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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프대] 이세계. 단체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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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9:39 Aug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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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1111111
협업 참여 동의

넓은 가도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이들은 모두 검은 머리와 눈동자들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국 수도의 사람들은 여기 모인 자들이 모두 이방인임을 알 수 있었다. 유례없는 집회에 궁금증이 도진 수도 사람들은 멀찍이 떨어져 삼삼오오 모였다.

소녀는 모든 지구인을 대표하여 중심에, 그리고 높은 단에 서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지구인들의 면면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공포와 증오, 통쾌함이 명백했다.

지구에서 사형에 대해 논쟁하던 이들은 더는 그럴 수 없었다. 부닥친 목숨의 위협과 갈등들이 증오를 키웠다. 그리고 갈 곳 잃은 분노는 사형과 사형수, 그리고 그들의 대표를 사형집행인으로 만들었다.

자신들의 첫 사형수를 욕하는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이 단 아래를 맴돌았다. 두건이 씌워진 남자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청중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소녀, 대표이자 사형집행인이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전혀 심적인 동요를 밖으로 보이지 않았다. 다가가는 대표의 모습에 청중들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유언이 있습니까? 가능하다면, 여기와 지구에서 모두 법적 효력을 지닐 겁니다.”

남자가 고개를 들어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두건을 썼기에 눈도 귀도 코도 모두 오래전에 잘려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정체 모를 혐오감에 소녀는 흠칫 떨었다.

“너는 많은 사람을 죽일 거야. 그들의 피를 먹고 가장 거대한 괴수가 될 거다. 그래서 적어도 너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끝입니까?”

그는 이제 입을 열지 않았다. 소녀는 홀스터에서 권총을 뽑아 쥐었다. 그리고 이목구비가 없는 사형수를 가늠쇠에 넣었다. 사람이 아닌 것을 죽이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소녀는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총성이 울렸다. 피가 묻은 소녀는 뒷걸음질 치다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사형수들이 이 단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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