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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달로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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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2:11 Jun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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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세이즌
협업 참여 동의 아니오

마도학은 천문학을 죽였다. 마도사들이란 으레 눈 앞의 관념을 형태 있는 것으로 치환하는 실용주의자들이다. 질병, 추위, 더위, 불편, 위험, 불안, 불균형, 흐름, 진동, 혼란……. 그 갖가지 것을 정복하고 당장 이용하는 데 목이 마르다는 말이다. 그런 치들의 세상에서 미신과 오컬트란 타파의 대상 그 자체일 밖에 없으리라. 또 천체학에의 취급 또한 그렇고 그럴 것이리라. 요는 지척의 신비가 요원의 신비를 내치고 만 셈이라 하겠다. 허나 이 땅의 연장이 우주, 내지는 저 우주의 한 편린이 지구일 테니 언젠가 소위 실용의 공간이 저 너머로 까마득히 넓어지리라는 이상론이 아주 없지는 않다. 허튼 소리 취급일 뿐. 당대에, 감히 이 시대에 그 한계에 도전하려는 자가 있다 치자. 그렇다면 그 미치광이가 처음 벌일 일이란 무얼까? 


마도사는 마소의 성질, 지상의 갖은 원소 및 대기의 미세한 일체를 이해하여 술식을 구축한다. 그 다음? 나는 종이뭉치 위에 휘갈겨 썼다. 우주의 성질, 저 시커먼 천정의 특질이란? 터놓고 말하자면, 우리는 우주를 잘 모른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주는 아직 현대 마도학의 영역이라 규정되지 않으며 구태여 그럴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언급한 대로, 우리는 실용주의자이다. 실용주의자들의 기술이 어찌 실용적이지 않으랴? 술식에는 명확한 효과 대상 및 범위, 목표 효율과 효과의 계량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게 다만 소(素)의 영역이든, 조막만한 마도 장치 정도이든, 공간, 이 지구상 어떤 장소이든 예외 없이. 혹자가 우주를 마법으로 어찌 해보고자 한다면 그 넓이조차 모른다는 한계에 부닥칠 것임에 틀림이 없다.


흔히 우주를 무한정한 공간이라 한다. 이는 인간 인지의 한계에 대한 수식일 뿐 참말로 한정이 없음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마도학과 수학이 있다. 마도학자들은 마소의 상호작용에서 일체의 천리가 발생함을 이미 계산해 냈다. 다만 그 세칙과 정형을 오롯이 밝혀내는 작업에는, 현대 마도학의 방법론으로 수만 년, 수 십만 년이 걸려 무한정 지체되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 점에서 빛에 주목한 이 술식의 작성자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뜻으로도, 나쁜 뜻으로도. 우주 공간을 정의하려면 그 끝을 보아야 한다. 우리는 보지 않은 것을 제대로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빛이 있어야겠지. 얼마나 걸릴 지 아직은 몰라. 마도학의 역사란 미지에의 도전이 아니었던가? 지금 당연한 것이 어제도 당연하지는 않았어. 마치 그렇게 구시렁거리는 듯했으니 말이다.


유도식을 따라 도형을 그리며 이것저것 휘갈기다 보니 어느새 깜지가 몇 십 장이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야식은? 테레사는? 의자가 자빠져라 뛰쳐나가 보니 식탁엔 푸드커버가, 소파에 늘어진 테레사에게는 담요가 씌여 덩그랬다. 웃음이 나왔다. 그저 웃음이 나왔다. 이다지도 즐거운 때가 있었을까? 있을까? 있을 것인가? 테레사를 고쳐 뉘이고, 식어 빠진 알본디가스를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날 새기 전에 저 종이뭉치와의 승부를 아주 끝장낼 결의가 섰으니 말이다. 그래, 그래. 나는 이리저리 흩어진 연습장을 주워 모아 간추렸다. 썩 꼼꼼한 성격이 못 되어 마도어의 해독보다 이런 검산이 훨씬 어렵고 짜증스럽다. 


빛은 간다. 그저 그렇게 가게 만든다. 술식을 한 소절 한 소절 되뇌며 점검했다. 혹 테레사가 깰까 무서워, 머저리처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모든 해독이 틀림없다는 걸 확인한 뒤 나는 마지막 몇 소절을 더듬더듬 읽어 나갔다. 당신의 친구 C라는 말과 함께 주소가 쓰여 있었다. 참말로 시험해 보고 싶었던 모양이지. 나는 급히 서랍을 뒤적거렸다. 제한서고 출입증을 청할 때 썼던, 한 묶음에 10오르덴짜리 서간지가 어디 있을 텐데…….



친애하는 친구 C 귀하.

덕분에 구경 잘 하고 왔습니다.

마티아스 아드리안 아벨.



