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판프대] 망령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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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6:31 Aug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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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매홍
협업 참여 동의

내가 작곡하고 그 아이가 노래한다. 둘이서 함께 꾸고 있던 꿈은 그녀의 목이 망가졌을 때 함께 무너져버렸다. 


노래할 수 없는 너라도 괜찮다고 말했어야 했는지, 그게 아니면 네가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 말해야 했는지 나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방에 틀어박혀 그 아이에게 선물할 노래를 쓰는 데에 몰두하고 있었던 게 오답이라는 사실 뿐이었다. 


그 아이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내내 나는 무표정인 채였다.


집에 돌아온 나는 그 아이의 목소리가 녹음되어있는 파일을 몇 번이고 재생하고 분석했다. 그건 추모나 집착 따위가 아니었다. 깨져버린 꿈의 조각들을 붙여나가는 작업이었다.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내가 함께 꿈을 쫓자고 말하지 않았으면, 그 아이는 낭떠러지에 몰리지 않았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았다면, 그 아이가 초조해할 일도 없었다. 그러니 내겐 혼자서라도 둘이서 꾸었던 꿈을 쫓아가야 할 책임이 있었다.


표정을 잃고 나는 바뀌었다. 시험만 봤다 하면 백지로 내던 날라리 여학생이었던 내가, 들어보지도 못했던 분야의 지식을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했다. 


몇 년쯤 지났을까. 결국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기술적인 한계에 가깝게 재현한 보이스웨어를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진짜 그 아이의 음색과는 다른, 서투르게 기워붙인 누더기 목소리였지만,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썼던 곡들을 보이스웨어로 투고했다. 


며칠 뒤 한 영상이 올라왔다. 누가 내 곡을 마음에 들어해 노래한 것이었다. 그 영상을 클릭했을 때. 내 얼굴에 표정이 돌아왔다. 놀라움이나 흥분보다 공포가 먼저였다. 나만큼은 알 수 있다. 그 아이의 목소리만을 수만 번 반복해서 들었다. 


그건 창법이 닮았다느니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투고된 것은 그 아이의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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