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달편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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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40 Jun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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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이르그
협업 참여 동의

2.

굳이 프로이트적인 해석을 붙이지 않더라도 꿈속의 싱황들이 현실의 낱장들의 조합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내가 그런 식의 꿈을 꾸게 된 것의 가장 큰 원인은 내 목을 반쯤 조르고 있던 장교수 때문이었다고 말하겠다.


장교수는 내 머리를 붙잡고 흔드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의 기상법을 시험해보고 있었고. 

달나라가 아니었다면 100% 뇌진탕에 걸렸을 그 과격함은 나로 하여금 달나라를 넘어 다시 꿈나라로 보내버릴 뻔했다.


한참의 실랑이가 있고난 후 간신히 떨어지게 된 우리는 서로 숨을 골랐다.


“장교수님.…. 제 머리가 맘에 안드셨다면 평소에 말씀해주시죠. 그렇다고 머리통을 통째로 떼가려고 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장교수는 기가막히다는 표정을 정확히 지어보였다.


“자내가 얼마나 기절해있었는지는 알고나 하는 소리인가?”


“아니요. 잘 모르겠습니다.”


머리를 긁적인다.

‘틈’에 몸이 들어갔던 것도. 폭격을 당했던 일도 기억나지만  그 후의 일은 새하얀 공백이다.

장교수는 한숨을 내쉬고는 손가락을 하나 펴봤다


“어…..제가 1시간씩이나 기절해있던 겁니까?”

“아닐세”

“….그럼 10시간이나?”

“좋아 그럼 다음에는 11시간인가? 쩨쩨하게 굴지말고 한번 통크게 올려보는게 어떻겠나?”


나는 멈칫멈칫하다가 손가락을 하나 펴보았다.


“설마. 하루?”


“정확히는 1일하고도 37분일세. 그동안은 거의 죽은 사람처럼 기절해있었지.”


뚯밖의 얘기였다.

“네? 하루씩이라고요? 그…그럼 의무실로 갔을텐데…”


그때서야 나는 눈치챌수 있었다.

주변을 살펴본다.

텅비어있는 방안과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회색벽면.

지금 누워있는 이곳. 의무실이 아니다. 그보다도 달기지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장교수님? 여긴 어딥니까?”

“제3관측소라네.”


담담히 말하는 장교수의 모습에는 딱히 이렇다할 감개가 드러나지 않았고. 그래서 나도 제대로 된 반응을 조금 늦게 보일수 있었다.


“제3관측소.…? 그럼…...”


무언가의 반응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고가 어느순간 멈춰버리고 말았다


제 3관측소… 제 3….


달기지의 모든 건물들은 면밀한 계획을 따라 각각의 섹터로 나뉘어져 있다.

특히나 중요한 것은 관측소의 위치로 달기지 전력의 대부분을 충당하는 발전기가 옆에 있기에 각 섹터의 구분은  관측소를 기준으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제 3관측소는 내 기억에 따르자면….


“고요의 바다를 넘어서…. 제 2섹터까지 지나왔다는 겁니까!”


거리상으로 따져보면 이건 완전히 미친 소리다.

무려 달기지로부터 도시 3개는 들어갈 거리를 옮겨 왔다는 것이니까.


장교수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중한 긍정에 화가치민 나는 무언가 말을 쏘아붙이려 했지만 다음 순간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니 아예 목구멍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두꺼운 목 사이로 땀방울과 섞여 흘러나오는 피를 장교수는 바닥에 짐짓 문질러보다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참 재밌는 일이지않나. 삶이라는 건. 총알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한점 상처 없이 지내왔는데. 이 적막한 우주에서 피를 쏟고 있다니.”


“장교수님…. 그건…”


“큰 상처는 아니야. 밴드만 붙이면 돼”


그래 큰 상처는 아니다. 교수의 목에도 바지에서 찢어낸 드한 천이 감겨져 있다. 하지만….. 


“교수님…. 상처가 괴사할 겁니다..”


푸르게 물들었을 상처의 자리를 바라보며 나는 입술을 짓씹었다.


장교수는 걱정어린 시선을 받으면서도 내가 기절해있는 동안의 일을 담담하게 전달해줬다.


Post Hole 이라는 것은 사실상 인류의 연대기를 뒤바꿔놓을지도 모르는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물론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던 과노동에 시달린 나로서는 그리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외계인의 존재. 고독하지 않다는 믿음.

그러나 그 반면에는 다른 믿음도 있었다.


장교수와 같이 새로운 만남이 인류의 발전을 가져올 거라 믿는이가 있는가하면. 다른 쪽에는 문명의 성립 조건을 들먹이는 광인 또한 있는 법이다.


“11시간 17분전 영상 재생.”


장교수의 목소리와 함께 재생된 영상이 관측소의 굴곡진 벽을 따라 틀어진다.


발전기의 그림자와 관측기의 확대된 별빛으로

잿빛으로 꿈틀거리는 춤을 추는 관측소의 그림자를 판지삼아 보여진 것은 그 못지않게 기묘한.

그러나 너무나도 침착한 광인의 모습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아직 역사의 교훈이 퇴색돠기전. 우리는 귀감이되어줄만한 하나의 사례를 역사에서 찾아낼수 있었습니다.”