그렇게 세 줄 끄적거린 뒤 무얼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졸업논문을 마무리하기 무섭게 병자가 되고 말았다.


감기인지, 몸살인지 아니면 다른 몹쓸 병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그간 제법 쇠악해졌을 테고, 긴장을 놓은 순간 이놈의 몸뚱이가 저항력을 잃었다 해도 썩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테레사가 무슨 신문사인지의 면접 때문에 왕도로 며칠 가 버려 혼자 끙끙 앓고 있어야 했다. 외려 잘 됐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심심했으면 무슨 식모처럼 방에 들어앉아 미음이나 끓이고 물이나 떠 나르게 하지 않았겠는가? 아닌 게 아니라 나 같은 건 가급적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허구한날 얻어먹는 주제에, 주둥아리만 물에 둥둥 뜰 놈 같으니. 그렇게 툴툴거렸다.


여하튼 자리보전을 끝내자 세상에 걱정거리 없는 착각이 들어 참 싱숭생숭했다. 우선은 허기부터 채우자, 옳소, 옳다. 사나흘을 씻는 둥 마는 둥 한 데다 곡기를 끊다시피 해 사람 몰골이 아니었던 것이다. 방 모퉁이 모퉁이에 굴러다니던 옷가지를 주워섬겨 나가니, 북풍이 새삼 뜨악했다. 겨울의 한창은 여전히 극성이었다. 뜨끈한 잔을 양 손으로 받쳐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자취방 건너 카페로 총총 걸었다. 거적때기 두른 귀신이 휘릭 길 건너는 꼴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단골집에서는 군말없이 늦은 아침을 내어 주었다. 당과 커피가 충만한 느낌이란 반쯤 죽은 육신을 되살려 내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멍하니 라디오나 들으며 꾸벅거리게 되었다. 세르피냥 춘계 마도 올림픽, 적지에서 벌이게 될 필사의 전투. 오르데나 마도 포드 레이싱 대표팀의 4연패에 축복을! 숙적 에르사예즈 마도 포드 레이싱 대표팀을 분석하다. 에르사예즈는 전통의 마도 명문국으로서……. 그 놈의 마도 올림픽! 나는 졸음 반 허기 반으로 씹던 음식을 와락 뿜을 뻔하여 허겁지겁 냅킨을 틀어쥐었다. 두 달이나 남은 대회에 어찌 이리 수선일까, 또 아군이니 적이니, 때려부수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에 왜 이리 집착할까? 나는 조국의 마도 입국에서 종종 이런 부조화를 느끼곤 한다. 어디서 허투루 입에 올릴 이야기는 못 되겠지만.


소리 상자는 이웃 나라에 드러내 놓고 삐뚜름하게 편파적인 설명에 이어, 우리 오르데나의 마도 포드 레이싱 선수단에 대해 해설하기 시작했다. 루시아노 살라사르, 하이메 페르민, 울리세스 갈반, 이그나시오 하비에르, 이스마엘 미에르, 카를로스 알바로. 심심찮게 들려오던 이름자들이었다(적어도 내 귀에 그렇다면 틀림없을 것이다).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약력과 경력, 경기 스타일, 관전 포인트를 읊을 때마다 몇 안 되는 점내 객들이 환호하며 비바 오르데나라며, 4연패는 따 놓은 당상이라며, 여신의 축복을 바란다며 법석을 부렸다. 나는 그저 추로와 커피를 해작거리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영 무심한 내가 눈에 밟혔는지 유학생인지, 다른 나라 출신인지를 물어 왔고 급병으로 며칠 죽다 살았다며 팔자에도 없는 신변잡기적인 변명을 늘어놓아야만 했다. 참 다행스럽게도 그 사내는 아픈 사람 괜히 들쑤셔 미안하다면서, 오르데나의 위대한 승리와 국왕 폐하의 영광을 위해 지금 가게에 나온 음식 전부를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웃어젖히는 게 아닌가? 괜히 머릿속에서 주판을 튕겨 보게 되었다.


카페에서 나와 잠시 오늘 일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논문 당락 여부에 전전긍긍하지는 않았다. 진인사대천명이거니와(떨어질 것이 진짜 천명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깟 심사가 대수랴, 그런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로 방에 기어들어가 늘어지는 건 썩 내키지 않았다. 이왕 엉덩이를 옮겼으니 내친김에 행정업무 부스러기를 말끔히 치워 두자는 생각이 들었다. 테레사가 다시 들이닥치면 총찰하며 들볶을 게 뻔하니까……. 나는 잔뜩 옹송그린 채 칼바람을 거슬러 협로를 다박다박 걸었다. 겨울일랑 봄의 앞잡이다, 봄의 앞잡이다, 그렇게 최면을 걸면서.


