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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여어, 환상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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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3:07 Aug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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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파모똥
협업 참여 동의


어둠에 숨은 요괴. 해질녘의 요괴. 어둠을 부리는 작은 소녀.

 

내 왼 팔을 가져간 식인의 요괴는 수천갈래로 찢겨 죽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시시했다.

 

바닥에는 소녀가 애지중지하던 붉은 리본이 떨어져 있었다. 요괴답게 시체에선 피 한방울도 나오지않아 리본은 깨끗했다.

 

루미아를 죽이는데는 무엇보다 이 리본이 풀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했다. 2차 창작에서는 이 리본이 봉인구라는 설정으로 자주 쓰였으니까. 이 세계가 내가 아는 동방프로젝트의 환상향과 어디까지 닮았고, 2차 창작이 어디까지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지 모르는 한 사소한 점 하나까지 조심해야 했다.

 

언제 쓰일지 모를 리본을 주머니에 쑤셔박고 루미아의 시체를 치웠다. 삽으로 땅을 파고 루미아의 몸을 안에 던져 넣었다. 이곳 저곳 흩어진 육편을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했지만 루미아의 몸이 원체 작은 덕분에 크게 힘이 들 일은 없었다.

 

자, 그럼 이 이후의 일이다.

 

루미아는 원체 다른 요괴들과 관계를 이루질 않고, 사는 곳도 고정되지 않았으니 한동안 보이지 않아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요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기간이 길어지면 누가 어찌 생각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환상향내 요괴들은 서로 상관하지 않지만 그 오지랖 넓은 요괴 유카리라면 말이 다르니까.

 

속전속결이 중요했다. 의심많은 경계의 요괴가 눈치 채기 전에 환상향의 요괴들을 죽인다.

 

그걸 위해서 여태까지 숨어왔다. 요괴가 인간을 잡아먹는 부조리한 세계에서 숨을 죽이고, 도시락처럼 소비되는 인간들을 조용히 바라봤다. 

 

이곳은 요괴들의 환상향. 인간의 자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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