너울거리는 그림자는 한 순간 뭉치더니 화려하게 장식을 한 전사의 모습을 빚어냈다. 전사는 달려가고, 그 끝에 포얀의 매캐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에르난 코스테르. 아메리카의 콩키스타도르는 대제국에 비해 한줌도 되지 않는 병사들을 이끌고 아즈텍의 황제 몬테수마를 붙잡았습니다.”

“문명이란 것의 본질은 결국 이런 것입니다.”

“유럽인은 우수한 무기와 전염병으로 정당한 이유없이 잉카와 아즈텍을 무너뜨렸고.”


피흘리는 전사가 무너지고 그 자리위로 자신의 잘린 손을 바라보는 흑인이 비춰진다.


“콩고의 착취자 레오폴드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고무를 눈물의 나무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전세계적인 지탄을 받았습니다. 네. 다름아닌 식민지를 지배하는 국가들. 이성과 믿음의 제국들에게 말이죠.”


번뜩이는 눈은 마치 뱀을 닮아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적그리스도쯤으로 자칭하는 상대에게는 그쯤이야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문명의 생장동력은 바깥과 안입니다. 끊임없이 자원을 소비하는 문명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바깥’을 먹어 ‘안으로’ 식민지. 종속국. 혹은 노예등. 착취의 기반을 마련해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세기에 들어 우리는 놀라운 경험을 했죠.”


그 말에 문득. 나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때.그 혼란 속에서 튕겨져 나간 몸. 싸늘한 한기 속에서 ‘바깥’과 접촉했던 서늘함. 

바로 Post Hole.


“외계와 우리의 문명은 이제 바깥이 맞닿았고 이로써 레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눈 밝은이라면 알 수 있을 문명간의 대결. 이로써 저희는 분연히 일어나 이번 테러를 일으킨 겁니다.”


그말을 마치고 남자는 마치 기도하듯. 팔을 높이 들었다.

그러나 신에게 바치는 기도는 아니었다.


두 손끝을 맞닿고. 동그랗게 구멍을 낸다.

영상 속의 광인은 그런 식으로 서 있다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지구 문명의 생존을 위하여!”

신도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중에도 그는 꿋꿋이 구멍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상의 로고가 그의 손사이로 모여. ‘지구’의 모습을 이루는 순간.

그가 흐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위대한 글자가 우리를 가호해주시길!”



장교수의 손이 허공을 저었다.


“이쯤이면 짐작이 갔겠지? 가이아 녀석들이 결국에는 성공을 해버린 걸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브 라 하이드. 저 사람이 아직도 살아있는 줄은 몰랐군요. 역대 1위 현상범 아니었습니까?”


이브 라 하이드. 이 히스패닉계 미국인이 저질렀던 범죄는 다종다양하지만 그 정점에 있는 것은 바로 가이아 교라고 하는 자신만의 사이비 교단을 만든 일이다.

Post Hole의 발견이후 엄청난 속도로 세를 넓힌 이 종교가 말하는 것은 단 한가지. 영상에서 나온 것과 같은 문명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 였다.


“나도 그런줄 알았네. 애초에 그런 사실이 확인 되지 않은 이상 ‘편지 배달’같은 중차대하고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을 시행할리 없잖은가.”


중차대…. 인류 역사….


내 표정이 급속도로 썩어들어가는 모습에 장교수는 히죽 웃음을 지었다.


“글로써나마 영생할 수 있다면 최고의 영예지 않은가. 그런 대단한 역할을 알선해 준걸세.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고마움을 표시하지 그러나?”


“글쎄요. 제 꿈은 대하 소설의 어리바리한 조연보다는 등따시고 배부르고 풍류나 즐기면 족한지라.”


“이런 대단하군. 이 황량한 달바닥에서 자연의 풍류를 느낄 수 있다니 지구로 돌아가면 이번기회에 시인이나 하는 게 어떤가?”


확실히 글이라면 시인으로 전직하는 것을 고려할 만큼 쓰긴했다. 반복노동이라 서예가에 더 가깝겠지만.

목살사이로 피를 흘리면서도 능구렁이같은 것을 보니 역시 장교수는 달라진게 없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어떤 식으로 테러를 한거죠?”

“아랍권의 초고층 빌딩 세 개를 동시에 무너뜨려 이목을 모은 다음 그 반대편에 있는 우주 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을 끊어 한쪽으로만 화물이 날아가게 설정해놨네. 물론 그 화물이란 어제 우리들에게 느닷없이 나타난 그 인공위성 부품들이고.”


질량폭격의 개념은 달기지의 초기 건설에서도 고려되었던 것이다.

고전 sf를 보면 달의 식민지가 자유를 위해 지구의 도시들을 월석을 뭉친 덩어리로 폭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번에 우리가 당한 것은 그 개념의 역사용이라 할 만했다.


“다른 부대원들은?”


잠시 침통한 표정을 짓던 장교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몸짓에 내포된 뜻을 깨달은 나는 순간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설마…. 사상자가?”


어쨌든 불시의 습격이었다. 거기다가 우주 공간에서의 안전이란 사람이 붐비는 놀이공원에서 아이를 잊어버릴 확률이랑 거의 비슷하다.

정신만 차리면 문제없지만 한번 패닉해버리면 그대로 실종이다.

Writer

이르그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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