반쯤 얼어붙은 도토리 화실 거리를 빠져나와 플라타너스 인쇄 거리로 접어들었다. 겨우내 앙상한 가로수 한 편이 기계 복닥거리는 소리로 뻑적지근했다. 늦겨울이면 대학가의 인쇄 수요로 업자들이 한창 바쁠 때겠지. 점포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붉은 방사광이 쭉 번뜩였다. 나는 그 빛을 몇 번, 몇 번씩 멍하니 들여다보며 서 있었다. 이제 등사기니 윤전기니 하는 것들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으리라. 마소 인쇄기에 술식을 입력하고 다이달라이트 드럼을 돌리면 그 방사광에 종이가 눌어 뚝딱 인쇄물이 나오는 판국이니 말이다. 조국 오르데나의 마도 입국, 다들 그렇게 찬양해 마지않을 것이다. 허나 마도학자는 대가 없는 결과를 바라서는 안 된다. 


세레네이 민족은 무엇과 마도 문명을 바꾸었는가? 아직, 답을 잘 모르겠다. 마도 산업으로 전환기에서의 인간 소외, 문화 천대 현상, 물질만능주의. 불과 60년 전만 하더라도 에르사예즈나 셀든버러 같은 강대국에 감히 못 미치던 이등 국가에 기적 같은 마도입국이 겨우 그 정도로 가당할 것인가? 다른 현대 마도 국가가 하나같이 겪는다는 그런 현상으로 과연 충분한가? 근래 우리 오르데나에 만연한 민족주의가 연막 같은 것이어서 모든 진실을 은근짜로 가리고 있는 게 아닐까? 이 모든 게 헛똑똑이의 망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혹 모르지, 내 의심이 틀려먹은 걸지. 나는 단순한 놈이다. 통일 마소 이론에 입각하여 술식을 짜고, 해석하는 마도학자. 그리고 요즈음 우리 나라에서는 그런 사람일랑 바보 천치요, 교묘한 기술자를 훨씬 높게 쳐 주는 것이 현실이다……. 누가 맞고 틀리든 시대가 그렇다는데 어쩌랴.


신세 한탄을 하다 보니 문득 테레사 생각이 났다. 아, 요 며칠 두문불출하여 본의 아니게 연락을 못 한 상태이다. 피차 그 정도로 삐치고 골이 날 관계는 아니지만 섭섭한 일인 건 분명하고, 또 무소식일랑 걱정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허둥지둥 주변에서 마소 통화기를 찾았다. 허둥지둥 주머니에서 1오르덴 주화를 찾았다. 지금 호텔방에 있으면 좋을 텐데.


다이얼을 돌리고 신호가 채 세 번 가기도 전에, 건너편의 통화기가 들렸다. 반가운 목소리가 갉작거렸다.


「여보세요?」


「숙소에 있었나 보네, 이 시간에?」


「이 시간이고 저 시간이고, 일 없을 땐 박혀서 돈 아껴야지. 웬일이야? 감감 무소식이더니 자기가 연락을 다 하고.」


테레사는 제법 신경질적이었다. 성격이 성격이니 면접 나부랭이 앞에 당연지사 저기압이겠지. 지금은 납작 엎드리는 게 순리였다. 뭐, 변명거리가 없지도 않으니까.


「아니 미안, 그게……. 며칠 앓아 누웠었거든.」


「뭐? 지금은 괜찮고?」


「그래서 겸사겸사 연락한 거지, 뭐. 살아난 기념으로 집 앞에서 요기도 했고.」


테레사는 지금 열이 있냐느니, 다 나은 게 확실하냐느니, 날도 추운데 어딜 함부로 돌아다니냐느니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꼬박꼬박 성실하게 대꾸했고 그런 태도가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한껏 누그러지는 게 이 시시한 기계 너머로 전해져 왔다.


「면접은 잘 돼 가?」


「내가 뭐라고 그런 걸 미리 알겠어? 어디 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엘 티엠포>나 <라 보스>같은 데서 잘 됐으면 좋을 텐데…….」


「하하, 그런 신문사들 싫댔잖아. 거기다 세레네이 민족 정론이 어쩌구 하는…….」


「어쩔 수 없잖아.」


아닌 게 아니라 맞는 말이다. 세상에 저 좋은 일만 하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통화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 보니 해가 정수리에 걸려 있는 게 문득 눈에 띄었다. 내키지도 않는 일 해야 하는 걸론, 피차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 잘 될 거야. 난 학교 가던 중이라, 가야겠다.」


「너무 나다니진 말고. 골병 들라.」


우린 서로 상대편이 통화기를 내려놓는 걸 기다리느라 몇 초 뜸들이고는, 동시에 바보 같다고, 뭐 하는 거냐고 웃으며 연결을 끊었다.


