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판프대] 죽을수 없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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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12 Aug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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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Kundi
협업 참여 동의

나는 오늘도 죽기 전에 일기를 쓴다. 


-오늘 아침은 빌어먹게도 날씨가 좋다. 해도 쨍쨍하고, 바람도 적당히 분다.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바쁜지 빨리도 걷는다. 죽기 좋은 날이다.- 


“아, 젠장 날씨 존나 좋네!”


일기를 덮고, 냅다 문을 열어 젖혔다. 내가 사는 곳은 옥탑방,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그런 옥탑방이다. 하지만 드라마처럼 그렇게 낭만적인 사랑이 싹튼다거나, 뭐 우연히 외계인이나 재벌을 줍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좋아, 오늘도 죽어 본다!”


내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런 말을 내뱉자 내 옆집에 사는 여자가 창밖으로 소리친다.


“시끄러워! 어제도, 그제도 그딴 재수없는 소리만 하더니! 개소리 좀 작작해!”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하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기분 나쁜 것도 잠시다. 어차피 난 오늘 세상과 작별인사 할 거니까.


주먹을 쥐고, 달릴 자세를 하고 잠시 아래를 내려다봤다. 까마득한 높이다. 뭐, 고층 건물의 옥상은 아니지만 적어도 5층 정도는 되거든. 이 정도면 높은 거 아니냐고. 


머리부터 떨어지면 즉사일 거다. 이 동네는 달동네라 사람도 잘 안 다니니까, 아래서 누가 나와 부딪칠 일은 없을 거다.

“좋아, 간다아아아!”

“시끄럽다고!”

여자의 외침을 들으며 나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옥상 난간을 박차고 나간 내 다리는 허공을 휘저었다. 

그리고 몸이 떨어지는 느낌과 함께, 내 엉덩이는 푹신한 침대와 뽀뽀했다. 분명 떨어졌는데, 곰팡이 냄새가 나는 내 침대다.

“시바아아아알!”

오늘도 죽는 건 실패였다. 언젠가부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세계의 신은 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나는, 어떤 망할 신이 쓴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무슨 짓을 해도 죽지 않는 것 뻬고는 가진 게 없는, 주인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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