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판프대] 점유이탈물 횡령죄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 21:49 Aug 25, 2019
  • 70 views
  • LETTERS

  • By 딸갤러
협업 참여 동의

 독자제군, 이제 와서야 고백하지마는 나는 일전에 거시기가 가출한 남자의 얘기를 듣고는 배꼽 빠져라 웃으며 참 칠칠맞은 놈이라 비웃은 적이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이야기의 결말을 꼭 들어두었어야 했다고 후회가 막심하다. 내가 작금에 처해있는 상황이란 그야말로 그 이야기의 속편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무얼 숨기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내 계곡에서 남근이 자라났다 이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가랑이 사이에 불쾌한 감각이 느껴져 확인해보니 평생 보지 못한 육봉이 자라나 있는 것이 아닌가. 한창때 여고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건 없다지만 과연 이것은 이상하다 싶었다. 하루아침에 성기를 두 개 가지게 된 여고생의 심정을 표현하기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원인과 현상을 파악하는 도중에도 가랑이에 달린 막대기는 힘껏 성내며 까닥이고 있었다. 그 생소한 감각에 울상짓지 않을 수 없었다. 막대기 끝에는 투명한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못 참고 울고야 말았다.

 

 단성생식을 할 수 있다는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신인류가 된 충격은 한참이나 눈물샘에서 눈물을 짜내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니 육봉도 가라앉고 머리도 냉철하게 되는 것이 원인을 추론하기 딱 좋은 상태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원인은커녕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잠재된 유전자가 발아해 남근이 자라났다는 가설은 비록 문과인 나라지만 틀렸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원인은 딱 한가지뿐이렸다. 

 누군가 거시기를 분실한 게 분명하다. 칠칠맞은 누군가 잃어버린 거시기가 험난한 여정을 겪고는 알 수 없는 인과로 내 가랑이에 안착한 게 아닐까. 이대로 가지고 있다면 어느 날 경찰이 영장을 들고 찾아와서는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체포한다며 끌고 갈지도 모른다. 원인을 추론했으니 할 일은 하나뿐이다. 

  

 우선 파출소에 가자.

 

comment

권한이 없습니다.
prev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59'이하의 숫자)
of 59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