교정 인근은 활기가 겨울을 깡그리 솎아낸 듯 우글거렸다. 두서넛씩 무리 지어 횡행하는 가운데 부양정이 이따금씩 스쳐 지나가며 적색 방사광을 흩뿌렸다. 사람들은 그 기세에 머리가 휘날리거나 외투 자락이 펄럭거릴 때마다 야유든 가운뎃손가락이든, 내키는 것을 퍼부어 댔다. 마소 호출기, 다이달라이트 오르골, 휴대용 수정 스크린 따위가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레이나 발렌티나는 판테온이라는 전통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석재 원기둥이며 코니스, 아크로테리온 앞에 그런 마도 문명이란 영 어색하기도, 썩 어울리기도 했다. 늘 그랬듯이…….


나는 헐벗은 오솔길을 따라 쭉 걸었다. 마도학부는 학내 노른자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 말은 정문에서 제법 멀다는 뜻이다. 대충 걸친 옷가지가 가리늦게 사무쳐 떨게 했고, 이따금 겨울나무에라도 숨어 북풍을 감쇄해야 했다. 꼴이 영 아니올시다였는지 얼굴 알아본 치들이 “논문 쓰다 돌았냐, 마티아스!” 따위로 지껄여 댔다. 부양정이 휑하니 머리꼭대기 위를 스치기도 했다. 일 다 보고 나면 테레사 명대로 군불이나 때고 뜨끈하게 집돌이 노릇이나 하는 게 신세에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오만 잡생각을 다 하며 학과 사무실 문고리를 돌렸다. 휑덩그렁하기 짝이 없는 게 평소 같지 않았다. 뭐야, 조교들 다 밥 먹으러 갔나? 이 시간에? 


어리둥절해 인상이나 쓰는 사이 건너편에서 소리를 꽥 질렀다.


“마티아스 아벨!”


“……예?”


사무실뿐만 아니라 조교도 수상쩍었다. 평소 같으면 이놈이 또 뭘 사람을 귀찮게 하려고, 그런 투로 사람을 무시했을 텐데…….


“가만히 있어, 여기 앉아 있으라고. 세상에, 왜 싸돌아다녀서 사람 고생시키고…….”


“뭔 소립니까? 조교님, 어디 가세요?”


조교는 사람을 끌어 앉히더니, 정신나간 사람처럼 헐레벌떡 뛰어나가 버렸다. 얼른 꺼져 버리려던 나는 바보가 되어 버린 것이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저 양반 왜 저래?


“저 새끼가 드디어 미쳤나?”


듣는 귀도 없겠다, 드러내 놓고 그렇게 툴툴거렸다.


“귀한 걸음하신 차에 괜히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사실 이맘때쯤 되면 졸업 학번들이 어느 도서관에 처박혀 있는지 알 길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저 친구는 원래부터 괴짜 티가 나는 사람이어서 뭐 저희가 재깍재깍 알래야 알 수가 없었지 말입니다……. 아, 이쪽입니다. 대기시켜 놨습니다.”


하릴없이 반 시간이나 뭉그적거리며 버리고 있자니, 갑작스레 바깥이 요란스러웠다. 몇 사람 분 구둣발이 덜걱거리고 개중 말본새만큼 경박한 발소리가 섞여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정장한 사내들이 떡하니 나타났다. 그에 비하면 거적때기나 걸치고 있던 나는 등신처럼 엉거주춤했다.


날 처박아 두고 나간 조교가, 손바닥으로 가리키기 무섭게 선두에 있던 사람이 선뜻 앞으로 나섰다. 악수를 청하면서.


“반갑습니다, 마티아스 아드리안 아벨.”


“아, 예.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처음 뵙는 분 같은데…….”


“당신의 친구 C라면 아시겠지요?”


얼떨떨 얼빠져 있는 사이 C인지 나발인지 하는 양반은 사람 좋게 웃었다.


“카예타노 캄피에레라고 합니다. 어디, 이런 똥냄새 나는 판테온에서 얼른 나갑시다. 내가 한 잔 사겠습니다.”


기절초풍할 자기소개가 나오리라고 어떻게 알았으랴? 나는 까무러쳐서 뒤로 쓰러지지 않으려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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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세이즌

안녕하세요

comment (2)

까치우
까치우 20.06.25. 01:57
이 세상에는 문장만 읽어도 즐겁고 재미있는 소설이 있다니 신기한 일이죠
첫문단을 읽고 나니 시계가 미쳤는지 두 시에 가까워져 있네요
4연참이라니 세상에나 더운 여름 모쪼록 시원하게 나시옵고 기체후일향만강하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까치우
까치우 20.06.25. 19:43
쇠악해졌을 테고 → 쇠약해졌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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