

  기립박수 드렸습니다.



  로리스 아포칼립스 (lawless apocalypse), chany


  말장난 좋습니다. 남자의 로망은 남아있는 걸 보니 아직 인간성을 다 잃지는 않은듯해 안심입니다. 어찌되었든 복학은 해야죠. 그렇지 않습니까?



  생명의 물, 샤이닝원


  ‘세상에는 어떤 내용이라도 라이트 노벨로 써내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마치 예프넨이 꺼내든 윈터러를 본 단역1의 심정으로 저는 감탄을 뱉었습니다. 슬라임 미소녀라니 정말 최고야..

  라이트 노벨의 단점이란 바로 이런 것이죠. 성상품화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련한 장르여. 쥬브나일 포르노는 문학의 꿈을 꾸는가.

  아니 짧은 분량으로 캐릭터 조형 잘했고 만담 잘썼고 라노벨 잘만들었는데

  아니 ㅋㅋ 마지막 두 줄 대체

  선생님


  1350자로 요구분량 초과입니다.



  누구라도 내 불행에 끼어드는 건 인정할 수 없어, 댕댕E


  라노벨이네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특징이 잘 드러난 글입니다. 특히 화자가 독특한 인물일 경우에는 그 특징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죠. 900자란 길지 않은 분량 내에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도 보여주고 갈등의 원인이 되는 감성도 제시하고 사건과 함께 히로인도 보여주고 둘의 조우까지. 실전압축라노벨입니다.

  재능과 질투는 우려도 우려도 감칠맛이 사라지지 않는 주제죠. 거기에 십대를 더하면 라노벨 한 편이 뚝딱.


  1:10 제출로 대회 기한을 넘겼습니다.




Writer

까치우

comment (2)

네크
네크 네크 19.05.2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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