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판프대] 밤이 부재함에도 꿈을 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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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 하나를 찾아주시오. 마지막으로 본지 8년이 조금 안 되었소. 그래, 전쟁 전이니까. 8년이 맞지."


 이시도어 서틴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어이가 없다 못해 고객 앞에서 대놓고 실소를 흘리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하지만 서틴은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불가능한 의뢰였다. 수락할 생각조차 없었다. 조어르 전역에는 4천만 명이 조금 안되게 사람 비스무리한 것들이 살고 있었다. 전쟁고아들,  '합법' 깡패들, 전뇌 중독자들. 이 중에서 8년 전에 사라진 계집애 하나를 찾으라니. 서틴은 참 꿈도 크다고 생각했다. 이미 죽었을 것이 - 어쩌면 죽은 것만 못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 뻔했다. 그러나 서틴의 앞에 앉아있는 사내는 번복이 없었다. 서틴이 입을 열지 않자,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흑철 월계관 훈장이오. 일을 맡아준다면 보수로 주겠소."


 흑철 월계관 훈장을 본 서틴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가득 찼다.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추레한 행색의 남자가 1급 전쟁 영웅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기업들의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도시 행정부였지만, 기업들 사이에서 최소한의 권위만이라도 지탱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행정부가 온전히 가지고 있는 군권 덕분이었다. 군인들은 도시 행정부를 지키는 마지막 기둥이었다. 행정부 역시 군인들에게 그만큼의 대우를 제공했다. 가장 하찮은 훈장인 4급 십자 훈장조차도 4인 가족이 평생은 놀고먹을 수 있는 연금이 지급되었다. 하물며 그 급이 가장 높다는 흑철 월계관 훈장이라니. 


"보수는 성패와 상관없이 선불로 지급하셔야 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서틴은, 문을 나서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제 4지구 공립 보육원, 헤이즐 그레이] 라고 적힌 쪽지가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곧, 그는 쪽지를 주머니에 구겨넣었다.  일에 착수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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